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시자 대비 합격률, 10명 이상 기준 서울시립대 23.5% 1위, 웅지세무대 11.4% ‘상대적 저조’
‘국세 경력자’ 제외한 1차시험 합격자는? ‘물량공세’ 웅지세무 118명 1위
2009~2019 11년 누적 합격자, 서울시립대 357명, 중앙·경희·웅지세무·동국 순

전문직에 대한 관심은 매년 ‘오름세’다. ‘시험’이라는 관문이 있지만, 전문성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미래를 그려낼 수 있다는 점, 매서운 취업난의 한파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 등이 작용한 결과물일 것이다. 한국대학신문은 이토록 높은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전문직과 관련된 대학별 현황을 비정기적으로나마 그려내고자 한다. 대학들의 높낮이를 매기려는 것이 아닌 대학의 지원과 학생의 노력이 한데 모여 빚어낸 뛰어난 성과에 박수를 보내고자 함이다. <편집자 주>

(사진=서울시립대 제공)
(사진=서울시립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한국대학신문>이 최근 한국산업인력공단으로부터 입수한 ‘2019년(56회) 세무사시험 응시자, 합격자 대학입력정보’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실시된 세무사시험에서 가장 뛰어난 성과를 낸 대학은 서울시립대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립대는 지난해 8월 17일 실시된 세무사 2차시험에서 38명의 합격자를 냈다. 전국 대학 가운데 30명 이상의 합격자를 낸 곳은 서울시립대가 유일하다. 

서울시립대가 이처럼 세무사 시험에서 유일무이한 실적을 내는 것은 ‘세무학과’가 든든히 자리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시립대의 대표적 특성화 학과인 세무학과는 1984년 서울시 세무전문인력 양성을 목표로 만들어져 지금까지도 세무 관련 학과라면 가장 먼저 언급될 정도로 위상을 공고히 해 왔다. 그 결과 인문계열에서 가장 높은 합격선을 기록할 정도로 대입에서도 높은 수험생 선호도를 자랑하는 중이다. 

서울시립대에 이어 많은 합격자를 낸 곳은 28명의 합격자를 배출한 경희대였고, 중앙대가 27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한양대도 25명의 합격자를 내며 최상위권의 실적을 보였다. 

이들 대학 역시 서울시립대 못지않게 수험생 선호도가 높은 대학이며, 세무 관련 학과를 보유했다거나 경영학과 등의 규모가 큰 점이 좋은 성과를 내는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 경희대는 회계·세무학과를 보유 중이며, 한양대도 분교인 에리카(ERICA)캠퍼스에 회계세무학과가 있다. 중앙대는 유일하게 세무 관련 학과가 없는 대학이지만, 경영대를 기반으로 좋은 성과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다음으로 많은 합격자를 낸 대학은 웅지세무대다. 웅지세무대는 한양대보다 한 명 모자란 24명의 합격자를 배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에서 5명 이상의 합격자를 배출한 대학들 가운데 유일한 전문대인 웅지세무대는 전국에서 단 하나뿐인 세무 분야 특성화 대학이라는 장점을 잘 드러낸 사례로 보인다. 

웅지세무대의 성과는 최근 들어 어려워진 여건 속에서도 일궈낸 것이기에 한층 값지다는 평가다. 웅지세무대는 최근 몇 년간 대학구조개혁평가·대학기본역량진단 등에서 하위등급을 받은 데 더해 설립자인 이사장이 횡령·배임 등을 이유로 지난해 징역 5년을 선고받는 등 바람 잘 날이 없었다. 하지만, 올해 이완휘 경영세무정보학부 교수를 신임 총장으로 선임하며, 학교 정상화를 염두에 둔 움직임을 선보이는 중이다. 다만, 횡령·배임으로 법정구속된 이사장이 직접 학생들을 지도해 세무사시험에서 ‘놀라운 성과’를 냈다고 홍보하는 문구를 여전히 홈페이지에 내건 점 등을 볼 때 진정한 학교 정상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뒤이어 세무사시험에서 좋은 성과를 낸 대학들은 △부산대(20명) △홍익대(19명) △고려대(18명) △단국대·건국대·동국대(각 17명) △연세대(16명) △경기대·인하대(각 15명) △숭실대(13명) △세종대·성균관대(각 12명) 등이었다. 총 51개 대학이 5명 이상의 2차 합격자를 배출한 데 이어 1명 이상 5명 미만 합격자를 낸 대학도 48개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무사 시험은 4년제 대학만의 전유물은 아니었다. 웅지세무대 외 전문대에서도 총 12명의 합격자가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명지전문대에서 2명의 합격자가 배출됐고, 이어 대구보건대·대전과기대·동원대·목포과학대·부천대·신구대·안산대·여주대·오산대·원광보건대·한양여대 출신 합격자도 각 1명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외에도 한국방송통신대 출신 합격자가 6명 있었으며, 해외대를 나온 사례도 5명 존재했다. 검정고시 출신 합격자도 1명 있었고, 육군사관학교 출신의 세무사도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최종 학력을 대학원으로 표기한 사례도 2명 있었으며, 검정고시 출신도 1명 있었다. 

