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27시간 인사청문회 중 정책질의는 실종 … 결과보고서 채택 어려울 듯

국공립대 네트워크·공영형 사립대·대학 정책 들을 기회 없어
野 “논문표절 인정하고 사퇴하라” 輿 “사상검증 지겹다” 반복

▲ 김상곤 장관 후보자가 여야의 공방을 지켜보며 청문회 속개를 기다리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이재·천주연·김의진·이하은 기자] 1박2일 동안 치러진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야당의 거센 반발 속에 종료됐다. 유성엽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간사 간 합의를 빌미로 추가질의 없이 인사청문회를 종료했다. 여야가 김상곤 후보자의 논문표절 의혹과 과거 행적을 두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면서 김상곤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결과보고서 채택은 사실상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유성엽 교문위원장은 30일 오후 1시경 “추가질의가 있겠지만 간사 간 협의를 통해 12시, 늦어도 12시 30분에는 회의를 마치기로 했으므로 청문회를 종료한다”고 선언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이 거세게 반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번 청문회는 김상곤 후보자의 석·박사학위논문 표절 의혹과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 경기도교육감 재직 당시 김상곤 후보자의 발언이 주로 도마 위에 올랐다. 국공립대 네트워크와 공영형 사립대, 대학구조조정 정책 등 굵직한 교육계 현안은 다뤄지지 못했다. 수능 절대평가 전환과 EBS 교재 연계, 학생부종합전형 활용 등 입시관련 정책만 단편적으로 언급되는 데 그쳤다.

교육부의 부실한 자료 제출은 이번 청문회에서도 지적됐다. 앞서도 수차례 진행된 인사청문회와 국정감사 등에서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일부만 제공하는 등 의정활동을 방해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교육부는 이번 청문회에서도 김상곤 후보자에 대한 일부 자료를 제공하지 않아 청문회 정회의 실질적인 빌미를 제공했다.

유성엽 교문위원장은 “교육부의 부실한 자료제출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간사간 협의를 통해 교육부에 대한 법적 절차를 검토하고 인사청문회와 국회법 등의 법·제도적 미비 점을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문회 종료 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자유한국당은 일제히 성명서를 발표하고 문재인정부와 김상곤 후보자를 비판했다. 송기석 국민의당 간사는 “김상곤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논문표절 문제에 대해 당시 기준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에서 연구부정행위가 아니라고 했으므로 표절이 아니다고 주장하며 논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표절 문제가 매끄럽게 해명되지 못한 상황에서 아무런 반성과 사과없이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는 모습에서 심각한 우려를 가질 수밖에 없다. 장관이 됐을 때에도 지금과 같은 모습을 보인다면 어떤 정책을 추진한다고 한들 교육당국을 신뢰하겠는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고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 석사논문 135곳 박사논문 44곳 출처표시 없어= 야당은 청문회에 앞서 김상곤 후보자가 석·박사학위 논문을 표절했다며 이를 기반으로 교수가 돼 다른 대외활동을 이어간 것은 ‘거짓인생’이라고 비난했다. 청문회에서도 이런 기조를 이어가 29일 오전 청문회 시작을 앞두고 국회 교문위회의실 앞에 논문표절 의혹이 제기된 문건을 복사해 부착하기도 했다.

이종배 자유한국당 의원은 “김상곤 후보자가 1982년 쓴 석사논문을 연구부정행위 검증 전문 민간기관인 연구진실성검증센터에서 분석한 결과 표지와 목차, 참고문헌페이지, 국·영문 결어와 요약본을 제외하고 남은 119면 중 47면이 표절로 밝혀졌다. 일본 논문 3편에서 119곳, 한국 논문 3편에서 16곳을 출처표시나 인용 따옴표 없이 쓰거나 번역만 해서 그대로 갖다 붙였다”며 “이를 학자적 양심을 걸고 표절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김상곤 후보자는 사람의 양심이 없는 사람이다. 당장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은 또 박사학위 논문도 국내 4개 문헌 20곳과 일본 5개 문헌 24곳을 정확한 출처표시 없이 사용했다며 표절을 즉각 사과하고 사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기석 의원은 “후보자는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의 검증결과 연구부정은 아니고 연구부적절행위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서울대는 규정상 표절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그러나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에 따르면 표절은 일반적 지식이 아닌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출처 표시없이 활용해 자신의 창작물인양 인식하게 하는 행위로 정의한다. 김상곤 후보자의 논문은 표절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김상곤 후보자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모두 표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두 논문 모두 표절의 개념이나 윤리규정등이 마련되기 전에 작성됐을 뿐만 아니라 최근의 잣대로 적용해봐도 연구부정이 아닌 연구부적절이라는 것이다. 김상곤 후보자는 “당시 경영학계의 논문작성 지침과 기준, 관행에 따른 것으로 표절을 하지 않았다. 당시 학계에서 쓰였던 포괄적 인용을 통해 출처를 밝혔기 때문에 (박사학위 논문에 대해)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에서도 연구부정이 아닌 연구부적절이라고 한 것”이라며 “학자로서  양심의 가책은 전혀 없으나 최근의 기준으로 비춰볼 때 부적절한 연구행위가 있었다는 것이 인정됐고 수 차례 위원들이 지적하고 있는만큼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상곤 후보자의 석사학위 논문표절 의혹은 앞으로도 뇌관이 될 여지가 크다. 29일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장지영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장이 최근 제보를 접수받아 김상곤 후보자의 석사학위 논문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김상곤 후보자는 석사논문에 표절이 발견될 경우 사퇴하겠냐는 김세연 의원의 질문에 “사퇴까지 포함해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와의 비교도 논란이 됐다. 염동열 자유한국당 간사는 “김 후보자는 김병준 전 부총리의 논문표절 의혹 당시 거세게 사퇴를 주장했다. 내가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냐. 당시 김 전 부총리의 논문표절 의혹은 김상곤 후보자보다 경미했다. 양심이 없는 것 아니냐.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김상곤 후보자는 “김 전 부총리는 제자의 논문을 표절해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게 당시 의혹이라 저의 의혹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강변했다.

