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화여자대학교 ‘기독교대학의 미래’ 콘퍼런스 개최

김숙자 총장이 콘퍼런스에 참석한 이들을 향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사진=허지은 기자)
김숙자 총장이 콘퍼런스에 참석한 이들을 향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사진=허지은 기자)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종립 대학으로서의 정체성과 재정지원사업 대비 등 대학 경영 사이에서 대립하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은 이들이 가진 숙제다. 종교의 자유를 주장하는 이들에 대해 종립 대학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지속할 수 있을지도 그러하다. 종교과목의 운영 방법과 강의 시간을 늘릴 것이냐, 줄일 것이냐의 문제가 대표적이다. 대학 구성원의 신앙 문제도 다양한 고민을 담고 있는 현안이다. 지난 9일, 배화여자대학교는 개교 40주년을 맞아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개최한 ‘기독교대학의 미래’ 콘퍼런스에서 이처럼 종립 대학으로서 기독교대학이 가진 현안과 고민들에 대한 답을 찾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콘퍼런스는 김숙자 배화여자대학교 총장을 비롯한 배화여자대학교 교직원들과 여러 기독교대학의 총장 및 교목 등이 자리한 가운데 진행됐다.

김숙자 총장은 인사말에서 “다른 기독교대학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대학의 교육목표는 대한민국 교육의 근본이념 및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면서 “이번 콘퍼런스를 계기로 기독교대학이 연합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또한 “시대의 변화와 교육정책의 변화는 미래 기독교대학의 정체성을 어떻게 보존하고 강화할 것인가를 번민하게 한다. 기독교대학의 총장은 기독교대학으로서의 특성화보다도 교육부의 평가 및 재정지원 사업 등을 위해 동분서주해야 하고 사랑과 봉사, 용서와 헌신으로는 대학을 경영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갈등을 겪게 된다”며 “교목은 학생들과 교직원의 신앙지도 및 선교활동의 한계상황에 부딪치며 그 사명을 감당하기에도 버거운 현실”며 이번 콘퍼런스를 개최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콘퍼런스는 △기독교대학 구성원의 신앙생활 강화를 위한 제언(안승병 목원대 부총장) △기독교대학의 정체성 확립과 미래 방향성 제시(한인철 연세대 교목실장)의 두 개 주제발표로 이뤄졌다. 안승병 부총장의 발표에 대해서는 장형철 인덕대학교 교목실장, 이사야 남서울대 교목, 전병식 배화여자대학교 교목실장이 토론을 진행했다. 한인철 교목실장의 발표에는 이승문 명지전문대학 교목실장, 김기숙 서울여대 교목실장, 이성덕 배재대 교목실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토론자의 논찬 이후에는 자유토론이 이어졌다.

왼쪽부터 안승병 부총장, 장형철 교목실장, 전병식 교목실장, 이사야 교목이 '기독교대학 구성원의 신앙생활 강화를 위한 제언' 주제에 대한 논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허지은 기자)
왼쪽부터 안승병 부총장, 장형철 교목실장, 전병식 교목실장, 이사야 교목이 '기독교대학 구성원의 신앙생활 강화를 위한 제언' 주제에 대한 논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허지은 기자)

■채플과 기독교대학의 정체성 강화 간 연관성, 채플 활성화 방안 등 논의 = 콘퍼런스에서 가장 뜨겁게 논의된 문제는 종교과목인 채플의 의의와 축소 또는 확대에 대한 점이었다. 먼저 목원대에서 교목실장을 역임한 바 있는 안승병 목원대 부총장은 주제발표에서 “현재 우리 대학은 15주간 채플을 진행하고 있다. 105시간이다. 100시간 안에 비기독교인 학생들을 신자로 만들 수는 없지만, 기독교에 대해 우호적인 인식을 줄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들을 기독교적 가치관을 가진 사람으로 만들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의무 채플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있다. 필수과목으로서 기독교 과목을 유지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은 여전히 우리 손에 중요한 선교 수단이 보장돼 있다는 것”이라며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이런 선교수단은 그 활용의 방법이나 효율성 확보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인철 연세대 교목실장은 연세대의 채플 사례를 설명했다. 현재 연세대는 강연, 대화, 음악, 뮤지컬, 무용, 연극, 영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채플을 진행하고 있으며, 4학기 동안 필수로 이수해야 하며 학기당 0.5점이 부여되는 학부 채플을 운영하고 있다. 대학원에서는 학기당 1학점의 선택 채플이 진행된다.