■응시자 대비 합격률은? KC대, 한밭대, 대구대 남서울대, 서울여대 순 = 이번에 <한국대학신문>이 집계한 출신대학별 세무사시험 현황은 합격자 뿐 아니라 응시자도 함께 확인한 점이 특징이다. 합격자 현황이 공개된 적은 있었지만, 개별 대학의 응시자 수까지 낱낱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응시자 수와 합격자 수를 비교해 합격률을 집계한 결과 KC대의 합격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KC대는 2명이 세무사 2차시험에 응시해 모두 합격, 100%의 합격률을 보였다. 이어 8명이 응시해 3명이 합격한 한밭대(37.5%)의 합격률이 높았다. 20명이 응시해 6명이 합격한 대구대와 10명이 응시해 3명이 합격한 남서울대는 각 30%의 합격률을 보였다. 서울여대도 27명이 응시해 7명이 합격, 25.9%의 높은 합격률을 기록했다. 

합격자가 10명 이상인 경우로 범위를 좁혀 보면, 서울시립대의 합격률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162명이 응시해 38명이 합격한 서울시립대의 합격률은 23.5%였다. 23.1%(15명 합격/65명 응시, 이하 합격·응시 제외)를 기록한 경기대만이 서울시립대의 합격률과 엇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인하대 19.7%(15명/76명), 인천대 19.3%(11명/57명), 홍익대 17.8%(19명/107명), 세종대 17.6%(12명/68명) 등 다른 유수의 대학들은 서울시립대와 비교했을 때 합격률이 다소 낮은 편이었다. 2차 합격자 수에서 서울시립대 다음가는 성적을 낸 경희대는 17.2%(28명/163명), 중앙대는 17.1%(27명/158명), 한양대는 16.9%(25명/148명)의 합격률을 각각 기록했다. 

전문대 가운데 유일하게 5위 내에 든 웅지세무대는 상대적으로 합격률이 저조한 편이었다. 210명이 응시해 24명이 합격, 11.4%의 합격률을 보이는 데 그쳤다. 

다만, 웅지세무대보다 더 낮은 합격률을 보이는 대학도 존재했다. 10명 이상의 2차시험 합격자가 나온 대학 가운데 동국대(10.9%)는 웅지세무대보다 합격률이 낮았고, 전남대(9.3%), 성균관대(9%)는 합격률이 한 자릿수에 머물기도 했다. 연세대도 11.5%로 웅지세무대와 합격률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다. 

■1차시험 어땠을까…‘물량공세’ 웅지세무대 1위 = 세무사시험은 현재 다른 전문직 시험과 마찬가지로 1차와 2차에 걸쳐 시험을 실시한다. 1차시험과 2차시험 모두 평균 60점, 과목별 40점 이상을 받아야 합격하는 절대평가 체제다. 단, 1차시험은 실제로도 절대평가 방식이 적용되는 반면, 2차시험은 최소 선발인원보다 해당 점수를 만족하는 인원이 적은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실질적으로는 평균 60점, 과목별 40점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합격하는 인원들이 다수 나온다. 

2차시험은 대학들의 경쟁력을 면밀히 판단하는 데 있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대학을 졸업한 지 오래된 인원들이 상당수 포함되는 2차시험의 특성상 현 시점 기준 대학들의 세무사시험 경쟁력을 더 면밀히 볼 수 있는 것은 1차시험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한 지 오래된 인원들이 2차시험 합격자에 포함되는 이유는 대부분 ‘국세 경력자’들의 존재 때문이다. 국세 행정에 10년이상 종사했거나 지방세 행정사무 종사 경력이 20년 이상인 경우 등인 ‘국세 경력자’들은 1차시험을 전부 면제받는 것이 가능하며, 10년 이상 경력을 지닌 5급 이상 공무원, 20년 이상 국세 관련 행정사무 종사 경력이 있는 경우에는 1차시험에 더해 2차시험 과목도 일부 면제된다. 지난해 실시된 56회 세무사시험에서 이처럼 국세경력자로 시험을 치러 합격한 인원은 72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립대가 낸 뛰어난 성과 가운데 일부는 이처럼 ‘국세 경력자’에서 기인한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이같은 사례들이 제외된 1차시험 결과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가장 뛰어난 실적을 낸 대학은 118명의 합격자를 낸 웅지세무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웅지세무대는 1차시험 응시자가 438명으로 다른 대학과는 차원이 다른 ‘물량공세’를 펼친 것으로도 조사됐다. 웅지세무대보다 더 많은 응시자가 존재하는 대학은 없었으며, 다음으로 응시자가 많은 경희대도 309명으로 웅지세무대와는 격차가 컸다. 

