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원대 ‘전년도 시정명령 이행실적 미흡’ 통보
2년 연속 위반 KAIST 10% 이내 ‘모집정지’ 처분 예고
모집정지 실효성 있나? 일반대와 상이한 과기원 체제 
과고·영재학교 몰리는 과기원, 교육과정 판정 대상 제외 주장도

공교육정상화법에 따른 대학별고사 교육과정 위반 판정 결과 KAIST가 DGIST, 서울과기대와 더불어 지난해 교육과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연속 위반 판정을 받은 KAIST에는 10% 이내 모집정지 처분이 예고됐지만, 별다른 실효성이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사진=KAIST 제공)
공교육정상화법에 따른 대학별고사 교육과정 위반 판정 결과 KAIST가 DGIST, 서울과기대와 더불어 지난해 교육과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연속 위반 판정을 받은 KAIST에는 10% 이내 모집정지 처분이 예고됐지만, 별다른 실효성이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사진=KAIST 제공)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DGIST와 KAIST, 서울과기대가 지난해 교육과정을 벗어난 대학별고사를 출제한 대학으로 최종 확정됐다. 중원대는 지난해의 경우 위반사실이 없지만, 전년도 위반으로 인해 내려진 시정명령 이행실적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게 된 상황이다. 홀로 2019학년에 이어 2020학년까지 2년 연속 교육과정 위반 판정을 받은 KAIST에는 10% 이내 범위의 ‘모집정지’ 처분이라는 불이익이 예고됐다. 하지만 KAIST가 일반대가 아닌 과기원으로 모집정지 처분에 따른 실질적 불이익이 주어지기 힘든 구조라는 점, 과고·영재학교 학생이 지원자의 태반을 차지하는 과기원들을 일률적으로 평가한 결과 4년 연속 과기원들이 위반 대학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된다. 교육과정 위반 여부를 판정함으로써 수험생들의 부담을 줄이고, 공교육을 정상화한다는 공교육정상화법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과기원들의 특수성을 고려해 교육과정 위반 판정에서 제외한다는 주장과 예외를 둬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선다. 이와 별개로 과기원들 사이에 앞으로 학력측정보다는 서류진위 판단에 중점을 둔 면접을 시행한다는 기류가 흐르고 있어 향후 교육과정 위반 대학에 과기원들이 포함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 전망이다. 

■2020년 교육과정 위반 판정, DGIST·KAIST·서울과기대에 중원대도 = 교육부가 지난해 실시된 2020학년 대입에서 대학별고사를 실시한 대학들 가운데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KAIST(한국과학기술원)·서울과기대(서울과학기술대)에 교육과정 위반 사실을 통보했다고 12일 밝혔다. 전년도에 교육과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난 중원대에는 부과된 시정명령의 이행실적이 미흡한 점을 통보했음도 덧붙였다.

교육과정 위반 판정을 받은 세 대학의 대학별고사 문제는 모두 수학 영역에서 나왔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산하 선행교육예방연구센터가 교사·교수 121명을 바탕으로 팀을 꾸려 63개 대학의 2460개 문항을 조사한 결과 수학 문항은 모두 591개였다. 이 중 0.7%인 4개 문항이 교육과정을 벗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DGIST에서 2개 문항이 적발됐으며, KAIST와 서울과기대의 각 1개 문항도 교육과정을 위반한 것으로 판명됐다. 

교육과정 위반 문항은 논술과 면접(구술고사 포함) 모두에서 나왔다. 4개 문항 가운데 1개 문항은 논술, 3개 문항은 면접에서 각각 출제됐다. 교육부와 선행예방연구센터는 유형별 위반 대학을 밝히지 않았지만, DGIST와 KAIST가 논술고사를 시행하지 않는다는 점을 볼 때 논술문항은 서울과기대, 면접문항은 DGIST와 KAIST에서 각각 출제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 교육과정 위반·준수 여부 판정은 ‘공교육정상화법’ 또는 ‘선행학습금지법’이라 불리는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이뤄진다. 대학들이 출제한 논술문제나 면접문제가 고교 교육과정 밖에서 출제된 것인지 판정하는 제도다. 대학들이 매년 3월말 자체 발간하는 ‘선행학습 영향평가 결과 보고서’를 바탕으로 △분석준비 △개별 분석 △팀 분석 △교차 검토 △최종 검토 등을 거치고 위반판정이 나온 대학들의 소명도 듣는다. 외부 전문가 등을 동원한 최종검토까지 시행한 후 교육과정정상화심의위원회가 최종 위반 판정을 내리고 이를 대학에 통보한다. 

이번에 교육과정 위반 사실이 드러난 3개 대학과 시정명령 이행이 미흡한 1개 대학에 대한 판정은 사실상의 ‘최종 결과’다. 교육부는 “2회 심의위 서면심의를 9월2일부터 10일까지 시행해 4개 대학을 위반 대학으로 결정했다”고 했다. 아직 대학의 의의신청 절차가 남아있지만, 소명 절차를 거쳤음에도 위반 판정을 받은 대학들의 결과가 뒤집힌 전례는 없다. 

