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일반대 프레지던트 서밋 5차 콘퍼런스 종합토론

(사진= 한명섭 기자)
서울클럽에서 열린 ‘2020 UCN 프레지던트 서밋’ 5차 콘퍼런스에서 참석한 총장들이 문용린 인간개발연구원 회장의 발제를 듣고 있다. (사진= 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지희·이하은·김홍근·허정윤 기자] ‘2020 일반대 프레지던트 서밋 5차 콘퍼런스’가 ‘대학 교육의 혁신’을 주제로 12일 서울 중구 서울클럽에서 열렸다. 콘퍼런스에는 문용린 인간개발연구원 회장과 이주호 아시아교육협회 이사장 등 전 교육부 수장들과 황홍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이 참석해 교육 혁신에 대한 생각과 경험을 전달했다.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교육방식이 자리를 잡아나가는 시기에 모인 총장들은 그 어느 때보다 교육의 방향과 방법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나눴다. 

■이인원 한국대학신문 회장 “과학 발전, 인문사회 발전도 함께 가야” = “현재 우리는 ‘선택적 인지’라는 세상에 맞닥뜨렸다. 각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 선택하는 세상을 말한다. 이대로는 공동체 사회가 무너질 것 같다. 누군가는 바로잡아야 한다. 10일 본지가 국가연구개발혁신법 관련 기사를 통해 인문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내용을 크게 보도했다. 국가 R&D 예산 24조2000억원 가운데 인문사회 분야 예산은 2800억원으로 1.2% 수준에 불과하다고 한다. 과학의 발전도 당연히 필요하겠지만, 인간의 사상과 생각의 발전이 함께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용섭 한국대학신문 발행인 “교육현안과 미래문제를 내다보는 시간 되길” = “귀한 분들을 강연자로 모시게 됐다.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한 총장이 전화해 ‘어떤 일이 있어도 오고 싶었는데 학교 이슈로 그렇지 못해 매우 아쉽다’고 전했다. 그만큼 오늘 서밋은 총장들에게 교육현안과 미래문제를 내다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강희성 호원대 총장 “창의성, 초등교육부터 필요” = “창의융합이나 인성교육은 대학이 아닌 초등학교부터 가르쳐야 한다. 학생들은 암기교육 때문인지 창의적인 뇌가 닫힌 것 같다. 창의성에는 유니크함, 유용성과 같은 문제해결능력이 필요하다. 팀워크를 기르기 위해 체육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단체 학습이 점점 빠지다 보니 협업이나 협동심에 대한 개념이 사라지는 게 아닌가 싶다. 지금이라도 어릴 때부터 창의교육을 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세계 여행에 대한 동영상이라도 시청시켜야 하겠다.”

■이우종 청운대 총장 “대학 특성을 살리는 평가 필요” = “《평균의 종말》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평균의 잣대가 교육을 얼마나 망쳐왔는지 공감했다. 하위권 대학이라는 용어는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청운대는 아이들의 끼와 꿈, 열정을 늘 강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학이 혁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규제가 너무 많다. 혁신 과정에서 규제를 위반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문 전 장관도 대학의 과감한 혁신을 주문했지만,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학생 수가 대학정원보다 적은 시대다. 이제는 소규모 대학이라도 각각의 특성을 살려줘야 한다.”

■최미리 가천대 부총장 “대학수업 온·오프라인 비율 고민” = “코로나시대와 대학이라고 하셔서 ‘언택트 대학교육’ 방향을 말할 줄 알았다. 관련된 질문을 드리고자 한다. 커피믹스는 설탕·커피·크림을 잘 배합해 성공했다. 대학도 이와 마찬가지다. 뉴노멀 시대 가장 중요한 것은 향후 대면 수업과 비대면 수업의 황금비율을 찾는 것이라 생각한다. 황 사무총장이 볼 때 어느 정도의 비율이 적합하다 생각하는지 묻고싶다.”

■김인규 경기대 총장 “AI전문가들 없는 현실” = “변화의 필요성에 공감한다. 하지만 고민이 많다. 가장 어려운 문제는 인공지능(AI) 전문가들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떻게 학생들에게 AI와 접목한 강의를 할 수 있을지 고민이다. HTHT 프로그램이 솔루션이 될 수 있을까. 과목별로 전문성은 있어 보이는데, 사용하게 되면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궁금하다. 현실적으로 많은 학생이 고민하는 게 영어나 토익 같은 부분이다. 토익 학습에 대한 고민이 특히 많다. 토익 프로그램에 도움이 된다면 적극적으로 활용해볼 용의가 있다.” 

