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기 가톨릭대 교육대학원 겸임교수

배상기 가톨릭대 교수
배상기 가톨릭대 교수

최근 대기업의 신입사원 공채가 사라지면서 상시-소수-경력직 채용이 일반화될 것이다. 한 채용 포털이 국내 428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337개사가 2020년 상반기에는 수시채용만으로 채용 전형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조사 대상 기업의 약 80%에 이르는데, 이런 경향은 앞으로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취업하고자 한다면, 수시채용에 적합한 역량을 갖기 위한 자기 성장의 스토리가 기업에서 매력적으로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한 일간지에 따르면(중앙일보, 2020.6.20) 최근 모 대기업 회장님은 그룹 확대 경영 회의에서 “매력적 스토리로 기업가치를 높이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그리고 사장단에게 이렇게 촉구했다고 한다. “성장을 가로막는 구조적 한계를 어쩔 수 없이 주어진 환경이 아니라 극복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발상의 전환이 이뤄져야 합니다.(중략) CEO라면 구조적 장애물을 해결하기 위한 자신만의 성장 스토리를 준비하고 출사표를 던져야 합니다.”

필자가 보기에, 대기업 회장이 말한 매력적인 스토리는 젊은이들이 접하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사람이 살면서 직면하는 장애물은 어쩔 수 없는 환경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장애물은 본인의 생각보다 작은 장애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구조적인 것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그것을 받아들이고 강한 의지로 하나라도 극복해야 한다. 장애물을 장애물이 아닌 성공을 위한 계단으로 생각하면 접근하기가 좀 더 쉬울 것이다.

어린 코끼리를 밧줄로 묶어 말뚝에 묶어두면, 코끼리는 밧줄을 벗어나려고 애를 쓰다가 어느 순간에 자신은 밧줄에 묶여 있으면 도망갈 수 없다고 인식하고 포기한다고 한다. 그러면 힘이 세진 어른이 됐어도, 묶이지 않은 밧줄이 달려 있어도 코끼리는 도망을 가지 못한다고 한다. 그것은 코끼리가 어릴 때의 경험으로 스스로 한계를 정한 것이고, 그 한계는 성장해서도 바꿀 생각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의 젊은 학생들도 엄청난 능력이 있지만, 코끼리처럼 그것을 인정하지 못한 채로 과거의 기억 속에서 현재의 자신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자신은 능력이 부족해서 좋은 대학에 못 갔고 좋은 고등학교 못 갔다고 판단하는 것, 그래서 앞으로 인생도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갖지 못하며 원하는 삶의 질을 살지 못할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 등이다. 그런 것을 넘을 수 없는 장애물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장애물로 보이는 것은 장애물이라기보다 자신의 성공적인 삶을 위한 구조적인 계단이 될 수 있다. 그 계단은 당연히 우리가 밟고 올라갈 수 있고, 설사 좀 힘들지라도 올라갔을 때의 성취 기쁨은 굉장하다.

자신을 공부도 못하는 아이로, 능력도 안 되는 대학생으로 취급하지 마라. 현재는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못나 보여도 실제는 그렇지 않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인생을 살 일도 아니고 지금 당장 인생의 전부가 결정된 것도 아니다. 이제 시작이다. 그는 그의 인생이 있고 나는 나의 인생이 있다. 그러므로 비교하고 싶어도 참아라. 그냥 자신을 인정하고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간으로 대하라. 현재의 생활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고, 지금의 자기를 앞으로 노력해서 이룰 자신의 모습으로 높게 바라보라. 그렇지 않으면 과거와 다를 것 없는 미래만 있을 뿐이다. 아인슈타인은 “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다른 미래를 기대하는 것은 정신병의 초기증세”라고 했다. 지금보다 나은 미래를 원한다면 지금까지 살았던 것과 다른 삶, 즉 다른 행동과 생각을 해야 한다.

지금 원하는 일을 어떻게 할지 몰라도 된다. 우리가 산에 오를 때, 정상으로 가는 길을 모두 다 알면서 산에 오르지 않는다. 정상을 마음에 두고, 발 앞의 길을 주시하면서, 새롭게 만나는 길과 장애물을 헤치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정상의 방향을 향해서 포기하지 않고 걷다 보면 정상에 도달하는 것이다. 우리 인생도 그렇다.

현재의 상태가 구조적인 장애물이 아닌 사람이 별로 없다. 다만 그것을 성공의 계단으로 보고 넘어가느냐, 넘지 못할 장애물로 보고 포기하느냐뿐이다. 우리는 그것을 계단으로 보고 넘어야 한다. 쉽지는 않다. 그러나 그렇게 넘다 보면 성장하게 되고, 그런 성장 이야기는 자신을 역량이 있는 매력적인 인재로 만들어 가치를 높여줄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