‘수출한류’보다 ‘SNS 신한류’가 대세 … MOOC에 한류를 접목시켜야

교육이 바다 건너로 눈을 돌려야 할 시기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고등교육의 존립이 위태로운 지금, 교육의 영역을 평생교육으로 확대하고 교육시장의 초점을 국내에서 국외로 옮기는 시도가 필요하다. 한국형 콘텐츠가 세계시장에 통한다는 것을 널리 알린 한류, 그리고 발달된 ICT 인프라와 소셜네트워크의 대중화로 새로운 한류시장을 개척한 ‘신한류’의 등장은 그래서 고등교육에 큰 전환점이다. 이에 신한류의 지속가능성과 교육과의 접점을 점검하고 고등교육의 새로운 영토확장에 나설 전략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글 싣는 순서>
⓵ 미래교육은 SNS로 … 신한류의 교육적 활용법은?
⓶ 신한류와 고등교육은 어떻게 손을 맞잡을 수 있나
⓷ 신한류와 고등교육 협력, 전문가들에게 묻다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한류의 교육콘텐츠로서의 활용 가능성이 주목 받고 있다. 그간 국가브랜드 제고와 관광객 유치 등으로 국한됐던 범위를 벗어나 한류를 통한 교육수출 필요성까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류에 매료된 세계의 젊은이들이 속속 국내 각 대학의 어학당을 채우고 있어 이를 활용한 ‘교육역공’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내 대학이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한류를 활용해 해외 유학생을 유치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속적으로 논의돼 왔지만 이를 넘어 대규모 온라인 공개강좌(Massive Open Online Course, MOOC)를 통한 교육영토의 확장도 고려할 때다.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인기를 끈 것처럼 한류 확산의 진원지는 온라인이다. 학계에서는 강남스타일을 기점으로 한류와 신한류를 구분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한류는 드라마와 영화, 음악으로 대표되며 일본열도를 휩쓸었던 ‘욘사마(배우 배용준)’ 열풍처럼 배우와 가수에 대한 열광으로 나타났다. 반면 신한류는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확산이 특징이다. 강남스타일이 세계적인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를 통해 소비된 것처럼 신한류를 주도하는 K-pop 역시 각종 소셜미디어를 통해 세계로 확산됐다. 이는 현지에서 모방 문화를 형성하고 현지화로 이어지는 등 단순한 문화콘텐츠 수출을 넘어선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역별 확산도 더 광범위해졌다. 한류가 동남아시아 일대와 일본·중국 등으로 진출했다면 신한류는 아시아를 넘어 미국과 유럽 등 서구문화권과 남미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한류 콘텐츠를 활용한 한국어 국외 보급 정책 연구(오문영)’에 따르면 국내 거대 연예기획사인 SM·YG·JYP의 유투브 조회건수는 전 세계 235개국에서 22억 8665번에 달한다. 이 가운데 일본이 4억 2300번 조회했고, 미국과 태국이 각각 2억 4000만번, 2억 2000만번을 조회했다. 이밖에도 대만(1억 8000만번), 베트남(1억 7000만번)이 뒤를 이었고 연간 조회수 1천만번 이상을 기록한 국가가 21개국에 달했다. 이에 미치진 못하지만 아랍에미리트(480만번), 쿠웨이트(5만 7000번) 등 중둥국가가 포함됐고 바하마와 과들루프 등 생소한 국가도 있었다. 심지어 북한에서도 188번 케이팝 동영상을 봤다.

