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9일 정책평가, 14일 최종후보 3인 선정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제27대 서울대 총장선거에 참가한 예비후보자 5명이 24일 서울대 연건캠퍼스 의과대학 대강당에 모여 첫 공개 소견 발표회를 가졌다. 이번 발표회는 내달 7일과 9일 이뤄질 총장추천위원회와 학생‧교직원 등의 정책평가에 앞서 공약을 알리고 질의응답을 통해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마련됐다.

발표는 오세정 자연과학대 명예교수, 강태진 공대 명예교수, 남익현 경영대 교수, 이우일 공대 교수, 정근식 사회과학대 교수 순으로 진행됐다. 이름 순이나 후보 기호를 따르지 않고, 사전 추첨을 통해 발표 순서를 정했다. 

시간은 철저히 통제됐다. 후보마다 소견발표 20분과 질의응답 20분을 더해 40분씩 시간이 주어졌다. 발표가 끝나기 5분 전과 1분 전에는 표지를 들어 후보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음을 알렸다. 시간이 끝나면 경고음이 나오고 사회자가 추가 발언을 제지했다. 

후보마다 들고 나온 공약은 달랐지만, 큰 줄기는 존재했다. 서울대 법인화의 부정적 측면을 해소코자 법인화법을 개정하고, 자율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은 후보들로부터 공통 관측된 주제다. 학부교육 혁신을 목적으로 하는 기숙형 학부대학인 RC(Regidential College), 교원 수급 문제 해결을 위한 연봉인상도 거론됐다. 학부입시에 대한 개선방안도 비교적 많이 언급된 편이었다. 

발표회가 열린 장소 특성상 연건캠 과밀화 문제 해소를 위한 공약도 집중적으로 나왔다. 간호대를 관악캠으로 옮기는 방안에 대해서는 모든 후보가 한목소리를 냈다. 반면 연구력 향상 방안은 모든 후보가 관심을 가진 주제였지만, 방법론에 있어 다소 차이가 존재했다.

남은 선거 일정은 26일 관악캠 소견 발표회 이후 내달 9일 있을 정책평가 순으로 이어진다. 총장추천위원회 평가 결과와 학생‧교직원의 정책평가 결과를 25 대 75로 반영해 3명의 최종 후보자를 14일 선정‧발표한다. 26일 이사회가 마지막 면접을 진행하고, 다음날인 27일 최종후보 1인을 선출할 예정이다. 

■오세정, 6대 핵심과제 추진…“국회의원, 관리자로서 좋은 경험” =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오세정 후보는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로 법인화를 제시했다. ‘국립대법인 서울대 재정립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법인화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일각에서는 의원직을 너무 쉽게 내려놓았다는 비판도 가해지는 상황. 오 후보는 이를 오히려 강점으로 언급했다. 법 개정에 앞서 행해져야 할 “정부 국회 설득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의정활동 경험이 현안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학부형 기숙대학인 관악RC 도입을 계획하고 있음도 분명히 했다. 단, 대규모 시설을 신설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 후보는 질의응답을 통해 “고교 때부터 경쟁만 배우고 입학하는 신입생들에게는 RC가 필요하다. 신림동 고시촌이 없어지니 건물들을 매입해 작은 규모 기숙사 여러 개를 만드는 방안을 제안하려 한다”고 했다.

학부입시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정시확대 등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정부안을 따를 것인지, 다른 방법을 택할 것인지는 많은 사안을 검토해봐야 결정할 수 있다. 입학관리본부와 상의하고 의견도 모아야 해 지금 확실히 답하기는 어렵다. 1점 높은 학생을 뽑기 보다는 중‧고교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어야 한다는 원칙은 있다”고 오 후보는 답했다.

교직원 복지 공약의 관건인 연봉 인상에 관해 4년에 걸쳐 25%를 인상하겠다고 약속했다. 교원 연봉이 전국 50위권에 머물러 있어 우수한 신임 교원확보에 장애물이 되고 있어 미래를 위협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연구력 강화를 위해 SNU 10-10(텐텐) 프로젝트, 국가 씽크탱크 설립 등의 청사진을 언급했다. 텐텐 프로젝트는 10개 분야를 선정해 세계 10위 이내에 들게 만들겠다는 것이며, 씽크탱크는 국가 미래를 예측‧대비할 수 있는 큰 그림을 서울대가 그려내겠다는 포부의 발현이었다.

공약 달성을 위해 필요한 재정 마련방법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SNU 산학타운이다. 오 후보는 미국의 스탠퍼드대, 중국의 칭화대, 이스라엘 연구소 등을 예시로 들며 시흥캠과 평창캠에 벤처타운을 조성해 특허료 등을 얻음으로써 재정문제와 혁신성장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구상을 공개했다.

■강태진 스누글, 입학처 확대, C&D 등 ‘이색공약’…“교육총장 될 것” = 이어 발표에 나선 강태진 후보는 ‘실천적 리더십’을 보여주는 ‘교육총장’이 되겠다며 학부교육과 입시개선 등 교육에 관한 구체적인 목표들을 제시했다. 스누글 C&D전략 등 타 후보와 차별화되는 공약이 비교적 많은 점이 특징이다.  

