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무서 기자

[한국대학신문 구무서 기자] 문재인 대통령 출범 100일을 즈음해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직무수행 긍정률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78%를 기록했다. 반면 교육 분야에 대한 긍정 평가는 35%에 그쳤다. 교육 분야만큼은 지난 정부들에 비해 개선된 것이 없다는 방증일 것이다.

새 정부 출범 후 100여 일이 지난 지금까지 고등교육 정책 행보를 보면 아쉬움이 진하다.

금세 임명장이 발부될 것 같았던 9개 국립대는 오는 2학기도 총장 없이 개학을 맞이하게 생겼다. 9개 대학 중 일부 대학은 구성원이 합의를 통해 1, 2순위 후보자를 선출했지만 정부가 적절한 이유 없이 1순위자를 배제하거나 아예 임용을 지연시켰다. 이 과정에서 전 정권의 비선 실세들이 개입했다는 후문도 들려온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총장 선출의 자율권을 보장하겠다”고 했지만 임용 지연 소송건에는 “대법원에 계류 중”이라는 이유로 한 발 물러섰다.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며 인하를 촉구한 입학전형료 역시 대학의 목소리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교비까지 끌어쓴다”는 대학들의 하소연에도 교육부는 대학 간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전체 대학에 일괄적으로 입학전형료 인하를 사실상 밀어붙였다. 입학전형료 인하로 인한 재정손실과 입학전형 전문성 약화에는 특별한 언급이 없는 상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대학에서 줄곧 동점자 처리의 어려움을 호소해왔지만 전면적‧단계적 차이만 있을 뿐 결과적으로는 절대평가 체제인 1, 2안만 제시됐다. 현행 유지 혹은 상대평가 확대 등 ‘반(反)절대평가’는 아예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도 못했다. 정부가 생각하는 ‘정답’으로 대학을 끌고 가겠다는 모양새다.

이는 지난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정부는 대학의 재정적 한계가 명확하게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등록금을 동결 혹은 인하하는 정책을 폈고 그에 따른 재정 손실에는 무관심했다. 지원과 평가에서 대학별 차이를 고려해 달라는 외침에도 귀를 닫았다. 대학에서 경쟁력이 오히려 악화된다며 반대했던 특수목적재정지원사업도 전 정부는 ‘정답’이라며 밀어붙였다.

진보와 보수를 떠나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대학들은 지원과 자율을 희망했지만 그 희망이 제대로 닿았던 적은 없다. 어떤 정부든 대학을 통제하려 들었고 지원에는 소극적이었다.

적폐의 사전적 의미는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관행, 부패, 비리’다. 통제와 소극적 지원이 그동안의 관행이었다면 이 역시 적폐라고 볼 수 있다. 적폐 척결이 문재인정부의 기조인 만큼 오랫동안 대학에 뿌리내린 지원과 자율 문제도 해결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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