이어 1차시험 합격자가 많은 대학은 108명인 경희대였고, 연세대가 91명, 서울시립대가 89명, 중앙대가 80명, 한양대가 77명의 합격자를 각각 배출해 뒤를 이었다. 연세대가 1차시험에서는 시립대·중앙대·한양대보다도 많은 합격자를 내고 있지만, 2차시험에서는 다소 저조한 실적을 내는 것이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1차시험에서 10명 이상의 합격자를 낸 대학들 가운데 가장 합격률이 높은 곳은 63명이 응시해 27명이 합격하면서 42.9%의 합격률을 기록한 창원대였다. 이어 세종대가 41.9%, 숙명여대가 41.7%, 강원대가 40.9%의 높은 합격률을 보였다. 

2차시험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낸 서울시립대의 1차시험 합격률은 34.6%였고, 경희대는 35%, 중앙대는 34.9%, 한양대는 32.2%의 합격률을 기록했다. 웅지세무대는 26.9%로 응시자가 워낙 많다 보니 합격률이 다소 낮은 편이었다. 

■최근 11년 누적 합격자는? 서울시립, 중앙, 경희, 웅지세무 순 = 지난해 한국산업인력공단은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실시된 10년간의 세무사시험에서 가장 많은 합격자를 배출한 37개 대학의 현황을 공개한 바 있다. 

지난해 실시된 56회 시험까지 11년을 기준으로 이들 대학의 누적 합격자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서울시립대의 실적이 단연 앞섰다. 서울시립대는 11년간 총 357명의 세무사를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이 된 모든 대학 가운데 300명 이상의 실적을 낸 대학은 서울시립대가 유일했다. 

이어 누적 합격자가 많은 대학은 251명의 세무사가 나온 중앙대였고, 다음으로 경희대(241명), 웅지세무대(225명), 동국대(208명), 한양대(190명), 단국대와 고려대(각 174명) 순서로 이어졌다. 168명의 세무사를 배출한 숭실대와 158명의 합격자가 나온 건국대에서 톱10이 끊겼다.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국립세무대가 여전히 합격자를 배출하며 16위에 오른 점이 눈길을 끈다. 2년제 특수목적대학인 국립세무대는 IMF사태와 정부 구조조정, 졸업 후 세무 공무원이 되는 특성상 파벌형성 등에 대한 우려 등이 겹치며 2001년 마지막 졸업생을 배출하고, 현재는 완전히 사라진 상태다. 10년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국세 경력자’에게 시험 기회를 부여하는 세무사시험의 특성으로 인해 학교가 사라진 지 오래 됐음에도 여전히 합격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수험생들이 직접 표기한 출신학교 기반 집계, ‘세무대’ 현황에서 제외 =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제공한 ‘응시자-합격자 대학입력정보’는 수험생들이 원서접수 시 직접 입력한 출신학교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공단 측은 “수험자 본인이 인터넷 접수 시 직접 입력한 정보 기준으로 공단에서는 별도의 확인·검증을 거치지 않았음을 알린다”고 설명했다.

수험생들이 직접 입력한 정보이기에 오타 등도 일부 존재하는 상황이다. ‘세종대’를 ‘새종대’로 표기한 것처럼 명백히 학교 이름에 오타가 있는 경우거나 ‘대학교’를 ‘대핫교’ 등으로 잘못 기입한 경우에는 이를 보정해 집계 대상으로 삼았다. 

출신학교가 통폐합되는 등의 사유로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경우 현재 운영 중인 학교 출신인 것으로 집계했다. 예컨대 현재는 가천대로 통합된 경원대가 모두 가천대 출신으로, 한국교통대로 통합된 철도대가 모두 한국교통대 출신이 되는 방식이다. 학교명이 단순히 바뀐 경우에도 현재의 학교명을 기준으로 해 합격자와 응시자를 집계했다. 

단, 출신학교를 별도로 기입하지 않았거나, 확인이 불가능한 상황인 경우는 집계에서 제외했으며, 출신학교를 ‘세무대’로 표기한 경우에도 집계 대상에서 제외했다. 국립세무대와 웅지세무대 가운데 어느 대학 출신인지가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웅지세무대는 자교 인원들이 ‘세무대’라는 명칭을 쓰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하지만, 정확한 숫자는 파악 불가능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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