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식 인천재능대학교 기획처장

최근 공영형 사립대학 선정계획이 보도됐다. 19일 국회교육희망포럼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대학 경쟁력과 공공성 강화를 위한 재정지원 확대 방안’ 공동 세미나에서 2019년에 총 5곳(일반대 4, 전문대 1)을 선정해 연차별로 확대하겠다는 발표가 있었다. 묻고 싶다,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전문대학이 일반대학의 5분의 1이 돼야 하는지를.

전문대학은 그 동안 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unlevel playing field)에 서 있었다. 일반대학의 73.9%(2016년 재학생 1인당) 수준의 재정지원과 82.9%(2016년 기준)에 머물러 있는 등록금 등 열악한 재정과 국 하나에 의지했던 부족한 행정지원 상황, 그리고 수업연한 다양화 등을 통해 변화하는 직업교육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계획과 의지도 제도적으로 원천봉쇄돼 있었다.

최근 입학금 폐지 문제에서도 전문대학은 언론의 차가운 비판에 직면했다. 입학금 폐지가 야기할 후과가 일반대학과는 분명 다른데, 문재인정부의 입학금 폐지정책에 즉각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부정책에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고 호도했던 기울어진 언론지형도 있었다. 입학금 폐지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는 전제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전문대학이 재정적인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입학금 폐지를 합의하고도 입학금의 실비보전이 단순히 일반대학 비율보다 크다는 이유로 형평성 논란이 있다고도 했다. 입학금이 전체 등록금 수입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율을 기준으로 실비보존 비율을 합리적으로 산정했는데도, 그 근거가 불투명하다고 한 것이다.

전문대학은 여전히 냉대(冷帶)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 수십 년간 국가의 책무를 대신해 평생직업교육을 주도하고 청년실업 해소에 기여하며, 직업교육을 통해 국민들의 희망사다리 되는 궂은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제는 전체 직업교육의 틀 속에서 전문대학이 사명을 다할 수 있도록 새 판(frame)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출발점에 올 7월까지 수립하기로 한 직업교육 마스터플랜이 가로놓여 있다.

문재인정부의 국정과제 ‘평생·직업교육 혁신’ 중 하나인 직업교육 마스터플랜은 매우 절실한 사안이다. 급변하는 사회·산업적 지형에 비해 변화시점이 지나치게 늦지 않았는지를 걱정할 정도로 말이다. 평생교육과 직업교육을 통합적으로 이해한 것도 적절하다. 생애 주기별 직업능력 개발을 지원하는 학습복지(learning-fare)로 저출산·고령화사회에 고용복지(work-fare)를 보장하는 기초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평생직업교육 마스터플랜에서는 공언한 바와 같이, 전문대학이 고등직업교육의 허브기관으로서의 위상을 가지고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행·재정적 지원과 제도적 보완이 구체화돼야 한다. 최소한 기계적인 균형이라도 맞춰줘야 전문대학과 직업교육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그래야 직업교육 마스터플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직업교육 마스터플랜 수립에서 전제 혹은 지향점으로 삼아야 할 것은 능력중심사회 구현이다. 학벌이나 학력사회라는 담천(曇天)을 걷지 않고서 직업교육 마스터플랜은 빛 좋은 개살구일 가능성이 크다. 명문대학 중심, 스펙 위주의 기형적 채용방식과 임금구조의 불균형 등을 교정하지 않고 여전히 학력과 학벌이 능력과 실력을 압도하는 위계적 구조에서 직업교육은 늘 소외될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할 첩경은 직업교육 마스터플랜의 핵심 키워드에 ‘전문대학’이라는 네 글자를 선 굵게 적어놓는 것이다. 능력중심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전문대학이 직업교육의 영역에서 그 동안 수행해온 다양한 사회적 역할에 따른 효과와 중요성은 충분히 검증됐기 때문이다.

직업교육 마스터플랜을 통해 직업교육과 전문대학이 평평한 운동장에서 공정하게 경기를 치룰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직업교육정책에 대해 그동안, 자주, 빈 수레만 요란했던 말의 성찬(盛饌)이 난무했기 때문에 당초 5월 발표 예정이 미뤄진 것에 대해서도 직업교육 정책에 대해 부처 간 협의가 원활치 않은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그만큼 관심이 높다는 것이다. 더구나 ‘직업교육 마스터플랜 대국민 아이디어 공모’라는 형식도 국민적 관심을 환기하고 직업교육에 대한 인식 개선을 겸한 크라우드소싱(crowd sourcing)이라고 이해되긴 하지만, 왠지 하나의 이벤트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나친 경계일까.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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