■장순흥 한동대 총장 “한국 대학이 AI 활용 최전선에 나서야” = “KAIST에 가장 크게 기여한 사람이 정문술 전 KAIST 이사장이다. 반도체 검사기기를 만들어 큰돈을 번 정 전 이사장은 KAIST에 500억원에서 600억원을 기증했다. 문 전 장관에게 이러한 성공과 성공 이후 기부를 다중지능이론을 통해 분석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결과가 궁금하다. 
AI전문가가 많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AI를 활용한 교육 틀을 적극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험에 비춰보면 검색엔진을 다른 곳보다 2~3년 빨리 도입한 결과 지식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이러한 경험을 살려 한동대는 AI 툴을 먼저 활용하려 한다. 오늘 유기홍 교육위원장을 만나 AI교사를 도입하는 등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최전선에서 빨리, 그리고 많이 쓰자고 말했다.”

■장제국 동서대 총장 “창의인성 교육 필요…사회적 분위기 바꾸기 어려워” = “교육자로서 창의인성, 융합교육으로 교육방식이 전환되면 좋겠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전환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문 전 장관이 소개한 유대사회에는 그런 문화가 형성돼 있다. 우리가 어떻게 하면 그런 방향으로 사회적 분위기와 문화를 바꿀 수 있다고 보는지 궁금하다.
동서대는 ITS(Intelligent Tutoring System)에 관심이 많다. 학생들에게 맞는 ITS를 찾아보자고 했다. 그러다 보니 한 개 대학이 커버하기 힘든 어려움이 있었다. 외국 제품을 가져오면 상황에 맞게 다시 바꿔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하지 않았나. 아시아교육협회가 한국판 ITS를 과목별로 개발해 보급하면 비용도 절약되고 활용도도 높아지지 않을까.”

■황선조 선문대 총장 “AI 도입한 학습 시행 성과와 보완 방향” = “대학의 변화와 혁신은 우리 모두의 관심이다. 애리조나주립대(ASU)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교무위원 30명과 2번 방문했다. 선문대는 AI를 통한 상담제도를 운영한다. AI를 전면 활용해보려 했는데 학생들 상황이 제각각이라 바로 적용하기는 어려웠다. 일단 상담 내용을 빅데이터로 축적하는 중이다. 한국에서 이미 프로그램을 적용한 사례와 그에 대한 효과는 어느 정도 나오고 있는지. 또 시행 이후 부족한 부분은 보완돼 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김재신 건양대 원장 “AI 튜터, 실제 활용 사례 궁금” = “UNIST 방문 당시 프리클래스를 진행한 것을 봤다. 상당한 에너지가 소비되더라. 그동안 (수업을) 교수나 조교 자원으로 충족했는데 AI로 대체된다면 효율적일 것 같다. 총장과 나는 이런 혁신적 프로그램 도입에 적극 찬성한다. 반면 참모진들에는 학점 쉐어뿐 아니라 수강신청 시 학생을 뺏긴다는 거부감이 있다. AI튜터가 적용된 아주대·한동대·한림대 등에서 이를 정규과목에 적용했는지, 비교과에서 활용했는지, 프리클래스 차원에서만 활용한 것인지 등이 궁금하다.”

■전성용 경동대 총장 ”교육적 효과를 내는 경동대로 거듭날 것” = “발제를 들으며 유레카를 외쳤다. 지혜를 나눠줘 감사하다. 미국 중소규모 대학의 생존전략을 알기 위해 메인주를 6번이나 왕복했다. 우리 대학 정도의 규모를 지닌 대학은 다 가봤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이 위원장이 전한 메시지에 경동대가 적극 협력해 아시아교육협회에 가입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교육적 효과가 큰 경동대로 거듭나겠다.” 

■홍남석 프레지던트 서밋 원장 “AI시스템, 오프라인 교육 적용까지 생각해야” = “이번 서밋의 핵심은 이 전 장관이 발제한 아젠다가 아닐까 생각한다. ASU에서 6만명의 학생이 알렉스를 통해 수업을 한다고 했다. 오프라인에는 아직 적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지만 코로나가 극복돼 면대면 수업으로 다시 전환되면 AI시스템을 오프라인 교육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황홍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 “앞으로 온·오프라인의 적절한 혼합 중요” = “온라인 대학원에서 교육법을 강의하고 있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황금비율을 말씀드리긴 어렵다. 과목별 특성에 따라서 정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분명한 것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교육 중 한쪽으로 쏠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이버대학에도 오프라인이 있듯, 온라인과 오프라인 교육을 혼합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은 사람과 사람이 접촉하면서 인격적 교감과 인간으로서 인간애를 느낄 때 문용린 전 장관이 말씀하신 것처럼 창의성이나 인성이 길러지는 게 아닐까 싶다.”