특히 입시에 대한 계획은 다른 후보 대비 상세한 편이었다. 강 후보는 “입학본부를 입학처로 확대 개편하고, 입학위원회를 상설기구로 두겠다”고 공약했다. 나아가 “우리나라 입시정책의 기본 틀을 서울대가 제시할 것”이라는 구상도 밝혔다.

학부교육 개선 방법으로는 RC설립을 거론했다. 관악칼리지를 설립해 1년간 신입생 전원이 지식‧교양을 함양토록 하겠다는 것. “독립적 생활을 통해 능동적으로 학문을 습득할 수 있는 소양을 갖추도록 하겠다”는 배경에서다. 

연구분야에서는 연계와 개발(C&D, Connect & Develop)을 전략으로 제시했다. 이를 통해 다국적 기업 R&D센터를 유치하고 스타트업 플랫폼 역할도 수행하겠다고 했다. 장기연구가 필요할 시 해당 기간 소속을 옮겨 연구를 마칠 수 있도록 하는 f-lab도 강 후보가 제시한 연구력 강화 방안 중 하나다. 

‘스누글’은 여타 후보와 가장 차별화되는 대목이다. 스누글은 구글에 빗댄 용어로 서울대 고유의 지식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뜻한다. 강 후보는 “모든 서울대 지식을 빅데이터로 구축할 것”이라며 동문들부터 시작해 차츰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복지정책으로는 후보들 가운데 가장 높은 매년 7% 연봉 인상안을 들고 나왔다. 2004년을 끝으로 인상되지 않은 점을 볼 때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설명도 했다. 재원문제와 현실성에 대해 강 후보는 “첫 해 313억원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마련해 둔 구체적인 안을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익현, 5개 질문 기반 공약…“행정경험 기반 재정확보 자신” = 남익현 후보는 5개 질문에 기반한 공약들을 제시했다.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 배출 △세상을 바꾸는 연구 수행 △대학행정의 제 역할 △서울대가 바라는 법인화 △서울대에서의 행복 여부 등이 남 후보가 던진 질문들이다.

남 후보는 먼저 법인화 과정에서 온전히 확보하지 못한 자율성을 구성원들에게 약속했다. “7년이 지난 지금 세금 문제 등이 큰 부담을 주고 있다”며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자율성도 확보해 학문단위와 교직원에게 배분하겠다”고 했다.

입시 개선 전 인재상부터 확실히 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남 후보는 서울대 인재상을 ‘4C’로 제시하며 이러한 인재들을 키우기 위해 토론‧글쓰기를 통한 창의력 배양, 모든 학생에게 해외교류 기회 부여 등 교육혁신을 추진할 것을 약속했다.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시선을 제시하기도 했다. 남 후보는 “이제는 논문 수를 자랑하는 시대가 아니”라며 “새로운 분야를 여는 도전적 연구를 지원해야 한다. 연구석학제, 연구년 마일리지제, 연구집중학기제” 등도 도입할 것이라고 했다. QS 대학평가를 8년간 담당한 이력을 바탕으로 논문 편수 늘리는 경쟁에서 세계 학계를 리드하는 역할로 서울대가 변모해야 한다는 생각도 밝혔다.

연봉인상에 관해서는 유일하게 비율이 아닌 금액을 언급했다. 4년간 실질급여를 2000만원 이상 인상하겠다는 것. 남 후보는 “쌓아온 재정경험과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필요한 재원을 반드시 마련하겠다”며 “어린이집 의료혜택 교육비 등 생애맞춤형 복지도 지원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남 후보가 다른 후보와 차별화 되는 부분은 세밀한 내용의 행정 분야 언급이다. 기획처장 경영대학장 등 보직교수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남 후보는 “교육과 연구를 도와주는 시각에서의 적극행정과 총장이 책임지고 교직원이 행정의 주체가 되는 자율행정을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확보에 대해서도 남 후보는 비교적 상세한 구상을 밝혔다. “4년간 9200억원을 확보해 핵심공약을 빠짐없이 실천하겠다”고 했다. 발전기금 5000억원은 새로운 모금상품 개발, 잠재 기부자 발굴, 기존 네트워크 관리, 운용수익 최적화‧극대화 등을 통해 모을 수 있다고 봤다. 이외 정부출연금 2800억원, 개방형 교육사업과 산학 이노베이션을 통한 1400억원 확보 등의 계획도 제시했다. 남 후보는 “기획처장 당시 모금목표를 월등히 초과하고 정부 출연금을 연평균 8% 늘렸다”며 재정확보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우일, 주춧돌 놓기 7대 과제…“문제의 본질은 비전 부재” = 이우일 후보는 공약 실현을 위해 재정확보가 중요하다고 주장한 다른 후보들과 달리 재정문제는 본질이 아니라고 봤다. 

