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문가 없어…“고용부 지원 프로그램에도 배제” 불만 토로

[한국대학신문 천주연 기자] NCS 기반 교육과정이 안정기에 들어섰다는 평을 받고 있는 전문대학가에서는 이제 ‘역량평가’에 주목하고 있다. 교육과정 개발과 운영 등은 어느 정도 안착이 된 만큼 앞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역량평가’라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대학 교수들이 이에 대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은 거의 없을뿐더러 고용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교육 프로그램조차 전문대학이 배제돼 있다는 지적이다.

■NCS 기반 교육과정 개발·운영 ‘안착’…역량평가 ‘부족’ = 전문대학은 지난 3년간 NCS 기반 교육과정 도입을 통해 학습자들에게 역량을 기반으로 한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있다. 이에 교수자들에게도 학습자들에게 필요한 역량을 정의, 선정하고 전달하며 그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능력이 요구되고 있다.

그 가운데 역량평가는 NCS에서 제시된 능력을 수행준거에 비춰 학습자가 무엇을 얼마만큼 알고 수행하는지 여부를 측정하는 평가를 말한다. 다시 말해 각 교육과정에 세워진 학습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마련된 여러 수행준거들을 학습자가 얼마나 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객관적인 도출근거를 가진 교육과정 개발, 엄격한 질 관리 등은 전문대학이 NCS 기반 교육과정을 도입하면서 이뤄낸 성과다. 반면 역량평가에 대한 부분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NCS 기반 교육과정의 개발·운영의 틀을 만들어 잘 운영한다 하더라도 평가 틀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흐지부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A전문대학 교수는 “서술형, 프로젝트형 등 다양한 방법을 평가에 활용해야 하는데 전반적인 정보가 부족하니 교수 개개인이 알음알음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제 교수법과 역량평가 등 두 축이 녹아들 때 비로소 NCS 기반 교육과정이 완성될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고용부 프로그램, 전문대학은 NO? = 그러나 전문대학 교수들은 이에 대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거의 없다고 토로한다. 국내에서 이를 가르칠 수 있는 강사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교육 프로그램마저도 전문대학은 배제돼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고용부에서는 직업능력개발훈련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NCS 기반 평가역량 강화 과정’을 한국기술대 산하 직업능력심사평가원에 개설해 운영 중이다. 1박 2일 일정으로 진행되는 이 과정은 △NCS 기반 평가의 개념 △NCS 개념과 NCS 기반 훈련과정 편성 점검 △NCS 기반 평가계획 수립 △NCS 기반 평가도구 개발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한국폴리텍대학에서도 교수자의 역량에 대한 체계적인 평가계획, 운영, 성과관리에 대한 교육 및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호주 시드니 TAFE와 연계한 ‘NCS 기반 내부역량평가사 양성과정’을 통해서다. 지난해에만 100명을 목표로 호주에 연수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B전문대학 교수는 “고용부에서 역량평가와 관련된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지만 고등직업교육기관인 전문대학 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은 없다”며 “심지어 한국폴리텍대학에서 운영하는 양성과정의 경우, 교육자료 등을 보고 싶어도 교번을 입력해야 해 접근조차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개별 대학·전문대교협 등 자구책 마련…정부 차원의 지원 이뤄져야 = 전문대학들은 자구책으로 개별 대학 수준에서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인천재능대학이 있다. 이 대학은 영국문화원과 협력해 영국의 직무능력평가사 과정 중 유닛 1 교육과정을 진행한다. 지난 2015년부터 2년째 운영 중이다. 이 과정에는 이 대학 교수뿐만 아니라 다른 전문대학 교수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열어뒀다. 첫해인 2015년에는 이 대학 교수 10명, 타 대학 교수 13명 등 20명 넘게 참여해 이수했다. 그 이듬해에는 두 개 반이 꾸려질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도 전문대학가의 요구를 받아 올 여름부터 역량평가 중심의 연수 과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연수 프로그램은 교육과정의 개발에서 평가까지 다룰 예정이다. 특히 평가계획, 역량평가, 평가 타당성 검토 등에 방점을 뒀다. 다음 주중 각 전문대학에 수요조사 공문을 보낼 계획이다.

오상조 전문대교협 연수부장(동양미래대학 교수)은 “그동안 나름대로 역량평가에 대한 연수를 해왔지만 사례 발표 수준에 그쳤다”며 “올여름에 전문대학 교수 중 일부를 시범적으로 호주에 연수를 보낼 계획이다. 이들을 강사로 활용, 개별 전문대학에 전파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전문대학에도 정부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C전문대학 교수는 “NCS 기반의 고등직업교육 체계 고도화에 따라 역량평가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교육품질 관리와 성과 창출을 위해 전문대학 교수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역량평가 관련 연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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