■문용린 인간개발연구원 회장 “창의성 위한 혁신에 도전할 때” = “대한민국 사회에서 ‘창의성이 어떻게 실현되느냐’ 하는 것은 대단히 복잡한 문제다. 어렵다고 해도 ‘깡’을 가지고 도전해야 한다. 대학부터 용기를 갖고 창의성 계발을 시작하면, 그것이 파급효과를 불러오지 않을까. 대학혁신 문제는 IMF 때부터 봐왔다. 당시 싱가포르대나 게이오대와 같은 혁신사례들은 어느 한 사람이 모두 감당하고 강행한 것이다.

다중지능 종류는 8개다. 정 전 KAIST 이사장은 그 중 논리·분석 면에서 뛰어난 사람이다. 돈을 모으고 나서 ‘이걸 어떻게 하면 유용하게 쓸까’에 대해 치열하게 논리적으로 분석했다. 자식에게 상속하는 것보다 KAIST에 기부하는 게 미래에 더 유익하다고 분석한 것이다.”

■이주호 아시아교육협회 이사장 “앞으로의 교육 변화, 에듀테크가 이끌 것” = “현재 활동하는 곳 중 ‘아틀란티스 그룹’이라는 전직 교육부 장관 모임이 있다. 이 그룹에서 100% 공감한 것이 교육에서 앞으로의 변화는 에듀테크(EdTech)가 이끌 것이라는 점이다. 여기에 필요한 네 가지로 첫 번째는 사례, 번째는 교수자, 세 번째는 시장, 네 번째는 전략이 꼽혔다. 교육 현장에서 충분한 시도와 연구가 많이 나와야 하며, 특히 국가 차원의 전략이 중요하다. 

미래에는 65%의 직업이 바뀐다고 한다. 이는 소위 말하는 탑 대학을 포함해 모든 대학이 그렇게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AI로 빨리 선회해야 한다. AI인재란 단순히 AI만 이해하는 전문가가 아니라 이를 활용해 모든 분야에 적용하는 전문가를 말한다. 알렉스의 경우 국내 몇몇 대학이 적용하고 있다. 한국 교육과정에 맞춰 수정이 가해졌다. 개별 대학 상황에 맞춰 AI튜터만 가져올 것이 아니라 코스에 맞춰 새롭게 디자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 ITS를 개별 대학이 만드는 것은 어렵다. 많은 미래학자들이 예언하기를 앞으로 IT산업의 격전지는 교육시장이 될 것이라고 한다. 국가적으로 국내 기업을 지원해 한국에 딱 맞는 콘텐츠를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ASU의 수업은 예습 모델이다. 학생들이 인공지능 튜터와 예습하고 나면 교수들이 가르칠 필요가 없다. 수업시간에 배울 기초적인 내용을 다 알기 때문에 프로젝트 수업을 다 할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학생들의 수준파악이 가능해진다. 못하는 아이들은 조교가 붙어 오프라인 수업을 한다. 기본적으로는 온라인 수업이지만 오프라인 수업도 하는 것이다. 다양한 수업 방식이 있어야 교육 효과가 높아진다. ASU에서 활용하고 있는 알렉스의 경우 인공지능 튜터를 최근에 도입했다. 미국에는 수학 포기자가 많다. 튜터 도입 이후 이들이 수학 과목을 완전 이수하는 비율이 20%p 높아졌다. 좋은 상품을 골라 교육디자인을 잘 구성해야 한다. 빨리 시도하는 대학일수록 빨리 안정화 될 것이다.”  

■홍준 한국대학신문 대표 “K에듀가 전 세계로 뻗어 나가길” = “지난주 미국 대선이 있었다. 미국에 사는 한 지인이 ‘한국은 왜 이렇게 미국 대선에 관심이 많냐’고 물었다. 그 질문에 대한민국 주변에 민주적으로 선거하는 나라들이 없어 먼 나라까지 관심이 닿은 것 같다고 답했다. 이번 미국 선거를 보니 대한민국이 민주주의에 있어서는 미국을 추월한 것 같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지금 ‘K열풍’으로 떠오르는 것들이 잠시 대한민국에 머물렀다 가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바뀌기 위해서는 고통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오늘 발제자들이 ‘변화의 길’을 알려준 것 같다. K에듀가 전 세계로 뻗어 나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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