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영 한국기술교육대 전 총장(현 에너지신소재화학공학부 교수)

요즈음을 VUCA(Volatility, Uncertainty, Complexity, Ambiguity) 시대라고 한다.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다. 당연히 대응도 매우 어렵다.

우리는 현재 인구감소, 기후변화, 기술의 변화 등 그렇지 않아도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안고 살고 있는데 여기에 인류에게 가장 무서운 위협 요인인 전염병의 습격까지 겹쳐서 전 인류가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정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인간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를 공격하고 있는데, 그 고리는 바로 인류의 글로벌화라고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매우 영악한 바이러스로 생존전략이 매우 뛰어나다. 가장 무서운 것은 무증상 감염으로, 지금까지의 다른 바이러스와는 달리 이 바이러스는 감염이 돼도 증상이 없는 사람이 타인에게 감염시킨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재채기를 하거나 큰 소리로 대화를 할 때 침이 튀는데, 이를 고속·고감도 카메라로 찍은 영상을 보면 비말이 큰 것은 곧 떨어지나, 매우 미세한 마이크로 비말은 두 세 시간 그곳에 머무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작은 비말 안에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숨어 있으므로, 서로 간의 감염방지를 위해 마스크는 꼭 써야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기존 사회의 생활 패턴을 바꾸는 촉진자 역할도 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적극적으로 시행되면서 재택근무가 많아졌다. 대학도 일단 개강은 했으나, 당분간 온라인 강의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국으로 4차 산업혁명이 우리에게 성큼 다가온 이후로, 대학에서도 새로운 변화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었다. 그 중의 하나가 오프라인 강의를 줄이고 온라인 강의를 활성화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동안 어려운 대학재정 및 온라인 수업 허용 범위 제한 등 현실적인 원인으로 인해 그다지 활성화되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어서 온라인 교육이 자리 잡는 계기가 되는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강의는 학습자들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수준 높은 강의를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강의의 대외적인 경쟁력이 없으면 그 강의는 사라질 위험이 있다. 특히 점점 어려워지는 대학 재정 등을 감안하면, 대학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게 될지도 모른다.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는 미래의 최대 인터넷 기업은 ‘교육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발달하면서 각종 자료의 동시 번역, 동시 통역이 가능해지면서 어떤 언어로 하는강의이든지 수강생의 언어로 학습 가능한 날이 머지않았다고 한다. 2030년에는 전 세계 70% 사람들이 디지털 아바타에게 수업을 들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완전 100% 온라인 쌍방향 강의는 과연 가능할 것인가?
실험실습은 가상현실기법을 이용하면 온라인에서 어느 정도 담당할 수 있나?
과연 우리 대학의 온라인 강의는 경쟁력이 있을까?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공감하겠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고 과연 이 방향이 교육에서 추구해야 할 목표인가에 대해서도 분명하지는 않다. 온라인 교육이 효율적인 수단이 될 수는 있지만 목표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 다수의 의견일 것이다.

대학에서 학습 효율을 높이는 방안으로서는 플립드 러닝에서 활용하는 온-오프라인 강의가 가장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 전공에 따라서 강의의 공개 범위 및 양 조절을 하면서, 온라인 교육을 활용해 학생 개개인에게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하면 쌍방향 교육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대학의 존재 이유가 지식의 습득만을 위한 것이 아니고, 구성원들 간의 인간적인 유대감과 공동 활동을 통한 창의적·비판적 사고력 등 개인 능력의 향상이 우리가 대학을 다니는 주된 이유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온라인이든 오프라인 강의이든 VUCA 시대에 우리는 어떤 능력을 가진 학생들을 배출해야 하나?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원하는 능력은 ‘답이 없는 문제의 해결 능력’이다. 답이 없는 문제를 어떻게 풀 수 있나? 데이터를 기반으로 문제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즉 개인의 데이터 처리 능력을 길러야 한다. 이 세상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데이터가 돌아다니고 있다. 우리는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 SNS와 개인 이메일을 통해 매일 수많은 데이터를 접하고 있다. 통계에 의하면 2020년까지 누적 데이터 수는 44ZB(제타바이트)다. 우리가 관측 가능한 우주의 별의 수의 40배 정도의 양이며,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의 저장용량이 1TB(테라바이트)라고 하면, 440억개 분이 되는 엄청난 양이다. 그런데 향후 데이터 증가속도는 더 빨라져서 2025년까지 463EB(엑사바이트)가 더 만들어질 것이라고 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데이터 처리 능력을 갖춰야 한다. 데이터(data)는 단순한 사실의 나열, 정보(information)는 의미 있는 데이터, 지식(knowledge)은 가치 있는 정보를 추려낸 것이고, 지혜(wisdom)는 패턴화된 지식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가짜뉴스도 많고, 수많은 노이즈가 떠돌아 다니므로, 노이즈와 제대로 된 신호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혼돈에서 질서를 찾아내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학교교육에서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이 필요한 이유다. 우리는 현재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난관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하는데, 안티프래질(anti-fragile)이란 말이 있다. ‘충격을 받으면 오히려 더욱 단단해지는’이라는 뜻이다.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한 책 ‘블랙 스완’의 저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블랙스완’ 현상의 해법으로 제시한 개념이며, 다음은 그의 말이다.

“바람은 촛불 하나를 꺼뜨리지만 모닥불은 살린다. 무작위성, 불확실성, 카오스도 마찬가지다. 나는 당신이 이런 것들을 피하지 않고 활용하기를 원한다. 불이 되어 바람을 맞이하라.”

김기영 전 총장은…
연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했다. 동 대학원에서 금속공학과 석사학위를, 일본 도쿄대 대학원에서 재료공학으로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을 지낸 뒤 1997년 한국기술교육대 에너지신소재화학공학부 교수로 부임했다. 이후 교무처장, 능력개발교육원 원장 등을 역임했고 2014년 12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한국기술교육대 총장을 지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