이에 대해 이성덕 배재대 교목실장은 “채플에서 기독교적 정체성을 강조하다보면 비(非)기독교인 학생들이 부담스러워하고, 적합성을 강조하다보면 교회에 열심인 학생들이 ‘순수복음’과 ‘참된 예배’를 벗어난 것이란 의심의 눈초리를 보인다”면서 “아무리 기독교 대학이라고 하더라도 기독교인 비율이 평균 10%에도 채 미치지 못하며, 보편적인 교육을 추구하는 대학이라는 특수한 선교 현장을 고려할 때, 학원선교는 교회와는 다른 방식을 취할 수밖에 없다”고 먼저 현재 기독교대학이 겪고 있는 고민에 공감했다.

이어 그는 연세대의 사례가 다른 기독교대학에 시사점을 준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인적‧물적 인프라가 갖춰진 연세대의 사례를 다른 대학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전했다. 이 교목실장은 “교목실장-대학원생 고충상담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 개개인에게 심층적으로 다가가고, 신입생 및 교직원 수양회를 내실 있게 진행함으로 구성원들의 정체성과 공동체성을 함양하는 노력은 다른 대학에서도 참고할 만하다” 면서도 “연세대 동문들의 풍부한 자원들을 동원해 다채로운 채플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른 대학이 따라가기 힘든 점이기도 하다. 특히 ‘특히 글로벌 리더에로의 길’이란 주제의 채플에 유명 인사를 초청해 학생들의 관심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또한 자유토론에서 박명호 계명문화대학교 총장은 “채플이 양적으로 많다고 해서 그 학교의 기독성과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 당연히 관계가 있어야 하지만, 채플 수업에 들어가면 집중도가 매우 낮다. ‘기독교의 이해’라는 강의도 다른 강의에 비해 강의평가 점수가 높지 않다. 채플 수업은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궁금하다. 또한 교회에서의 선교, 예배와 교목실에서 하는 선교, 채플은 달라야 한다고 보는데 구체적인 사례가 있다면 알고 싶다”고 의견을 전했다.

이에 한인철 교목실장은 “채플의 집중도에 대해선 청중의 변화와 연사의 역량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다. 요즘 청중은 옛날 청중과 달리, 멀티태스킹이 일반화 된 세대다. 안 듣는 것 같지만 다 듣고 있다. 그리고 연사의 역량도 중요하다. 비기독교인 학생들과도 소통이 가능한 연사, 그러면서 그들의 삶을 바꿀 수 있을 정도의 강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연사를 섭외하는 문제는 교목실의 큰 고민 중 하나”라고 답했다.

또한 채플의 횟수와 영향력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현재 4,50대인 연세대 졸업생들에게 학교를 졸업한 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인가 물었다. 이들은 연고전과 채플이라 답했다. 채플이 그 사람의 삶을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연세대에서는 2년간 50번의 채플이 진행되는데, 50번 화살을 쏴서 그것이 다 명중하면 그 사람은 죽는다. 50번 중 한번만 맞으면 된다. 그 한 번이 그 사람의 삶을 바꾼다. 거기에 교목들이 목숨을 거는 것이다”라고 역설했다.

김기숙 서울여대 교목실장은 시청각 자료를 동원한 강의, 기독교적 메시지를 담은 공연이나 드라마 형식의 채플 등 심미적 체험을 통한 감성교육을 통해 채플을 운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김 교목실장은 “채플시간에 이용되는 그림이나 음악 혹은 동영상 등의 감상은 지성과 감성을 자극함으로써, 제시되는 메시지를 이해하는데서 부터 행동으로까지 이어지게 하는데 매우 효과적”이라며 “미적 체험은 인간형성의 영적 측면에 영향을 줌으로써 전인적 인성 교육을 완성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문 명지전문대학 교목실장은 인성교육이 요구되는 시대에 맞춰 채플도 ‘인성 채플’로 활용해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교목실장은 “우리 대학도 처음엔 예배라는 이름으로 채플을 진행하다가 인성 채플로 전환했다. 아직 학점 부여를 하지 않지만, 향후 학점을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한인철 교목실장, 이승문 교목실장, 김기숙 교목실장, 이성덕 교목실장이 '기독교대학의 정체성 확립과 미래 방향성 제시'에 관한 논찬을 진행하고 있다.(사진=허지은 기자)
왼쪽부터 한인철 교목실장, 이승문 교목실장, 김기숙 교목실장, 이성덕 교목실장이 '기독교대학의 정체성 확립과 미래 방향성 제시'에 관한 논찬을 진행하고 있다.(사진=허지은 기자)

