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대학 콜로키엄 싱가포르 워크숍/인터뷰] 조승규 싱가포르국립대 교수 “싱가포르, 강력한 정부 권한 속 교수 연구 지원”
[미래대학 콜로키엄 싱가포르 워크숍/인터뷰] 조승규 싱가포르국립대 교수 “싱가포르, 강력한 정부 권한 속 교수 연구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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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규 싱가포르국립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조승규 교수. (사진=허지은 기자)
조승규 교수. (사진=허지은 기자)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난양공과대학교(NTU)와 싱가포르국립대학교(NUS)는 세계대학평가에서 아시아 대학 중 1,2위를 다투는 대학들이다. 2019년 QS랭킹에서 각각 11위와 15위를 차지한 두 대학은 2019 THE(Times Higher Education)에서도 아시아 대학 중 각각 6위와 2위에 올랐다. 도쿄대와 서울대, 성균관대, 카이스트를 앞섰다.

대학의 연구력을 주로 살펴보는 이들 평가에서 싱가포르의 두 국립대가 높은 순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미래대학 콜로키엄 싱가포르 연수의 주요 물음 중 하나였다.

연수 일정이 진행 중이던 18일, 싱가포르국립대 경영학부에서 20여 년간 재직하고 있는 조승규 교수를 만날 수 있었다. 마침 연세대 경영대학원 강의로 서울에 머물렀던 그가 싱가포르로 돌아온 날이었다. 그는 “NUS는 연구하기에 천혜의 조건”이라며 싱가포르 정부의 지원 정책이 양질의 연구 환경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는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아 대학 자체적으로 연구비를 집행하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만약 연구 프로젝트를 기획한다고 하면, 연구계획서를 학장실 산하의 커뮤니티에 제출하고 심사를 받습니다. 패스되면 대학본부에 계획서가 올라가고, 승인이 돼 연구비가 나오게 돼요. 제 경험상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은 몇 주 사이에 진행됩니다. 몇 백만 달러 규모의 연구비도 이러한 과정으로 집행이 가능하죠. 이 효율성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겁니다.”

난양공대, 싱가포르국립대는 정부의 주도하에 연구중심대학으로 집중 육성됐다. 이 과정에서 싱가포르 정부가 대학이 세계의 우수 연구진을 채용하고 연구비를 집행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지원을 했다는 것이 조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교수에 대한 지원이 한국의 현실과 특히 비교된다고 말했다.

“은퇴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한국 대학의 정교수와, 박사를 딴 지 얼마 안 된 싱가포르국립대의 조교수의 월급은 아마도 비슷할 겁니다. 물론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싱가포르에서 조교수들은 보통 18만SGD에서 시작하고, 협상을 통해 더 높은 급여를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거기에 주거비 지원에 자녀 교육비까지 지원하는 경우도 있죠.”

연구 성과를 중시하는 만큼, 싱가포르국립대에서는 연구 실적이 부진할 경우 재계약이 어렵다. 또 일정 연한이 지나면 자연스레 정교수로 전환되는 것이 아니라, 테뉴어 심사를 통과할만한 실적이 있어야 한다. 조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완전 경쟁 시스템’이다.

경쟁을 통한 성장 전략은 싱가포르 정부가 대학을 대하는 자세이기도 하다는 이야기도 이날 조 교수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싱가포르국립대와 난양공대에 이어 싱가포르의 3개 국립대로 불리는 싱가포르경영대학교(SMU, Singapore Management University)의 탄생 비화도 이에 있다는 설명이다.

