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재 전국폐교대학교권수호를위한교수연합회 대표(전 성화대학교 교수)

최근 폐교명령을 받은 서남대는 대표적인 ‘교육 마피아’의 손아귀에 있었다. 2012년 무려 1004억원 횡령 혐의로 구속돼 복역 중인 이홍하씨는 5개 대학을 설립해 비리를 일삼아 왔다. 설립자의 비리 행위로 대학은 곪아 왔지만 20년 넘도록 지도·감독기관인 교육부는 그 책무를 다하지 않더니 서둘러 폐교를 명령했다.

부실대학의 폐교 드라이브는 점점 가속화되는 중이다. 이명박정부의 대표적 고등교육 적폐로 손꼽히는 6개 대학 폐교조치는 밀어붙이기식에 불과했다. 본격적으로 대학 구조조정을 추진하기 위한 시도였던 것이다. 새 정부에서도 3개 대학이 폐교명령을 받고 문 닫을 날을 기다리고 있다. 정부는 부실대학의 문제가 사학 소유주와 비호세력의 횡령으로부터 시작됐다는 것을 간과했다. 덕분에 사학비리에 책임이 없는 학생과 교직원·교수들만 학업을 중단하거나 실직상태에 놓이게 됐다.

물론 폐교 이후의 상황을 위해 대안을 마련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뒤, 대학 운영자의 교비횡령이나 회계부정 등 비리로 폐교되는 대학의 잔여재산을 국고로 귀속하는 개정안이 겨우 발의됐다. 이 법안은 지난해 12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다. 하나는 법사위요, 또 하나는 본회의 통과다. 여야 정치권은 지록위마(指鹿爲馬), 즉 ‘사슴(鹿)을 가리켜 말(馬)’이라고 하는 어처구니없는 논쟁으로 법안을 지연시키고 있다, 국민혈세로 이뤄진 국비와 학생들이 낸 등록금(교비)을 사슴(鹿)이라고 가리킨다면, 불법으로 축적한 재산을 사유재산이라는 말(馬)로 위장하려 하고 있다. 이것은 폐교대학의 피해 당사자인 학생과 교직원은 물론 국민마저 안중에도 없는 정치적 수사(修辭)다.

‘국고환수법’은 국가가 불법과 탈법으로 획득한 재산마저 보호해야 할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발의됐다. 사학재단의 이사(총장)나 이사장이 교비와 국비를 횡령함으로써 대학 부실을 자초했고, 수많은 학생과 교직원들이 학업을 중단하거나 실직상태에 이르는 등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봤다. 정부와 정치권은 불법사학 재단의 이사(총장)나 이사장에게 그 책임을 물어 불법으로 축적한 잔여재산을 국고로 환수해야 한다. 더불어 그 재원은 학생과 교직원들이 당한 피해를 보상하는 데 사용돼야 할 것이다.

일부 야당 측에선 학교법인 설립당시 출연한 재산이 사유재산이라고 주장한다. 설립 이후에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서 그 돈을 국가 및 공익재단으로 귀속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학 운영 과정에서 설립자의 재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5%도 안 된다. 대부분의 재정은 학생들의 등록금이나 국민혈세로 조성된 국비지원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법안 통과의 발목을 잡고 있는 일부 야당은 비리사학의 비호세력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동안의 폐교조치로 인한 학생 특별편입학률도 44% 정도에 그쳤다. 과반이 넘는 학생들이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고 고등교육기회를 박탈당한 셈이다. 법안 통과 이후에는 정부가 밀어붙이기식 폐교조치로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은 교원들의 신분 회복과 금전적 피해보상을 위해 노력할 때다. 여야 정치권은 그 서막에 불과한 ‘국고환수법’에 대해 더 이상 불필요한 논쟁을 멈추고, 이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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