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대구 라온제나 호텔에서 한국전문대학교수학습발전협의회 2020년 상반기 세미나가 열렸다. (사진=허지은 기자)
22일 대구 라온제나 호텔에서 한국전문대학교수학습발전협의회 2020년 상반기 세미나가 열렸다. (사진=허지은 기자)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교육환경이 급격히 변화하고, 교육부가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에서 교육 역량 강화를 주문한 상황에서, 학생 중심의 교수학습 전략이 더욱 중요하다는 교수학습 전문가들의 제언이 나왔다. 또한 교수학습 전략을 구상하고 실행할 CTL(Center for Teaching and Learning) 조직의 역할을 강조하는 한편, 가장 변화가 필요한 것은 교수자라는 지적도 나왔다.

코로나19의 발병과 확산 이후, ‘AC(After COVID-19) 시대’의 달라진 교육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전문대학교수학습발전협의회(회장 김수연, 인천재능대학교 교수학습개발센터장)가 22일 대구 라온제나 호텔에서 2020년 상반기 세미나를 개최했다.

박승호 계명문화대학교 총장(왼쪽)과 정명화 교수학습발전협의회 고문이 22일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허지은 기자)
박승호 계명문화대학교 총장(왼쪽)과 정명화 교수학습발전협의회 고문이 22일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허지은 기자)

이날 기조발표 강연에 나선 박승호 계명문화대학교 총장은 원격 교육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학생이 자기조절학습 능력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승호 총장은 최초로 CTL 조직을 만든 미국 미시간대에서 교육심리학 박사를 했고, 한국교육심리학회 회장과 한국대학교육개발센터협의회장 등을 역임했다.

박승호 총장은 “학습자의 자기조절학습(SRL, Self-Regulated Learning) 역량은 원격수업 상황에서 필수적인 요소다. 만약 갖춰지지 않는다면 원격수업은 극히 효과적이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수업을 잘 생각해보면, 학생이 중심이 돼야 하는 것을 잘 알아도 교수자가 수업의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정명화 한국전문대학교수학습발전협의회 고문 역시 교수학습발전협의회 연구진이 준비한 ‘교수학습 2030’ 비전을 대표로 발표하며 학생 중심의 교수학습 전략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된 교수학습 2030에서는 △스스로 나아가게 하자 △함께 소통하고 협력하게 하자 △유연하게 생각하고 도전하게 하자 △디지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하자 △교수학습 지원을 혁신하게 하자 등 5가지 과제가 제안됐다.

정명화 고문은 “학생이 스스로 나아가게 하는 교육을 하자는 것이 교수학습 2030의 5대 제안 사항 중 첫 번째 내용이다. 이 제안의 내용은 자기주도성, 능동적 학습, 자기조절, 자기효능감, 자기결정성 등으로 요약된다. 학습자가 행위주체자로서, 주도적으로 교육에 임할 수 있도록 교수학습의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에 대해 “지금의 학습자들은 배움에 준비되지도, 배움에 목 마른 상태도 아니다. 학습 습관이 형성돼 있지 않고, 자존감이 낮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 중심의 수업 설계를 위해서는 교수자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자성적 목소리도 나왔다. 또한 교수자의 변화를 촉진할 CTL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대학 본부 차원의 관심이 집중돼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박승호 총장은 “OECD도 최근 ‘러닝 컴퍼스(compass) 2030’이라는 비전을 만들었다. 이름에서 보이듯 중심에 ‘티칭’이 아닌 ‘러닝’ 즉 학습자를 중심으로 했다”며 “프로그램을 준비할 때 우리 프로그램이 전통 유지에 급급한가, 변화의 노력을 하고 있는가 돌아봐야 한다. 새로운 시도를 하고 피드백도 받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명화 고문은 “교수가 (혁신의) 칼자루를 쥐고 있다. 교수 스스로 ‘내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야 교수학습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며 “교수학습 2030에서는 교수학습을 혁신하게 할 것을 제안한다. 교수자가 스스로 무엇을 가르쳐야 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고민해야 한다. 교수 간 튜터링을 하고 있는 해외 대학 사례가 있는데, 나의 수업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피드백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명화 고문은 “교수자의 행위주체성이 발현될 수 있도록 대학 본부의 뒷받침도 필요하다. 학사구조를 유연화하고, 교수자의 역량 강화와 직원의 업무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며 “교수학습을 지원하는 CTL 조직에도 전문성을 가진 인력이 갖춰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승호 총장은 “CTL은 대학의 여러 조직 중 하나로 여겨져선 안 된다. 대학들이 최근 CTL 인력과 예산을 자꾸 줄이고 있는데, 그래서는 교육의 수월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원격 수업이 도입되며 원격 수업의 질이 계속 화두가 되고 있다. 교육의 질은 교수자의 질을 능가할 수 없고, 대학 수업의 질은 그 대학의 CTL 역량을 능가할 수 없다. CTL은 교수자의 역량과 대학 교육의 질을 책임지는, 소명감이 강할 수밖에 없는 조직”이라고 밝혔다.

