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역량 진단에 전문대 관계자 ‘변별력 부족’ ‘공정성 의문’ 문제 제기
교육부 “변별력보다 대학의 ‘기본 역량’ 확인하는 평가”
‘평가위원 상피제’‘정량적 정성’으로 공정성 확보한다지만…개선 요구돼

20일 대전 유성 ICC 호텔에서 열린 2021년 대학 기본역량진단 기본계획(시안) 의견수렴. (사진=한국대학신문 DB)
20일 대전 유성 ICC 호텔에서 열린 2021년 대학 기본역량진단 기본계획(시안) 의견수렴. (사진=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이하 2021년 역량 진단) 기본계획 시안이 발표된 가운데 2018년 역량 진단이 공정성이 결여됐다는 지적과 함께 정량지표 개선으로 변별력을 갖춰야 한다는 요구가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역량진단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평가 방식이 보완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역량 진단 기본계획이 발표되자 가장 먼저 정량지표 항목이 늘어난 점에 대학 관계자들의 눈길이 향했다. 이는 2018년 역량 진단에 변별력과 공정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과 관련이 깊다.

2018년 역량 진단 결과가 발표된 후 전문대학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정량지표의 변별력이 부족했고, 결과적으로 정성지표의 중요성이 확대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평가 결과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도 함께 제기됐다. 한국전문대학기획실처장협의회는 2018년 역량 진단 1단계 발표 후 ‘역량이 부족한 평가위원들이 진단에 참여했다’며 이러한 평가위원들이 정성지표를 판단한 진단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를 해결할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이 객관적 평가 항목인 정량지표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다. 그 때문에 2021년 역량 진단에서 정량지표 비중이 확대되고 정성지표 비중이 감소해 평가의 객관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모아지기도 한다.

■“정량지표 변별성 확보 필요” vs “기본 역량 확인 목적 우선돼야” =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량지표의 만점 기준이 상향되지 않는 한 정량지표를 통한 변별력 확보는 어렵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량지표에서 변별력이 확보되지 않는다는 것은 곧 정성지표 위주의 평가가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2018년 역량 진단에서의 문제점이 동일하게 제기된다는 것이다.

양한주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고문은 “정성지표로는 객관성 확보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며 정량지표가 변별력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 근거로 2018년 역량 진단 결과를 자체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제시했다.

양 고문은 “대학정보공시 내용을 활용해 2018년 역량 진단에 참여한 사립 전문대학 중 124개교의 정량지표를 분석한 결과, 만점을 받은 대학이 자율개선대학 선정 비율보다 높은 항목이 있었다. 전임교원 확보율 지표에서 만점을 받은 대학 비율은 85.5%, 교육비 환원율 만점 대학은 94.4%, 장학금지급률 만점 대학은 69.4%였다”고 밝혔다. 이러한 분석 결과에 대해 “정량지표는 평가에서 큰 의미가 없었다. 정성지표에서 선정 결과가 좌우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량지표의 변별력과 역량진단의 변별성 확보에 대해 교육부는 물론 전문대학 내에서도 다른 시각이 존재한다. 역량진단의 목표가 ‘대학의 기본역량 확인’인 만큼 만점 기준을 상향해 변별력을 확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2018년 역량 진단 당시 구조개혁위원회에 참여했던 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인천재능대학교 총장)은 “구조개혁위원회 회의 당시 만점 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며 “전문대는 일반대와 교원 연봉이나 교육과정, 교원 채용 목적이나 상황 등에서 차이가 있어 전문대의 특수성을 고려해 만점 기준이 정해져야 한다고 봤다”고 말했다.

또한 정량지표를 통해 평가 변별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에도 반대 의견을 전했다. 그는 “살림을 하기 위해 그 집이 집기를 잘 갖췄는가를 평가한다면, 밥 먹고 사는 데 필요한 것을 갖췄는가를 봐야지 얼마나 고급스러운 것을 쓰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지 않느냐. 정량지표로는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서 갖춰야 할 필수 사항을 잘 갖췄는가를 보는 것”이라며 “136개 전문대학이 각기 특징이 다른데 어떻게 동일한 잣대로 모두 평가할 수 있겠나. 정량지표로는 당연히 대학 간 점수 차가 많이 나기 어렵다. 정성평가에서 점수 차이가 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배효진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과 서기관은 “역량 진단은 대학의 전반적인 여건이 개선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장 큰 방침이다. ‘대학 기본역량 진단’이라는 이름처럼, 변별력보다는 특수목적재정지원 사업과 다르게 대학이 갖춰야 할 기본 요건이 무엇인가, 그리고 이를 일정 수준 이상 충족했는가를 보는 것에 방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대학마다 이해관계가 다르다 보니 만점 값이 높은 게 좋다거나 낮은 게 좋다는 어느 한 쪽으로 단정하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평가 공정성 확보 위한 노력 필요 = 그렇다 해도 평가의 공정성 문제는 여전히 해결과제로 남는다. 정량지표의 변별성 문제가 제기된 배경에는 평가의 신뢰도에 대한 의문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평가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교육부의 방안은 무엇일까.

배효진 서기관은 “정성평가 항목을 ‘정량적 정성’이라 이름을 붙였는데, 정량평가 항목이기는 하지만 증빙 서류를 모두 확인하기 때문”이라며 “한 대학을 진단하는 데도 총 45명의 진단위원이 참여한다. 또한 진단위원 상피제를 적용했고, 한 대학에서 한 명의 위원을 모셨다. 실제로 2018년 역량 진단에도 대부분의 대학에서 진단위원을 보냈다. 2021년 역량 진단에서도 이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2018년 역량진단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 사항들로, 현행대로라면 공정성 시비는 재현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평가 진행 방식에서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전문대 관계자들은 △전문성 갖춘 평가위원 섭외 △평가위원 편람 교육기관 확대 △평가기간 확대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양한주 고문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고려할 사항으로 “전문대학 기관평가인증의 경우 평가위원을 3차에 걸쳐 교육하고 3년에 걸쳐 평가한다”고 전했다.

배 서기관은 “현재 2021년 진단 기본계획 시안에 대해 의견을 받고 있다. 의견을 검토해보고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항은 개선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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