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절벽’ 심화…‘선발형-충원형’ 대학 시대 온다
학령인구 ‘절벽’ 심화…‘선발형-충원형’ 대학 시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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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빈익빈 부익부’ 심화…미래 전망마저 어두워
교육부, 내달말 연말 대책 발표 예정…강도높은 구조조정 '쉽지 않다'
학령인구 '절벽' 현상이 심화되면서, 대학들의 처지가 '선발형'과 '충원형'으로 극명히 나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수시 박람회에 몰려든 '구름 인파'를 볼 수 있는 날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사진은 수시박람회에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선 수험생들의 모습.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학령인구 '절벽' 현상이 심화되면서, 대학들의 처지가 '선발형'과 '충원형'으로 극명히 나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수시 박람회에 몰려든 '구름 인파'를 볼 수 있는 날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사진은 수시박람회에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선 수험생들의 모습.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학령인구 ‘절벽’이 본격화되면서 대학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한층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대입에서는 몰려드는 대입 자원 가운데 적절한 인재를 고를 수 있는 ‘선발형’과 당장 정원을 채우기 급급한 ‘충원형’으로 대학들의 처지가 극명히 갈릴 것으로 보인다. 

■ 학령인구 본격 ‘절벽’ 맞이, 미래 전망마저 어두워 = 통계청이 올해 발표한 장래인구특별추계에 따르면,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교육인구(이하 학령인구)는 급격하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별추계에 따르면 학생 수 감소 추이는 뚜렷하다. 유·초·중·고 합산 인원은 2015년만 하더라도 755만8000명이었지만, 올해 683만8000명으로 급감했고, 2021년에는 657만1000명으로 줄어든다. 2025년에는 600만 명 선이 붕괴해 596만9000명으로 한 차례 더 규모가 축소되며, 급기야 2033년에는 500만 명 선마저 무너진 498만5000명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20년도 채 되지 않는 사이에 유·초·중·고 인구가 무려 250만 명 이상 줄어드는 것이다. 

당장 직면한 문제는 고교 학령인구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186만8000명이던 고등학생 수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감소 국면을 맞이했다. 2017년 171만5000명에서 2018년 157만4000명이 된 것도 모자라 올해는 145만400명까지 학생 수가 줄어들었다. 내년에는 138만2000명, 그 다음해에는 133만7000명으로 감소 추이에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본격적인 학령인구의 ‘절벽’이 도래한 것이다. 

이 중 직접적인 ‘대입 자원’으로 분류되는 고3 학생 수 감소 폭은 상당하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이 학교알리미 등을 통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고3 학생 수는 57만661명이었지만, 올해는 51만241명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내년에는 45만7674명으로 또다시 고3 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반대 입시와 큰 연관이 없는 특성화고 학생들을 제외하고 보면 그 수는 내년 기준 37만9413명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학령인구 감소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최근의 일이라고만 볼 수 없다. 고교 학생 수는 출생아 수를 보면 자연스레 예상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치러진 2019학년 입시 당시 고3이던 2000년 출생자는 63만4501명. 내년 입시를 치르는 2002년 출생자 수는 49만2111명으로 14만2390명이나 차이가 났다. 학령인구 감소는 예견된 ‘재앙’이었던 것이다. 

14만 명이라는 수치는 결코 좌시할 수 없는 규모다. 지난해 실시된 수능과 비교하면 서울과 충북 합산 수능 응시자 수가 14만2180명으로 비슷한 규모였다. 2년 사이에 17개 시도 가운데 결코 규모가 작지 않은 두 곳이 없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그나마 특성화고를 제외한 고3 수가 동일한 시기 10만여 명 주는 데 그친 것이 다행으로 느껴질 정도다. 

문제는 이 같은 학령인구 ‘절벽’이 계속될 것이라는 데 있다. 본래 인구추계는 5년 단위로 발표되는 것이 일반적이기에 2021년 발표되는 것이 맞지만, 정부는 2년 앞당겨 올해 인구추계를 발표했다. 2016년 발표한 추계 당시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역전, 인구 자연감소가 시작되는 시기가 2039년께로 예상됐지만, 지난해 합계출생률이 0.98명으로 1명 미만이 되는 등 인구 감소가 가파르게 진행되자 이에 따라 특별인구추계를 내놓은 것이다. 이는 학령인구 감소도 함께 지속될 것을 나타낸다. 차후 인구 변동 요인인 출생·사망 등의 추이가 변화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현시점에서는 유·초·중·고가 아닌 만 6세부터 만 21세를 기준으로 보면, 2017년 846만 명에서 2067년 364만 명으로 50년 새 학생들이 절반 이상으로 줄어들 것도 예상되고 있다. 

