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학 교육역량 발전 위한 다양한 사업 목적사업 설계가 더 유리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특성화전문대학 육성(SCK)사업 후속사업은 학생교육에 초점을 맞춰 재정지원을 늘리는 형태로 논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SCK사업이 전문대학 재정에 보탬은 됐지만 정작 교육역량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는 반성이 앞선 평가다. 일부 전문가들은 SCK라는 ‘브랜드’에 국한시킬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냈다.

SCK사업은 대학의 강점 분야를 특성화해 대학이 경쟁력을 갖도록 교육부가 학부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재선정평가를 거쳐 현재 83개 대학이 선정돼 지원을 받고 있다. 2014년 처음 사업이 시작돼 2018년까지 5년간 추진된다. 2014년 사업 착수 당시 교육부가 1조5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공언하면서 관심이 뜨거웠다. 사업 일몰을 1년 남겨두고 있어 전문대학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대학가에선 SCK사업이 전문대학의 체질변화를 이끌었다며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 이 사업은 지원대학 선정평가 과정에서 대학의 기본역량평가와 특성화 계획평가를 실시했고 연차평가를 통해 매년 대학의 여건을 점검해 질적 제고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직군별 직무역량을 분석한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전문대학 교육과정에 전면 도입하도록 유도해 교육적 변화도 이끌었다. 산업현장의 직무를 강조한 NCS를 도입함에 따라 기존의 전문대학 교육보다 현장에서 필요한 역량이 더욱 강조됐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는 SCK사업의 후속사업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예산에서 SCK사업 예산이 삭감됐음에도 불구하고 후속사업 시행에 전문대학 관계자들이 낙관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도 이 연구에 기대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성과가 사실 SCK의 목적과 정확하게 부합하는지는 의문이다. 현장실무와 관련된 교육은 사실 이전부터 추진돼온 산학협력 정책기조와 크게 다르지 않다. NCS를 무리하게 도입하도록 강요하면서 발생한 전문대학 내부의 혼란도 빼놓을 수 없는 부작용이다.

특히 NCS를 둘러싼 평가는 논쟁적이다. 능력중심사회를 만들자는 NCS의 취지에는 이견이 없지만 약 4년간의 짧은 시간에 전문대학의 NCS 도입률을 높이기 위해 SCK를 이용했다는 비판도 많다. 대학의 특성화가 우선됐어야 했지만 NCS 도입과 활용을 선정평가 과정에서 높게 배점을 할당하면서 주객이 전도됐다는 것이다.

한 전문대학 기획처장은 “SCK사업은 당초 시행 초기부터 세부적인 목적은 없었고 전체적인 대학의 중장기 발전계획인 특성화 계획을 점검했다. 각 학과나 지역 소재에 따른 영향을 분석하고 건학이념, 교육특성 등을 반영하기엔 무리였다. 그러다보니 일선 대학에서는 학과가 갖고 있는 일반적인 특성에 맞춰 사업을 준비해야 했다. 지역이나 건학이념을 고려할 수 없었다. 이렇게 추진되다보니 실제로 막대한 투자를 하고 난 뒤에도 목표했던 대학 간 특성화라는 효과는 얻기 힘들어졌다. 사업의 이름은 특성화지만 내용과 과정에선 특성화를 달성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대학들이 다소 두루뭉술한 형태가 됐다”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재정확대 기조를 유지하면서 SCK사업을 보다 다양한 방식의 사업으로 나눠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4년제 일반대학 지원정책 중에 학부교육선도대학 육성사업과 산학협력선도대학 육성사업, 산업연계교육 활성화 선도대학 사업 등 성격이 다른 지원사업들이 있어 대학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처럼 전문대학에도 다양한 성격의 사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전문대학의 교육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김영우 두원공과대학 교수는 “SCK사업에서 정작 학생들은 소외돼 있다. 교육은 교수의 자율성을 확보하되 교수가 교육역량을 제고하고 학생들을 보다 잘 가르칠 수 있도록 환경여건을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 최근 각종 지표관리가 대학의 중요한 업무로 등장하면서 성적 부여조차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NCS도 내용보다 도입률이 더 강조됐다. 이렇게 도입된 NCS로 인해 잡음도 많았다. 지금은 취사선택할 수 있도록 했지만 본디 시작부터 산업계 요구가 담긴 NCS를 수업에 활용할 수 있게 고안하고 교수들이 수업의 자율성을 갖도록 했다면 잡음을 상당수 예방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주문식교육 등 NCS에 가려진 전문대학의 교육방식을 세밀하게 지원하는 사업도 요구되고 있다. 박기엽 부산과학기술대학 기획처장은 “SCK는 분명 학생의 자격증 취득이나 기업과 대학의 산학협력, 공동 교육과정 운영 등을 지원해 성과를 냈다. 상당부분 전문대학의 교육여건과 질을 개선하는 데 기여했다고 본다. 특히 재정적으로 어려움이 커져가는 상황에서 SCK사업을 통해 지원받은 지원금이 대학의 재정난을 해소해온 것이 사실이다. 물론 여전히 전문대학에 대한 지원이 턱없이 낮은 수준이라는 객관적인 사실은 변함이 없지만 SCK사업은 그나마 숨통을 트이게 해줬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러나 사업이 모두 SCK사업으로만 수렴될 필요는 없다. 전문대학이 갖고 있는 교육 방식 중 주문식교육이 있다. 이런 사업들이 상당히 교육적인 역할을 많이 한다. 학과맞춤형 교육에 가까운 형태다. 지역 특성이나 학과별 특성에 맞는 사업을 별도로 구상해 지원하면 보다 효과가 클 것이다. 현재 사회맞춤형 산학협력선도대학 사업이 유사한 형태로 시작됐지만 보다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학이 학생교육을 자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사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이어갔다. 박기엽 처장은 “학생교육을 지원할 때 국고지원사업은 제약이 많다. 많은 제한조치를 두기보다 자유롭게 대학들이 학과별로 지원할 수 있는 방향도 필요하다. 대학이 지역과 학과, 대학 특성에 맞는 사업을 개별적으로 설계해 지원하면 이를 검토해 지원하는 방향도 고려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전문대학가의 바람이 실제 정책에 어떻게 반영될까. 교육부가 말을 아끼는 사이 정치권에선 대학재정지원사업을 전면 재검토한다는 원칙적인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후보 당시 캠프의 공식 입장이다. 재정지원의 필요성은 인정하나 현재의 사업별 지원 방식은 대학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크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단기적으로 사업별 재정지원은 지속될 전망이다. 한 여당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을 성급하게 수정하면 현장의 혼란이 커지기 때문에 순차적으로 접근하게 될 것이다. 정책 재검토와 함께 문재인 정부의 색깔을 낼 정책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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