싸이 현상이 주목 받는 것은 현지화가 이뤄지지 않은 한국형 대중문화가 소셜미디어를 거쳐 세계적인 트렌드를 선도했다는 데 있다. 한국어로 이뤄진 콘텐츠가 세계적인 상품 가치가 있고 수요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오랫동안 한국어 교육의 확산을 연구해온 학계로선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지점이다. 오문영 박사는 논문에서 헤이노덴 핀란드 뚜르꾸대학 박사(유엔미래포럼 핀란드 대표)의 말을 인용해 “미래의 교육은 소셜미디어로 습득하며 프로슈머로서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할 내용을 친구나 동료들이나 반 학생들과 협업해 만드는데, 이러한 싸이 현상은 앞으로 수많은 학생들이 소셜미디어로 부상하는 인물로부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며 싸이가 말하는 것이 철학이 될 수도 있고 교육 콘텐츠가 될 수도 있다. 특히 싸이의 홈페이지나 강남스타일 유튜브에 교육기관과의 링크를 걸어 둘 경우에는 그 사이트가 엄청난 힘을 가지고 부상하며 교육의 질서를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한류의 교육적 효과는 실제로 어느 정도일까. 2000년대 후반 학계가 신한류로 분류한 케이팝의 소셜미디어를 통한 유통구조가 확인된 뒤 국내 외국인 유학생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2003년 1만 2314명에 그쳤던 외국인 유학생 수는 신한류가 본격화된 2007년 후반부터 증가해 2007년 4만 9270명, 2008년 6만 3952명, 2009년 7만 5850명, 2010년 8만 3842명, 2011년 8만 9537명으로 폭증했다. 신한류의 등장과 외국인 유학생 수 증가의 관계는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의 국내 외국인 유학생 대상 한류조사에서도 드러난다. 일본 유학생 200명을 대상으로 이 재단이 조사한 결과 61.5%가 유학 선택 시 한류의 영향을 받았다고 응답한 것이다.

이 때문에 교육부는 지난해 출범한 K-MOOC(Korean Massive Open Online Course)에 한류를 통한 동기유발을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 교육부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한류를 활용해 한국어강좌와 한국문화강좌, 한국경제발전사, IT강좌 등을 영어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K-MOOC의 한류 활용 방식이 통할지는 미지수다. K-MOOC가 출범 당시부터 ‘내수용’으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K-MOOC는 해외 유수의 MOOC 플랫폼에 대응하면서 국내 MOOC 플랫폼의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주요 타깃은 국내시장이다. 교육기회가 부족한 계층에게 폭넓은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국가적으로 평생교육환경을 조성하는 게 목표다. 이 때문에 2017년까지 국내 교육시장 정착에 주력할 방침이며 오는 2018년부터 국제화 시도를 본격화한다.

전문가들은 한류가 단순히 동기부여의 측면에서만 소비되는 점은 극복할 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한류 자체를 교육적 콘텐츠로 자연스럽게 전환하는 전략이 수립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각종 학문을 가르치고, 채용시장의 최종관문으로 여겨지는 국내 고등교육이 한류를 활용한 교육영토 확장을 꾀하기 위해선 한류를 다른 강의나 학문으로 끌어들이기 이전의 동기부여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교육이 가능한 콘텐츠로 변용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어교육이다. 오랫동안 한국어 확산에 고심해온 관련 학계는 신한류가 등장한 뒤 실제로 교육에 도움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문영 박사는 논문에서 “NHK 한글 강좌의 경우 2PM이 등장하고, K-Pop 드라마 등 한류 관련 내용이 작년보다 강좌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되면서 4월부터 시작한 2012년 강좌 교재 판매량은 2011년 동기 22~24만부에서 2012년 26만부 정도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현황은 NHK 한글 강좌의 경우 한류 중심의 프로가 되고 나서 확실히 판매량이 증가했다는 점에서 한류 영향으로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학습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문영 박사는 또 한류로 인한 교육효과를 분석하며 ‘한류 기반 잠재적 학습자’를 새롭게 정의했다. 그에 따르면 한류 기반 잠재적 학습자는 한류 현상을 기반으로 나타난 잠재수요로, 한국 문화에 대한 호감으로 한국어를 배울 가능성이 높은 자다. 이들은 특히 학습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콘텐츠가 주어진다면 실질적인 학습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고, 스마트한 전자기기를 활용해 일상생활을 하며 한류 콘텐츠를 즐기고 있어 MOOC 등에 접촉할 확률도 높아 우선적으로 교육영토 확장의 대상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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