■ 도래한 ‘선발형-충원형’ 대학 시대…‘빈익빈 부익부’ 극심 = 이처럼 학령인구가 줄면 대학들은 ‘위기’를 느낄 수밖에 없다. 교육과 연구의 ‘양 날개’로 운영되는 대학에 입학하는 자원이 줄어든다는 것은 교육을 하려 해도 할 수 없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대학의 존재 가치 가운데 한 축이 완전히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감소한 학령인구는 학문 후속세대 양성을 어렵게 만든다는 점에서 교육뿐만 아니라 연구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가장 큰 지형변화를 겪게 될 부분은 ‘입시’다. 학생들이 없어지면 제대로 된 선발을 진행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올해 5월 초 발표한 ‘2021학년 대입전형 시행계획’에 따르면 내년 고3이 치를 2021학년 대입 모집인원은 34만7447명. 특성화고를 제외한 고3 수와 비교했을 때 별반 차이가 없다. 이들 모집인원 중 재외국민·외국인, 고른기회 등이 존재하고, 고3 가운데 모두가 대학 진학 의지를 갖지 않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학 정원보다 학생 수가 더 적다고 봐야 한다. 

교육계에서는 이 같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대학가에 본격적인 ‘선발형-충원형’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2월 17개 시도 교육청이 모여 만든 대입제도 개선 연구단의 1차 보고서는 “2020학년부터 대학유형이 선발형 대학과 충원형 대학으로 분리될 가능성이 높다”며 “대학정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학령인구로 인해 충원형 대학은 신입생 충원을 위해 수시전형을 기형적으로 늘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곧 대학 선호도에 따른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리 학령인구가 줄어든다 하더라도 서울권 주요 15개 대학 등 소재지에 따른 이점과 대학 역량을 모두 갖춘 곳은 여전히 치열한 경쟁을 감수해야만 입학 가능한 곳으로 남게 된다. 이는 지역거점국립대나 과기특성화대, 교대, 의대·치대·한의대 등의 의학계열과 수의대 등 선호도 높은 대학유형이나 모집단위 전반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2021학년에도 대학들의 입시 경쟁은 어느 정도 유지될 것이다. 단 지방대와 서울 밖 지방 전문대학들은 학생 모집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선호도 높은 대학은 몰려드는 수험생 가운데 원하는 인재들을 선발할 수 있는 현 모습을 유지하는 반면, 그렇지 못한 대학들은 당장 정원 채우기에 급급한 모습으로 대학 간 처지가 극명히 나뉠 것이란 얘기다. 

■ 학령인구 감소에 교육부도 ‘골머리’…내달과 연말 대책 발표 예정 =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입시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 전체 대학 정원을 어떻게 줄여야 할지의 문제는 물론이고 교원 수도 조정해야 한다. 특별추계 발표 당시 통계청 관계자는 학령인구 감소 문제가 “학생 수, 학교 수, 교원 수 등의 부분들에 있어 전체적으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교육부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대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달 초 취임 7개월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연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학령인구 급감 등에 따른 교육정책 방향을 내달 말까지 제시할 것이며, 종합대책도 연말까지는 내놓겠다고 했다. 유 부총리는 “내달에는 인구 급감 위기에 대한 대응 방향·과제를 부처별로 발표한다. 교육부는 올해 말까지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교육부는 이번 학령인구 감소를 미래교육 체제를 마련할 전기로도 바라보는 모양새다. 유은혜 부총리는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지금이 미래교육으로 나아갈 수 있는 적기”라며 “패러다임 변화를 시작해야 할 때”라는 말도 덧붙였다. 

교육계 내에서도 이 같은 인식에 동참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입제도 개선 연구단은 앞서 “문제점들을 방치한다면 대학입시에 종속된 고등학교 교육은 초토화될 것”이라며 “교육과정과 시대 변화에 맞는 대입의 전체적인 틀을 다시 설정해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하고 고교교육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전면적인 개편을 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교육부가 어떤 방안을 내놓을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다만, 유 부총리가 거론한 △취학연령 조정 등 전반적인 학제개편 △교대-사범대 통합 등 교원 양성·수급 체계 개편 △폐교 등의 방안들을 놓고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학가에서는 대학 관련 문제에 대해 교육부가 뾰족한 수를 내놓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이 팽배해 있다. 학생 수가 대학 정원을 밑도는 문제는 결국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 2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으로 이어지는 국가 주도 대학 구조조정을 통해 강도 높은 정원 감축이 이뤄져야 하지만, 지역균형에 중점을 두는 현 정부 체제에서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 대학가 관계자는 “학령인구 감소 문제가 일찌감치 거론돼 구조조정이 시행되고 있지만, 현 정부 들어 지역경제나 권역발전 등의 논리가 더해지며 오히려 정원 감축 폭을 줄인 상황”이라며 “국가교육위원회가 하루라도 빨리 출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실시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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