▲ 국회 교문위 청문회 모습

■ “김 후보자는 사회주의자” vs "사상검증이 웬 말“= 자유한국당이 김상곤 후보자의 과거 행적을 문제삼으면서 이른바 사상검증도 부활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김상곤 후보자의 전태일사이버노동대학 총장 재임시절의 언행을 비롯해 주한미군 철수 성명에 서명한 것과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한 것 등을 지적하며 김상곤 후보자를 ‘사회주의자’라고 지목했다.

염동열 자유한국당 간사는 “사회주의를 상상하자고 후보자가 사이버노동대학 총장 당시 말했다. 상상은 희망과 꿈, 도전 등과 연관된 말이 아닌가. 마음속에, 머릿속에 있는 생각, 잠재된 꿈 등으로 해설할 수 있다. 김상곤 후보자는 사회주의를 상상하자고 했는데 이런 분이 교육부 장관이 되면 대재앙이 온다. 머릿속, 마음속에 사회주의를 상상하는 사람이 교육부 수장이 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도 “사이버노동대학 총장 당시 사회주의 12대 강령을 가르쳤다. 베네수엘라와 쿠바 등 중남미 좌파정권의 모델을 가르친 것이다.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거다. 12개 강령을 보면 모두 헌법을 부정하는 내용이다. 특히 강령 중 교육혁명을 살펴보면 학생들을 사회적 실천가로 길러내는 것이라고 서술하고 있다. 경기도교육감 재직 당시 추진한 학생인권조례 제정도 청소년의 사회적 활동을 장려하고 사회적 실천가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헌법을 부정하는 사람을 장관으로 앉혀도 되느냐”고 비난했다.

같은 당 이장우 의원도 “국가보안법을 태어나서는 안될 악법이라고 하고, 주한미군은 만악의 근원이라고 한 성명서에 서명했다. 사회주의를 지지하거나, 동경하거나, 혹은 사회주의자인가. 본인은 자본주의경영학자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사회주의자다. 거짓말하고 있다”고 거칠게 몰아붙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사상검증으로 흐르고 있다며 차단에 주력했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상곤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면서 교육격차에 대한 견해와 해소방안,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교육정책 비전을 머리를 맞대 논의하고 싶었다. 또 박근혜정부의 대학적폐 중 하나인 대학의 자율성 위축을 어떻게 극복할지, 자사고·외고 문제를 어떻게 매듭을 풀지 논의할 게 산적하다. 근데 지금 후보자더러 사회주의자다, 혁명가다 식의 질문이 나온다. 이미 사회주의든 공산주의든 대한민국은 체제경쟁에서 승리했다. 박물관에 들어가 있을 논리를 갖고 국민들이 지켜보는 인사청문회에서 교육부장관 후보자를 압박하는 게 온당한 청문회인가”라고 비판했다.

■ 정책질의 ‘수능’ ‘교육격차’ ‘학종’ 일부에 그쳐= 차수까지 변경해가며 1박2일간 27시간에 걸쳐 진행된 청문회지만 정책질의는 거의 없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논문표절과 사상검증에 집중하면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만 일부 정책을 점검하는 데 그쳤다.

국공립대 네트워크와 공영형 사립대 등 굵직한 대학체제 개편을 비롯해 대학재정확보 등은 단편적으로 다뤄졌다. 김상곤 후보자는 대학 공공성 회복과 서열화 타파를 위해 9개 지역거점 국립대를 집중 육성하고 공영형 사립대 30곳을 지정하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김상곤 후보자는 문재인정부가 공약으로 내세운 수능 절대평가는 오는 8월까지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수능 절대평가로 입시의 변별력이 없어질 것이란 우려를 알고 있다고 답한 김상곤 후보자는 8월까지 각계 의견을 수렴해 수능 절대평가 전환을 포함한 2021년 대입 수능 개편 방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EBS와 수능을 연계한 정책도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