이 후보는 서울대를 ‘배’에 비유했다. “국회에서 예산만 받으면 해결될 것처럼 보는데 배에 기름만 많이 넣는다고 해서 똑바로 나가는 것이 아니다”라며 “비전 부재와 핵심가치 추구에 대한 전략 부재가 어려움”이라고 진단했다. 서울대의 현 상황을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지표인 외국인 유학생‧교수, 조교, 입학생 출신 고교 등이 모두 정체‧감소하고 있고, 오히려 한동안 재정이 증가했음에도 이러한 문제들은 악화됐다며 재정만이 문제 해결책인 것처럼 여겨서는 안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 후보는 현 서울대의 상태를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불균형”이라고 진단했다. 조직과 건물 등 외형에만 집중하는 사이 시스템은 획일적이고 경직돼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다양성 연결 소통 유연 등의 가치를 중심으로 선진 시스템을 갖춤으로써 소프트웨어를 강화해 균형을 맞추겠다고 했다.

관악RC는 교육 개선의 첫 걸음이라고 봤다. 관악RC를 처음 공약으로 제시한 것이 본인이라며, 규모는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얼마나 좋은 컨텐츠를 마련할 것이냐가 더 중요한 문제라는 것이다. RC운영은 학생들이 입사 여부를 선택하는 ‘선택형’으로 하겠다고 약속했다. “2~3년 안에 모든 학생이 들어오고 싶은 곳을 만들겠다”는 것이 이 후보가 밝힌 미래 구상이다. 

다소 파격적인 장학금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사다리 놓아주기’로 명명한 해당 제도는 등록금을 면제하고 생활비를 지원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후보는 “아르바이트 하며 공부해 학사경고를 받거나 낮은 학점을 받는 학생들을 봤다. 서울대 입학까지는 성공했지만 더 위로 올라갈 기회를 박탈당한 것”이라며 “이들이 사회적 리더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연구에 대해서는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은 “너무 당연한 말”이라며, 이를 넘어선 미래학술연구원 설립을 제안했다. 대형과제 기획을 비롯해 대학본부가 해야 할 소임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배경에서다. 중장기적으로는 다른 연구원들도 미래학술연구원 산하로 모이게 되는 구도를 얼핏 내비치기도 했다.

연봉 인상 비율로는 6%를 제시했다. 이 후보는 “1000억원의 정부 보조금, 1000억원의 수익사업, 4년간 9000억원의 발전기금을 뜻하는 재정 ‘119 프로젝트’를 통해 관련 예산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구상을 밝혔다.

■정근식, 7대 과제 제시…“진정성 있는 후보 자부” =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정근식 후보는 장소에 따른 ‘맞춤형’ 소견발표를 준비했다. 20분간의 소견발표 내용 대부분은 연건캠에 자리한 의대 치대 간호대 등에 관한 내용으로 채워졌다. 의대 발전방안은 물론이고, 치의학전문대학원을 치대 체제로 변경하는 방안 등이 정 후보가 언급한 내용들이다. 낙후된 치대병원 시설을 개선하는 등의 세부내용도 상세히 제시했다.

간호대의 숙원사업인 관악캠 이전을 적극 추진한다. 정 후보는 “현재 간호대 학생들은 1년만 관악캠에서 공부한다. 교육시설 자체를 관악캠으로 이전하도록 진정성 있게 접근하고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후보는 관악RC를 추진할 계획이지만 일단 ‘시범운영’부터 시작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학생들이 주도해 만들어 나가야 성공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에서다. 점진적으로 RC를 추진해 전 총장 시절 일었던 학생 반발 등은 미연에 방지할 계획이다.

역량있는 교수들이 정년을 맞이했다는 이유만으로 학계를 떠나야 하는 단점은 고등학술원 설립으로 보완한다. 정 후보는 “정년에도 불구하고 역량있는 교수들이 있다. 젊은 연구진의 패기 못지 않게 경험있는 교수들의 연륜도 중요하다. 단순 명예 교수동을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다. 임기 내 200~300여 명 규모의 학술원을 만들어 연구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대학간 교류도 강화한다. 수도권 주요 대학이나 거점 국립대와 교류하고 협력을 실천하겠다는 것. 정 후보는 “서울대는 단순 국립대가 아니라는 점에서 무조건적인 네트워크 구축은 피해야겠지만, 그럼에도 협력을 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하다”며 “목적과 특성 따라 대학간 협의체 설립, 공동지도교수제 등 다양한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정 후보가 제시한 연봉 인상비율은 4.5%로 후보자들 가운데 가장 낮다. 그만큼 실현 가능성은 가장 높다는 장점이 있다. 정 후보는 “담당 직원들과도 토론을 벌였는데 5%는 불가능하다는 게 결론이다. 직급 호봉제를 통해 4.5%에 달하는 효과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은 방안”이라고 말했다.

정부 출연금의 지속적인 감소로 문제가 된 재적 불안정성은 지속 가능한 재정 전략을 수립해 타개할 예정이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과 대학창업보육지원법이 제정되도록 힘쓰고 고등교육 관련 정부예산 확대도 적극 요구할 계획이다. 

세금 문제 해결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정 후보는 “2020년 지방세 특례법 일몰규정에 따라 세금부담이 가장 크고 직접적인 압박으로 다가오게 될 것”이라며 “서울대 관련 제세공과금 규정을 개정하도록 기재부 국회 등과 협력할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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