“2000년 설립된 SMU는 NUS와의 경쟁을 통해 성장하도록 기획됐습니다. 싱가포르 정부가 NUS에 집중 투자하면서 NUS는 어느 정도 성장했고, 세계적으로도 인지도를 높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안정되면 안주할 수 있기에 싱가포르 정부는 SMU를 설립했죠. 세계적 수준의 경영대학을 만든다는 것이었지만, 숨은 의도는 경쟁체제의 도입입니다. 처음에는 경영대학으로 시작했지만 점차 법학부, 사회과학부와 같이 학과를 늘리며 NUS와 경쟁했죠. 이후 10년여 간 두 대학은 서로 경쟁하면서 성장했습니다. 학기가 끝날 때 쯤 두 대학 교수의 연구 성과를 비교하는 게 습관이 될 정도였어요.”

이는 싱가포르 정부가 얼마나 강한 동력을 갖고 대학을 이끌고 있는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싱가포르 연수를 통해 대학들을 살펴본 결과, 교육 혁신의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싱가포르 대학들은 규제에서 자유로운 모습이기도 했다. 정부의 강한 드라이브와 자율적인 대학 운영의 모습을 어떻게 연결시켜 볼 수 있을까.

“어떤 시스템을 만들어주고 지원하면서 그 안에서는 완전 경쟁을 하도록 하는 것이 싱가포르 정부의 특징입니다. 물론 싱가포르 대학에 대한 법적 규제나 재정 지원은 정부의 주도로 시작이 됐습니다. 그러나 경쟁의 과정과 결과는 대학에 맡깁니다. 정부가 재정을 지원해도, 기업이나 외부 기관에서 프로젝트를 따오고 산학협력을 하면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각 대학의 노력에 따라 달라집니다. 정부의 강력한 역할과 자율성의 공존은 이런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조 교수는 연구자에 대한 여러 지원뿐 아니라 오직 연구 역량을 중심으로 교수를 채용하는 문화도 우수한 연구자를 대학으로 끌어들이는 데 주효했다고 이야기했다.

“싱가포르국립대 경영대학 안에 5개 학과가 있는데, 학과장 중 싱가포르인은 한두 명밖에 없습니다. 학장도 미국사람이에요. 싱가포르 대학은 교수를 채용할 때 어디 학교 출신인지, 국적은 어디인지도 따지지 않아요. 논문의 질과 잠재적 연구 역량, 지도교수의 추천과 같은 내용을 더 중요하게 여기죠. 정말 ‘클리어’합니다.”

오직 연구 능력만을 보고 교수를 채용하고, 또 교수에게 여러 혜택을 주면서 적극적으로 우수 연구자를 구하고자 한 싱가포르 대학의 노력은 해외 유학생을 유치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번 연수단의 난양공대 방문 일정을 함께한 유준엽씨가 그 주인공이다. 난양공대 박사과정생인 그는 유수의 해외 대학 중 난양공대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분야의 교수님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결국 조 교수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싱가포르 정부의 연구중심대학 육성에 대한 강한 의지와 이를 보여주는 재정적 지원, 연구 역량 중심의 교수 채용과 성과중심의 인사체계, 연구 환경 지원, 경쟁을 통한 성장 전략 등이 싱가포르 대학의 성장 비결이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전략을 한국 대학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그는 이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시스템 자체가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싱가포르의 사례를 한국에 적용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이유였다.

“지원되는 연구비의 원천은 정부 예산입니다. 정부의 예산 확대 없이는 어려운 일이죠. 그렇다고 대학 자체적으로 재정을 확보하기에 한국 대학은 등록금에 많이 의존하고 있고 지난 10년간 등록금을 동결해왔기에 쉽지 않을 겁니다. 기부금도 여러 제한이 있다고 알고 있고요. 교직원 인건비만으로도 빠듯할 거예요. 사실 한국 대학에는 훌륭한 교수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연구 실적은 교수 개인이 열심히 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밖에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또한 싱가포르 정부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어 정부가 세운 장기적 목표, 단기 목표가 각 대학에 전달되면 일사천리로 대학도 이에 맞춰 움직이는 구조입니다. 한국이 벤치마킹하기 쉽지도 않고 또 이것이 이상적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한국 대학은 한국 대학 자체의 모델을 찾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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