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시쳇말로 ‘기승전교부금법’이다. 상황 전개가 모두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으로 통한다는 얘기다. 국공립대 네트워크도, 공영형 사립대도 마찬가지다. 대학재정지원과 반값등록금도 교부금법이 정점에 있다. 대학의 체제를 뜯어고치고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결국 안정적인 재원마련이 필수적이다. 교부금법은 그 어려운 걸 해낼 수 있는 법이다. 그런데 정작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교부금법은 내국세의 일정비율을 고등교육 발전을 위한 재정으로 편성해 교육부를 통해 각 대학에 직접 교부하는 제도다. 시도교육청에 지방교육예산을 교부하고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이 모델이다. 현재 국회에는 내국세의 10%를 고등교육재정교부금으로 편성하는 법안이 제출돼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대선과정에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국공립대 네트워크와 공영형 사립대, 반값등록금을 실현시키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법이기 때문이다. 사실 제도의 도입이 없이 대학 관련 혁신을 진행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교육부장관의 인선이 늦어졌다는 것만으로는 설명이 안 될 정도로 논의가 실종됐다. 인수위원회 역할을 대행한다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접촉한 다수의 대학 관계자들은 교부금법 논의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사실 교부금법의 제정은 쉬운 일이 아니다. 기획재정부 설득이 난제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부담하는 내용을 갖고도 기재부와 한참을 싸웠다. 갈등은 최근에도 읽힌다. 국정기획자문위는 누리과정을 모두 국고로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정 여건과 국회 합의를 감안해 신중히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상황인데 고등교육재정교부금 제정은 더욱 난항일 수밖에 없다.

교부금법 제정에 대한 논의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국공립대 네트워크도, 공영형 사립대도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다. 국민들에게 왜 세금의 일부가 대학지원에 쓰여야 하는지 설득하는 과정을 먼저 밟아야 한다. 그리고 어디에서 그 돈을 끌어올 것인지 재원을 밝혀야 한다. 지금처럼 국공립대 네트워크와 공영형 사립대 사이에 잠복시킬 사안이 아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