교육부는 위반 판정을 받은 대학들을 대상으로 후속조치를 진행한다. 위반사항이 반복되지 않도록 시정명령을 내리는 것에 더해 내년 3월말까지 출제문항 검증 강화 등 개선사항이 담긴 결과 보고서도 제출하도록 할 계획이다. 

■2년 연속 위반 KAIST, ‘모집정지’ 처분 유력…실효성은 ‘의문’ = 교육부가 예고한 후속 조치는 어디까지나 위반 판정이 ‘일회성’에 그쳤을 때를 기준으로 하는 처분이다. 공교육정상화법은 2년 연속 위반 사실이 적발되는 경우 별도 조치를 실시하도록 규정한다.

올해 위반 사실이 적발된 4개 대학 가운데 2개 대학이 ‘2년 연속 위반’에 해당한다. KAIST와 중원대는 지난해에도 교육과정 위반 대학에 이름을 올렸다. 두 대학에 더해 대전대, 동국대(서울), 한국산기대가 지난해 교육과정 위반 판정을 받았지만, 올해는 명단에서 제외됐다. 

동일한 연속 위반 판정을 받았지만, 두 대학의 사정은 다소 다르다. 교육과정 위반 사실이 연이어 적발된 KAIST와 달리 중원대는 시정명령 이행실적이 미흡한 것이기에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내용을 출제‧평가한 경우 총 입학정원의 10퍼센트 범위에서 모집정지 조치를 한다”고 공교육정상화법 시행령 세부기준이 명시한 제재 대상에서 제외된다. 

교육부는 공교육정상화법에 따라 KAIST에 모집정지 처분을 내릴 생각이다. 교육부는 “전년에 이어 2년 연속 법을 위반한 KAIST에 대해서는 2022학년 입학정원 일부 모집정지 처분을 사전 통지했다”며 “대학의 이의 신청 절차를 거쳐 심의위 심의로 (모집정지 처분이) 최종 확정된다”고 했다.

다만 모집정지 처분이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KAIST는 대학이 아닌 과학기술원(과기원)이기에 교육부가 아닌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소관 부처로 두고 있다. 교육부 통제에 따라 고정된 입학정원을 유지하는 일반대와 달리 과기원들은 신입생 모집 시 ‘00명 내외’를 선발하는 등 입학정원에 다소 변동을 줄 수 있다. 10%라는 모집정지 처분이 아무런 실효성이 없을 수 있다는 얘기다. 

교육부가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본래 대학들이 모집정지 처분보다 더 두려워하는 것은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을 통해 주어지는 불이익이다. 입학사정관 인건비 등에 큰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은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지원 대학을 선정한다. 교육과정을 1차 위반한 대학에는 5점 감점, 2차 위반 시에는 최대 15점 감점과 사업비 10% 삭감, 3차 위반 시에는 차년도 사업 배제라는 제재가 뒤따른다. 

하지만 KAIST는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 목을 맬 필요가 없다. 2014년 처음 사업이 시작될 때만 하더라도 6억2000만원의 지원금을 받았지만, 2015년부터는 사업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2015년부터 과기원들은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의 지원금을 일체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모집정지 처분과 재정지원사업에서의 불이익이 모두 불가능한 상황이기에 KAIST에 실질적으로 가해지는 불이익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 과학기술특성화대학(과기특성화대학) 관계자는 “2년 전 GIST(광주과학기술원)가 연속 위반 판정을 받았을 때에도 ‘별다른 불이익이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대학가에 파다했다”며 “당시 GIST가 별다른 이의제기 없이 순순히 2년 연속 위반 판정을 받아들인 것도 실질적 불이익이 없었기에 가능했던 일로 본다. 올해 KAIST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전했다. 

교육부도 제재의 실효성이 사실상 발휘되기 힘들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교육부는 KAIST의 연속 위반 사실을 전하며, “과기정통부에 공교육정상화법 위반 사실을 통보하고, 감독 조치를 요청할 계획”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4년 연속 위반사실 적발된 ‘과기원’…왜 교육과정 위반 반복되나 = 제재의 실효성 여부를 떠나 과기원들이 최근 시행된 교육과정 위반 판정의 ‘단골 손님’이 됐다는 점은 의아함을 부르는 대목이다. 첫 교육과정 위반 판정이 첫 시행된 2016년을 제외한, 2017년부터 올해까지 지난 4년간 과기원이 교육과정 위반 대학에 언급되지 않은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2017년에는 DGIST와 GIST, 2018년에는 GIST, 2019년에는 KAIST, 올해는 KAIST와 DGIST가 각각 교육과정 위반 판정 대학이 됐다. 

