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사회적 격변기에 출범한 한국대학신문호가 대학과 고락을 같이 하며 창간 32주년을 맞이했다. 본지는 창간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고등교육혁신 현장을 누비며 고등교육정책의 실상을 널리 알리고 정확한 분석 기사를 통해 고등교육정책의 나아갈 바를 제시해 왔다. 

때로는 대학의 자율성을 옥죄는 정부 정책을 비판했고, 사학비리에 예리한 필봉을 휘둘렀다. 대학정책에 무지한 정치권에 대학의 어려운 실상을 정확히 알리는 것은 물론 입법을 촉구해 고등교육 발전 기반을 조성하는 데 힘써 왔다.

본지는 대학 정론지로서 대학 현안에 대한 심층취재와 기획보도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동안 발굴 취재한 기사들은 대학혁신 공론의 장에서 아젠다(agend) 세팅에 주요 기능을 수행했고, 관련 기관이 혁신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도 했다. 수많은 특종과 속보를 통해 대학현장의 생생한 정보를 리얼타임으로 제공함으로써 온라인 시대 매체로서의 기능을 한껏 발휘하고 있다.

본지는 ‘말’과 ‘글’ 뿐만 아니라 각종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대학 혁신을 주도했다. 선진해외혁신대학 연수를 통해 우리 보다 먼저 대학혁신에 나선 선진 외국대학들을 탐방하여 혁신의 방향과 구체적 아이템을 제공했다. 세계적인 대학교육 혁신가들을 초빙, 포럼·워크숍을 조직해 그들의 경험을 함께 나누는 ‘공유의 장’을 만들기도 했다.

대학총장들로 이뤄진 프레지던트 서밋은 벌써 5회차를 맞이하며 우리나라 고등교육 발전에 실질적인 주제를 다루는 ‘공론의 장’으로 성장했다. 2회차를 맞이한 미래대학 콜로키움도 대학 혁신의 실제적 방법론을 배우는 ‘학습의 장’으로 그 의미를 더해가고 있다. 

대학 혁신 그 앞에는 늘 한국대학신문이 있었다. 올해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의 해로 대학 혁신에 또 다른 차원이 열린 시기다. 대학 교육에서도 오프라인(off-line) 시대는 가고 온라인(on-line)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 느낌이다. 오프라인 시대의 구(舊) 제도들이 온라인 시대에 속속 폐기되거나 검토되고 있다. 이런 면에서 코로나19로 초래된 위기는 대학교육 대전환의 호기(好機)다. 

코로나19는 국경을 넘어 모든 나라에 기존의 관념과 질서를 송두리째 흔들며 새로운 질서와 관행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사회 각 분야에서 코로나19 시대의 뉴노멀(New Normal)을 찾기 위한 노력이 본격화되고 있다.

정책당국의 빠른 대처와 파격적 이니셔티브가 눈에 띤다. 비상사태에 걸맞은 대처방식이다. 정부 차원에서 디지털, 그린, 휴먼 뉴딜정책이 수립됐고, 교육 분야에서도 언택트(untact) 시대에 필요한 법과 제도 개혁에 나서고 있다. 

수십 년 동안 유지돼온 대학설립기준도 재조정이 불가피해졌다. 각 대학의 온라인 교육 비율도 20%에서 학교 자율로 맡기는 등 파격적인 정책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경계를 넘어 교육 영토 확장을 위한 선제적 시도도 재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변화에 둔감했던 교육당국의 대처가 어느 부처보다 빠르다는 점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과거 패러다임(paradigm)에 입각해 현재 교육을 바라보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 됐다. 산업현장에서는 마이크로 디그리(micro degree)와 나노 디그리(nano degree) 같은 새로운 서티피케이트(certificate)를 발급하는 대안교육기관에 대한 조명이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학위가 주는 메리트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시대가 되고 있다. 대학의 존재 이유(raison d‘etre)에 대한 근원적 질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교육 대전환의 시기를 맞이해서 정부와 대학의 발 빠른 행보를 기대해 본다. 고사 직전에 있는 대학을 살리기 위해 정부의 혁신 정책이 더 속도를 내야 한다. 규제도 포지티브 시스템에서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빨리 전환해야 한다. 

대학의 생명은 자율에 있다. 최소한도의 법적, 도덕적 룰(rule)만 정해놓고 다 풀어 놓기 바란다. 대학의 특성화와 다양화를 위해 대학을 획일화시키는 정부재정지원사업의 전면적인 개편도 추진해야 한다. 대학사회도 운영 주체인 법인은 물론 대학경영진, 교수, 직원 모두가 혁신 대오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는 말이 있다. 이제 대학 교육 대전환의 여건은 마련됐다. 좋든 싫든 지금의 대학교육 환경은 정부의 규제혁파를 강제하고 있고, 혁신에 미온적인 대학을 혁신의 물길로 밀어 넣고 있다. 대학이 변신을 이룰 절호의 기회가 찾아 온 것이다. 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 이런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쳐서는 희망이 없다. 교육 대전환의 시대, 한국대학신문은 대학 교육 혁신이라는 대장정에 대학과 항상 함께 할 것임을 다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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