김수연 한국전문대학교수학습발전협의회 회장. (사진=허지은 기자)
김수연 한국전문대학교수학습발전협의회 회장. (사진=허지은 기자)

원격 수업의 질과 관련해서 원광보건대학교의 사례도 공유됐다. 원광보건대는 2018년 국가평생진흥교육원의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K-MOOC) 사업에 선정됐다. 주온주 원광보건대학교 혁신교육원장은 이날 발표에서 모든 원격 수업에도 K-MOOC의 질 관리 체계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또한 K-MOOC 모니터링단을 운영해 강의의 질을 관리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원광보건대는 LMS를 통한 일반 동영상 수업에도 K-MOOC의 경험을 활용했다. 주온주 원장은 “콘텐츠의 질 관리를 위해 3년이 경과된 콘텐츠에는 LMS에서 빨간색의 경고 등이 들어오게 해, 오래된 콘텐츠임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출석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영상을 켜 놓고 일정 시간 이상 클릭을 하지 않으면 회면에서 자동으로 나가게 되도록 했다. 본인 인증에는 구글 OTP를 활용했다”며 “올해 400만원 정도를 투자해 과제중복검사시스템도 도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전문대 현장중심 교육을 담당하고 있지만 직업인으로 기업에 소속된 신분인 산업체 재직 교원의 역량 강화를 위해서도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송현직 한국전문대학산학협력처단장협의회 회장(영남이공대학교 산학협력단장)은 “교수자의 위치가 변화됐다. 가르치는 사람에서 학생의 수업 의지를 높이는 촉진자로 바뀐 것이다. 교수자 스스로가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며 “산업체 재직 교원들이 이렇게 인식을 전환할 수 있도록, 산업체 재직 교원의 특성에 맞춘 교수학습 매뉴얼을 구축해야 한다. 또 산업체 재직 교원은 일반 교원과 달리 교수법 연수에 참여하기도 쉽지 않은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의 파고를 넘기 위해서는 집단지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수연 회장은 개회사에서 “대학마다 평가와 사업에 쫓기다 보니 2,3년 후의 일도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교수학습에 있어서는 향후 10년을 내다보고 고민해야 한다”며 “공동의 비전이 될 교수학습 2030을 통해 각 전문대가 함께 힘을 합쳐 노력해보고자 한다. 또한 5가지 제안을 어떻게 실행할지 역시 집단지성을 발휘하면 바람직한 방향이 나올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남성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대구보건대학교 총장)은 격려사를 전하며 “전국 전문대 교수학습센터 관계자들은 변혁의 촉진자라 생각한다”며 “뉴노멀 시대라 하더라도 교육의 근원적 목표를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학생을 따뜻하게 품어주고, 학생이 스스로 정답을 찾아가는 창의적 교육이 우리가 함께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또한 “전문대가 현실을 뛰어넘어 교육 혁신을 증폭할 수 있도록, 일반대와는 차별되는 전문대만을 위한 다각도의 지원 정책이 모색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남성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 (사진=허지은 기자)
남성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 (사진=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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