이처럼 과기원이 계속 교육과정 위반 대학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과기특성화대학’이라는 특수성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원자 대다수가 과고나 영재학교 출신으로 채워지는 특성상 일반고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한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한 대학 입학관계자는 “DGIST의 경우 40% 안팎, KAIST의 경우 그보다 많은 70% 안팎의 지원자가 과고·영재학교 출신”이라며 “대다수 지원자가 일반고 출신인 일반대와 과기원들은 처한 상황이 다르다. 일반고 교육과정을 기준으로 문제를 출제하면, 과고·영재학교 학생들에게는 아무런 변별력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과고·영재학교는 고입 단계에서부터 우수성을 드러낸 학생들을 선발하기에 일반고 대비 학습 수준이 높다. 심화 과목이나 고급 과목 등을 통해 고교 수준을 뛰어넘는 공부를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일반고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문제를 출제해 선발을 진행하기에는 애로점이 분명 있다는 얘기다. 한 과기특성화대 입학 관계자는 “지원자 태반이 과고·영재학교 학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문제 난도가 높다고 보기 어렵다. 교사들도 문제를 보고 정말 쉬운 난도라고 말할 정도다. 문제를 틀리는 일부 학생을 제외하면, 전부 만점을 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대학의 특수성을 감안해 과기원은 교육과정 위반 판정 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또 다른 과기특성화대 입학관계자는 “과기원은 일반대와 완전히 성격이 다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도 소속돼 있지 않다. 대입에서도 원서접수 6회 제한이나 정시 모집군 제한 등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며 “특별법인 공교육정상화법을 무시할 수 없는 교육부의 사정은 이해하지만, 과기원의 특별한 사정을 고려해 교육과정 위반 판정을 하지 않는 것이 합당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이대로 계속 판정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교육과정 위반 비율만 매년 높이는 셈”이라고 했다.

이상수 교육부 학교혁신지원실장이 “대학들이 교육과정 준수를 위해 노력한 결과 선행학습 영향평가가 현장에 정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한 것처럼, 실제 대학들의 교육과정 위반 비율은 날로 줄어가는 추세다. 첫해인 2016년에는 전체 710개 문항 가운데 55개 문항이 적발돼 7.7%의 위반 사례가 나왔지만, 2017년 1.9%, 2018년 0.2%, 2019년 0.3%에 이어 올해는 0.16%로 ‘최저치’ 비율을 기록했다. 두 과기원이 만약 평가 대상에서 제외됐다면, 서울과기대만 위반 판정을 받은 것이기에 위반 비율이 0.1%를 밑돌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공교육정상화법의 최초 취지를 고려하면, 과기원을 판정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합당치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 서울권 대학 입학 관계자는 “2010년 전후만 하더라도 대학에서나 배울법한 과정이 논술고사에 출제돼 ‘본고사’라는 비판이 상당했다. 선행학습 영향평가로 인해 대학들이 전반적으로 교육과정을 준수하게 되면서 문제가 쉬워졌고, 이로 인해 학생들의 학습부담이 다소나마 덜어지는 등 순기능이 분명 존재한다”며 “과기원의 사정은 이해하지만, 판정 대상에서 제외 시 문제 난도가 급격히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일반고 학생들은 과기원 입학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갑론을박’을 떠나 과기원들 사이에서 흐르는 내부 기류를 보면, 향후에는 교육과정 위반 판정에 이름을 올리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실질적 변별력이 없는 학업능력 평가 목적의 면접고사 대신 학생부 진위여부 확인 등에 초점을 맞춘 면접으로 방향타를 돌리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는 점에서다. 한 과기원 관계자는 “면접이나 구술고사를 통해 학업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큰 틀에서의 고교교육 정상화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꾸준히 해 왔다. 학생들과 일선 학교의 바람직한 교육방향 선도 차원에서 앞으로는 학생부 내 활동 진위 여부 등에 무게를 실은 면접을 시행하려 한다. 다른 과기원들도 전반적으로 이에 동의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올해도 계속될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비판 전망 = 과기원들을 둘러싼 논의와 별개로 올해도 교육과정 위반 판정에 대한 잡음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매년 교육과정 위반 판정이 나올 때마다 “고교 교육과정을 지키지 못한 대학에 교육부가 지원금을 퍼준다”는 식의 비판이 제기된 바 있기 때문이다. 지원금을 받은 대학이 단 한 곳도 없던 2018년만 예외였을 뿐이다. 

올해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올해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을 통해 7억원의 지원금을 받은 서울과기대가 위반 대학 명단에 포함돼 있어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과 교육부를 향한 비판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엄연히 별개의 대상인 재정지원사업과 교육과정 위반 판정을 결부시켜 비판을 가하는 것이 합당한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다. 사업을 통한 지원 대상이 먼저 선정된 이후 교육과정 위반 판정이 나오는 것이기에 같은 해 지원금을 받은 대학이 위반 판정을 받는 것은 절차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나오지도 않은 판정 결과를 바탕으로 불이익을 주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다. 차년도 사업 평가 과정에서 ‘감점’이 제대로 주어진다면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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