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팀 실무자, 2010년부터 관행이었다고 대학 자체 진상조사위에 진술

▲ 17일 본지가 입수한 중앙대 본부의 QS사건 자체 진상조사보고서 원본.(사진=김정현 기자)

대리 입력해도 매년 지표 떨어지자 응답 수 4배 늘리기로
국내언론사‧THE평가 동시 준비 부담감에 자동입력 프로그램 사용
프로그램 제공자‧명의 차용 경위 '오리무중'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중앙대가 적어도 2010년부터 실무자의 가족‧친지 또는 임의의 명의를 차용해 쿽퀄래리 시몬스(QS) 세계대학평가 기업체 평판에 유리한 결과가 나오도록 관리했으며, 5731건에 달하는 응답 후보자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해두고 지난 3월 QS 평가 조작에 활용했다는 자체 조사 결과가 드러나 파문이 예상된다.

지난 17일 본지가 입수한 중앙대의 ‘QS사태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조작 관계자인 평가팀 A 전 차장과 B 전 팀장은 대학의 자체 진상조사 과정에서 이 같이 진술했다. 대학본부가 꾸린 이 조사단은 사건과 직접 연관되지 않은 대학본부와 직원 대표, 교수‧동문‧학생 대표 각 1인으로 구성돼 있다.

■ 명의 차용해 대학에 유리한 응답 대리 입력, 실무자는 “관행이다”= 보고서의 관계자 면담 내용 녹취록을 보면, 중앙대 평가 담당 실무자인 A 차장은 작년도 QS 평가에서 중앙대를 선호한다고 답한 응답 100건 중 20~30%는 자신과 직속 상관인 B 팀장의 가족‧친지의 동의를 구하고 이들의 명의를 활용했으며, 남은 70~80%는 임의로 명의를 차용해 A 차장이 직접 대리 입력했다고 진술했다.

해당 지표는 QS 평가에서 가중치 10%를 차지하는 기업체 평판(Employer Reputation) 점수 산정에 활용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각 대학은 기업계 평판 조사를 위해 QS 국내 대행사인 조선일보사에 기업에서 추천받은 조사 대상자 후보를 400명씩 제출하며, QS측이 이들에게 이메일을 발송해 설문조사를 벌이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조사위는 QS 측이 ‘QS 인텔리전스 유닛’ 홈페이지를 통해 누구나 설문에 응답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이 같은 ‘개방형’ 응답 과정에서 작성자가 누구인지 확인하는 사전 절차가 존재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QS가 언제 평가방식을 바꿨는지, 추가한 것인지는 보고서에 나와 있지 않았다.

B 팀장은 “직을 맡은 2010년 이후 현재까지 부분적으로 가족이나 지인 등의 명의를 차용해 설문을 대리 입력하는 것은 관행”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QS평가 기업체 평판 점수가 2013년부터 작년까지 연속 하락하자, A 차장은 ‘독자적 의사결정’으로 올해 평가에서 중앙대에 유리한 평가 응답 수를 400건으로 높이겠다는 의사결정에 도달했다고 보고서는 적고 있다.

■ 매크로 프로그램 구동 중 파일 잘못 선택해 적발= A 차장은 지난 3월 18일까지 SW중심대학 사업제안서를 작성하는 동시에 국내 모 신문사의 000대학평가, 영국 타임스고등교육(THE) 세계대학평가 준비를 동시에 수행하면서 설문조사 입력에 필요한 시간이 1주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고, 과도한 업무 부담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답했다.

이에 A 차장은 지난 3월 18일 전에 지인에게 대리 입력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문의했다. 의뢰를 받은 A 차장의 지인은 QS 인텔리전스 유닛 홈페이지에 접속 후 자동으로 설문조사에 응하도록 하는 자동화 프로그램(매크로)을 제작, SW중심대학 사업제안서 작업을 마친 A 차장에게 건넸다.

진상조사단은 A 차장의 지인이 중앙대 학생이나 직원이 아니라는 점은 확인했으나, 누구인지에 대해서 밝히지는 못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3월 18일부터 27일 사이, A 차장은 직속 상관인 B 팀장에게 보고 후 기존에 수집해 둔 5731명의 인적사항 데이터베이스에서 400명을 선별해 별도의 파일을 마련했다고 진술했다. 지난 3월 27일 프로그램 구동 시 400명의 인적사항이 담긴 파일을 올리려 했으나 실수로 5731명의 인적사항이 담긴 파일을 잘못 선택해 5731건의 모든 응답이 0.1초 단위까지 일치하는 패턴으로 입력됐다. A 차장은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3월 30일 또는 31일에 B 팀장에게 “잘 끝났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QS측은 한 달여 뒤 두바이에서 열린 QS 컨퍼런스에 참석한 중앙대 관계자에게 부정행위 적발 사실을 통보했다. A 차장과 B 팀장은 7일(또는 8일) 열린 긴급 회의에서 조작 사실을 시인했다고 보고서는 서술하고 있다.

■ 조사위 “평가 심리적 압박‧과도한 업무부담 원인”…풀리지 않는 의혹은? = 조사위는 종합 의견에서 이번 QS 조작 사건의 직접적 원인으로 대학평가에 대한 실무자의 심리적 압박과 과도한 업무 부담을 꼽았으나 풀리지 않는 의혹은 남아있다.

조사위는 기업계 평판 지표가 일종의 설문조사, 투표라면서 “실무자로서는 응답률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호소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봤다. 이는 대리입력이라는 방법을 관행처럼 사용한 것도 정상참작이 가능하다고 해석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사위는 “고유업무는 물론 다양한 업무들이 폭주하며 반복되는 야근과 밤샘근무가 이어지며, 업무를 완수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다 극한 상황에서 판단 착오에 이르게 될 높은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평가지표를 높이기 위해 명의를 차용하고, 이를 위해 관행처럼 5800여 명에 달하는 인적사항을 관리하고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준법감시의 기능은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관계만 적었고, “유사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 대책을 강구해 구성원들에게 공지”하도록 제언하는 선에 머물렀다.

자동화 프로그램을 제공한 A 차장의 지인이 누구인지 밝혀내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 제보자는 대학본부 조사위가 "내부인이 아니"라는 실무자의 주장만 듣고 외부인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의혹을 해소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본지는 중앙대와 실무자의 해명을 듣고자 B 팀장과 대학 측에 연락했으나 “지금은 답변해 줄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A 차장은 소재를 파악할 수 없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