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적 대응방안 연구 자료 발표로 정책 적극 제안
일반대 원격수업 아직은 미약…상생 모델 만들어야

지난 22일 본지가 주최한 사이버대 서밋에서 사이버대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했다. (사진= 한명섭 기자)
지난 22일 본지가 주최한 사이버대 서밋에서 사이버대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했다. (사진= 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교육부의 일반대 원격강의 규제 완화 이후 사이버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일반대 원격수업이 확대되면 사이버대와의 경쟁 구도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 사이버대의 생존까지도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7월 2일 ‘포스트 코로나 교육 대전환을 위한 총장과의 대화’ 자리에서 원격수업의 교과목 개설 기준과 이수학점 제한 기준을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해 원격수업 등 비대면 수업의 확대로 규제 완화를 요구해 온 대학의 목소리가 받아들여진 것이다.

교육부는 학위취득에 필요한 학점 전부를 원격으로 이수하는 것에 더해 별도의 제한 없이 대학이 정하는 범위 내에서 학위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석사 학위과정의 온라인 운영도 2021년부터 허용키로 했다. 뿐만 아니라 국내대학과 외국대학 간의 공동 교육과정을 운영할 경우 온라인 학사학위과정과 석사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교육부 시행령 제14조에 따르면 일반대의 원격수업 운영 기준은 학위 취득을 위해 필요한 학점의 20% 범위 내에서만 원격수업이수를 인정했다. 국내대학과 외국대학 간 교육과정 역시 (국내대학 소속 학생) 국내 및 외국대학 학위 취득을 위해 필요한 학점의 20% 범위 내에서만 수업 이수를 인정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일반대와 사이버대 경계 허물어져…교육의 질 확보 난제= 사실상 현재의 기준을 모두 완화하는 셈이어서 원격교육의 주축을 맡아온 사이버대와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은 물론 1학기 동안 불거져 온 수업의 질 논란 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사이버대도 이런 부분을 우려하고 있다.

전국 사이버대의 연합체인 한국원격대학협의회(원대협)는 정부의 발표 이후 ‘사이버대학 대응 방안 연구’에 돌입했다. 연구에 따르면 일반대의 원격수업 확대로 발생하는 문제의 하나는 대학 간의 경계가 모호해진다는 점이다.

사이버대는 현재 17개 대학에서 338개 학과와 전공을 설치해 연평균 498.4개에 달하는 수업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고등교육법에 근거해 일반대와 사이버대는 다른 대학으로 구분돼 있는데 일반대에서 원격수업을 확대할 경우 대학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대부분 원격수업으로 이뤄졌던 일반대의 1학기 수업의 경우 콘텐츠의 질 측면도 쟁점사항의 하나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유례없이 시행된 경우이긴 하지만 서울의 주요 대학에서도 서버 다운, 강의 부실, 접속자 폭주 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이는 기존에 오프라인 강의를 주로 하면서 원격수업을 가동하기 위한 서버나 시스템 등의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등록금 환불 요구의 가장 큰 근거 중 하나도 사이버대에 못 미치는 수업 콘텐츠였다.

일반대와 사이버대 모두 운영하고 있는 대학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가 터지고 모(母) 대학에 먼저 자체 사이버대의 수업과 서버를 공유할 수 있도록 제안했으나 사이버대란 이유로 거절하고 (서버 폭주 등) 그런 사태를 경험하는 웃지 못할 사례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일반대가 단시간에 사이버대 수준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수업의 질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사이버대의 경우 보다 체계적인 원격수업 체제를 가지고 있다. 콘텐츠의 운영과 품질관리에 필요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조직구성, 운영소프트웨어의 주요기능 등 콘텐츠 질 관리에 매우 엄격한 기준으로 관리된다. 원격수업 관리 위원회(가칭)의 구성과 사용연한 초과 콘텐츠 평가 시행만을 요구하는 일반대와는 대조적이다.

경쟁보다는 상생…사이버대에 필요한 규제 완화 요구도= 원대협은 이런 위기감 속에서 경쟁보다는 상생을 위한 방안을 제안했다. 전제 조건은 원격수업 기준의 명확성이다. 사이버대가 교육부의 ‘원격교육 시설 기준 고시’를 준수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대 역시 여기에 맞춰 원격교육을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학생 수를 고려한 시설 완비, 원격교육 운영 관리를 위한 조직, 소프트웨어 기준 등 공통의 기준을 적용해야 무늬만 원격수업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이버대에 대한 지원도 요청했다. 일반대의 원격수업 제한 완화로 사이버대의 입지가 축소될 것에 따른 일종의 완충장치인 셈이다. 사이버대가 요구하는 대표적 규제 완화 조치는 대학재정지원사업 참여와 일부 국가자격증 취득 기회 부여다.

사이버대는 교육부 대학재정지원사업에서 제외돼 있는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원격대학 인증·역량진단 시행 후 평가 결과를 통해 대학재정지원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사이버대의 경우 일부 국가자격증 취득에서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유아교육, 유치원 교사 양성과 의무기록사, 영양사, 문화예술교육사 등 가능한 부분에서 자격증 취득의 기회를 달라는 요구도 함께 하고 있다.

규제 완화와 별개로 일반대와의 상생 방안도 제안했다. 온라인교육 역량 강화를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일반대와 사이버대가 공동의 과제로 삼아 제작하는 방식이다. 지금 일반대의 역량으로는 당장 사이버대 수준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 어렵다. 사이버대는 일반대와의 공동 제작을 원격교육 전반에 걸쳐 콘텐츠의 질을 높이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제시했다.

교육 당국은 긍정적…김중렬 원대협 회장 “섣부른 판단보다 단계적 검토 필요”= 교육 당국도 사이버대의 제안에 대해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교육부 이러닝과 관계자는 “사이버대가 제안한 내용은 지난 몇 년간 교육부가 함께 고민했던 내용으로 9월까지 정책 연구를 통해 검토할 것”이라면서 “일반대에 가하졌던 규제가 풀어지면 사이버대에 위기가 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사이버대의 규제가 완화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중렬 원대협 회장은 급격한 정책 추진보다는 단계적이고 합리적인 검토를 당부했다. 섣부른 원격교육의 시도로 원격교육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다. 김중렬 회장은 “원격교육의 하향평준화를 원치 않는다”면서 “일반대에 규제를 풀어준다고 하면 여러 가지 종합 검토를 통해 급하게 해결해야 할 부분은 해결하고, 장기적인 부분은 천천히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회장은 “코로나19 시대로 원격교육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은 막을 수 없기 때문에 경쟁보다는 상생을 택했다”면서 “다만 이번 기회를 통해 그동안 사이버대에 취해졌던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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