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선정 규모 3:2, 2:1, 4:1로 전문대학 비율 턱없이 적어

전문대학 국·공립수 일반대학의 약 1/4 수준…“직업교육부터 공영형해야”

▲ ‘공영형 사립대학 육성 방안 토론회’가 지난달 22일 한국방송통신대에서 열렸다. (사진 = 김홍근 기자)

[한국대학신문 천주연·김홍근 기자] 공영형 사립대학 정책연구가 다음달이면 마무리된다. 공영형 사립대학은 문재인정부가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무성을 강조하며 내세운 주요 교육공약인 만큼 대학가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정책연구단이 지난해 12월 22일 한국방송통신대 본관에서 개최한 연구 진행상황 발표 및 의견수렴을 위한 ‘공영형 사립대학 육성 방안 토론회’에 참석했던 전문대학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우려와 불만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교육부정책연구단이 중간발표한 안에 따르면 전문대학의 공영형 사립대학 예산이나 선정규모가 일반대학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대학 관계자들은 “일반대학 중심으로 정책연구가 이뤄진 것 아니냐”면서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국가 책무성 강화를 위해서라도 공영형 사립대학은 전문대학에 우선 지원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영형 사립대학 연구 중간발표…2가지 운영 시나리오 제시 = “우리나라는 사립대학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아 대학들이 공공재로서 그 역할과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열악한 교육여건을 해소하고 미래 사회 변화에 대비한 고등교육 개혁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22일 열린 토론회에서 임재홍 책임연구자(방통대 교수)가 밝힌 공영형 사립대학의 필요성이다. 그는 “또한 한국의 경우 사립대학이 많아 대학의 서열구조가 강하며, 이는 초‧중등교육, 대학 입시 등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실”이라면서 “교육여건이 우수하면서도 격차가 크지 않은 명문 대학을 100여 개 육성할 수 있다면 그 효과는 대학 서열체제나 입시에도 긍정적 방향을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단은 이를 바탕으로 교육부가 의뢰한 공영형 사립대학의 개념 및 역할 거버넌스 개편 방안 등 주요 쟁점 분석 통한 대안 도출을 비롯해 △추진 체계 △지원 대상 및 규모 △지원 조건 등 운영방안을 연구, 이에 대한 중간발표를 진행했다.

추진 방식은 법제정 이전에 정책적 추진을 통해 우선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영형 사립대학 육성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선 법률을 통한 추진 방식이 가장 확실하지만 법제정은 정치적 상황에 의존해야 하는 불확실성이 공존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사립대학 재정상황을 분석 및 필요예산을 추정한 뒤, 인건비 기준의 50%를 지원하는 시나리오 A방안과 교비예산의 50%를 지원하는 시나리오 B방안을 제시했다. 각각 시나리오를 1‧2‧3으로 나눠 지원 규모별 추정 소요 예산도 함께 분석했다.

선정방식에서는 대학의 공공성을 강조했다. 필수적으로 정비해야 할 자격요건과 교육 발전요건 등을 충족해야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자격요건에는 △대학 지배구조 변경안 △정상적인 고등교육기관으로서 발전가능성 △학교지배구조의 변경 △대학의 사회적 책임성 확보 등이 있으며, 교육 발전 요건으로는 △학부 교육 여건 △교수학습 여건 △대회 협력 네트워크 구축 △사회공헌 및 산학협력을 포함했다.

특히 비리‧부실대학 예외요건에 대한 부분에서 비리‧부실의 문제가 있지만 장기적으로 발전가능성이 있고 지역적으로 필요한 사립대학의 경우 요건을 일부 완화해서 적용할 것을 밝히기도 했다.

▲ 윤여송 인덕대학교 총장이 지정토론자로 참여해 전문대학 차별에 대한 입장을 전달했다. (사진 = 김홍근 기자)

■전문대학 “또 우린 뒷전인가” 분통 = 연구단의 중간발표에 전문대학가는 “또다시 차별이 반복되고 있다”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문재인정부가 직업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무성을 강조하며 공영형 전문대학 육성을 공약했던 것처럼 “이번만큼은 전문대학과 일반대학을 동등한 선에 놓고 적어도 같은 비중을 차지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연구단이 제시한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시나리오별 소요 예산 추정에서 전문대학의 비중이 일반대학에 비해 낮게 책정돼 있기 때문이다. 시나리오 A‧B안 모두 지원총액별 1‧2‧3 시나리오에서 일반대학과 전문대학 비율은 각각 3:2, 2:1, 4:1로 설정돼 있다.

정기철 대덕대학교 교수는 “전문대학 학생들이 일반대학 학생들에 비해 여러 가지 면에서 차별을 많이 받고 있다”면서 “학생 1인당 재정지원 금액만 보더라도 일반대학 학생이 전문대학 학생에 비해 1.75배를 더 받고 있는데, 왜 이러한 차별이 계속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그는 “상대적으로 학력과 소득이 낮고 교육의 기회를 덜 받은 학생들이 더 많은 전문대학 학생들이 대학에 와서도 차별받고 있는 현실”이라며 “공영형 사립대학 정책의 효과성을 위해서라도 이번에는 전문대학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해달라”고 강하게 호소했다.

윤여송 인덕대학교 총장도 같은 입장을 보였다. 윤 총장은 “공영형 사립대학의 첫 출발은 직업교육부터 공영형으로 하자는 것이었다”면서 “이를 통해 저소득층 자녀들의 교육 사다리를 만들어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그 후에 우리나라 사학의 거버넌스도 중등 교육처럼 공영형으로 바꾸자는 것이었는데 그 단계가 뒤바뀌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전문대학은 사립의 비율이 100%에 가깝다. 전문대학에는 국‧공립이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국가가 영향력을 행세해 공정성을 갖고 직업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이것을 사립이 하고 있으니 제대로 된 직업교육의 패턴을 만들어갈 수 없는 것”이라고 현재의 전문대학을 진단했다. 그렇기 때문에 공영형 사립대학은 전문대학을 중심으로 해야 하는 게 맞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의 국공립대학 비율을 조사한 결과 전문대학에서는 전체 137개교 중 8개교만이 국공립대학으로 약 5.83%에 불과하다. 반면 일반대학은 약 23.15%(203개교 중 47개교)의 비율을 보이면서 전문대학에 비해 약 4배에 달하는 수치를 기록했다.

연구단이 예산과 지원규모에 치중해 정책연구의 중간발표가 이뤄진 데 대해서도 윤 총장은 “정책연구는 어느 방향으로 가느냐가 중요하다”면서 “(정책연구가 예산이나 규모에 치중하면) 몇 개 대학들의 나눠 먹기식의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전문대학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임재홍 책임연구자는 “전문대학 비중을 지금보다 늘려야 한다는 의견은 합리적이라고 판단해 예산범위 내에서 늘리는 쪽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연구 진행 방향에 대해서도 “아무래도 예산을 주는 부서는 기획재정부이다 보니, 교육부도 관계부처 협의나 국회의 의견을 존중해 가면서 진행해야 한다”면서 “구체적인 안이 도출되려면 교육부에서 예산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을지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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