■임용 시 ‘세례증명서’ 요구…문제점과 실효성은? = 또한 교직원 임용 시 신앙 기준에 대한 논의도 치열하게 진행됐다. 이 논의를 통해 교직원의 임면 시 세례증명서를 요구하는 점이 가진 현실적인 어려움과 이에 대한 기독교대학 관계자들의 고민이 드러났다.

주제발표에서 안승병 부총장은 목원대의 교직원 임용 시 세례증명서를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사관리에서 유일하게 신규임용, 승진임용, 전보 등과 같은 인사권한은 다른 사적인 의도를 가지고 행사해서는 안 되겠지만, 기독교대학에서 그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전문성을 가진 교수, 직원을 뽑아서 그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선택과 시행은 도전받을 수 없는 일이라 본다”고 주장했다. 또한 교직원에게 신앙고백서도 제출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교수들은 재임용 과정에서, 직원들은 매년 있는 승진 심사 과정에서 별첨 신앙고백서를 작성하게 된다”고 말했다.

안 부총장의 발표에 대해 전병식 배화여자대학교 교목실장은 교직원에 대한 세례증명서 및 신앙고백서 제출 요구로 인해 불거질 수 있는 어려움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을 질문했다. 전 교목실장은 “‘담임목회자 추천서’ 제출을 요구하고 있는 대학의 임용 절차 과정에 대해, 임용 신청자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종교의 자유’라는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사안이라고 민원신청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교직원의 교회 출석 및 신령상의 정황을 살피기 위한 ‘신앙 카드’ 제출이 개인정보보호에 위배된다고 제출을 거부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세례증명서 및 신앙고백서 제출 요구) 과정에서 대학 본부나 교목실에 대해 구성원의 어떤 반발이나 부정적인 반응은 없이 진행되고 있는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목원대와 같은 규정과 제도를 시행할 수 없는 경우 어떤 방식으로 기독교대학의 정체성을 지켜가며 교직원의 신앙생활을 인도하고 격려할 수 있는지, 어떤 형식의 제도와 규정을 정해 운영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제언을 구하고자 한다”고 질문을 던졌다.

이러한 질문에 대해 안 부총장은 “신앙고백서 요구에는 반발 의견도 있지만, 대부분 모두 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순응하고 있다. 주기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기에 구성원의 동의를 구하고 있다”면서 “인사라는 것은 양보할 수 없는 문제다. 누군가의 부탁으로 인사를 진행할 경우 겪는 어려움도 많다. 때문에 최대한 검증하고, 때로는 좀 과격하더라도 엄격한 인사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기독교대학으로서 우리 대학이 다른 대학과 차별화 할 수 있는 가치는 결국 기독교적 정체성이다. 기독교대학이라 이를 버릴 수 없다면, 이를 오히려 존중하고 모든 구성원이 함께 이 가치를 존중할 수 있도록 권면하는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기숙 교목실장은 논찬을 통해 “기독교대학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은 곧 기독교 대학의 경쟁력이라 확신한다”면서 “기독교대학의 전 구성원들은 기독교대학의 정체성에 대한 담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정체성 확립을 위한 끊임없는 성찰과 담론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인철 교목실장도 이에 공감하며 “세브란스 병원은 주요 대형병원과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그러던 중 승부수를 전면에 던졌는데, 기독교적 창립 정신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모니터에는 성경구절을 나오게 하고, 병원 내에 찬송이 울려펴진다. 중요한 수술을 앞두고는 교목, 원목들이 반드시 기도를 한다. 이것이 세브란스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또한 “결국 기독교적 가치가 연세의 전체 구성원들 속에 깊이 파고들어갈 때 기독교대학으로서 가진 어려움을 돌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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