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호’ 푸른빛이 아치형 건물에 비치고, 흩어지는 분수를 무대로 노천극장에서 야외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곳, 아마 이런 학생회관은 없을 겁니다.” 대학 축제가 한창이던 지난 14일, 건국대 캠퍼스에 새로운 명물이 등장했다. 풍광 좋은 일감호변에 자리잡은 이 곳은 학생들의 자치활동 요람인 ‘제2학생회관’. 전면이 유리로 된 지하 1층 지상 2층의 이 아치형 건물은 말 그대로 물 위에 지은 집이다. 단아한 첫 인상을 풍기는 이 곳은 60여개 동아리방과 생활도서관, 소공연장, 연습실, 회의실 등을 두루 갖춰 학생 활동의 메카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서울 강북의 요지에 자리잡은 건국대는 드넓은 부지에 대학내 인공호수로는 최대 규모인 ‘일감호’와 울창한 산림이 캠퍼스를 둘러싸고 있다. 지하철 2, 7호선에 내려 ‘상허문’을 지나 오른쪽으로 돌면 건국대의 명물인 ‘일감호’가 펼쳐져 있다. 1만9천여평에 이르는 거대한 이 호수는 깊은 수심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잔잔한데, 주변의 자연풍광을 따라가다 보면 요즘 유행하는 ‘웰빙’을 체험해 볼 수 있다.
호수의 명칭인 ‘일감(一鑑)’은 주자가 책을 보다가 문득 느끼는 바가 있어 지은 ‘관서유감(觀書有感)’이라는 글에서 따온 것. “새물이 흘러 들어와 맑은 호수가 되듯 올바른 학문을 닦는 길에도 항상 새로운 흐름을 받아야 한다”는 학문하는 이의 심적 태도를 교훈 삼는 뜻이 담겨있다. 일감호를 끼고 돌다보면 나무벤치와 덩굴나무가 어우러진 ‘청심대’가 발길을 잡는다. 청심대 벤치에 앉으면 호수에 떠 있는 섬이 눈에 들어온다. ‘소가 누워있는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와우도’로 불리우는 이 섬은 묘한 정취를 자아내기 충분한다. 때마다 천둥오리와 철새, 두루미가 날아와 둥지를 트는 곳이기도 하다. 일년에 한번 ‘일감호 축전’이 열리면 학생들이 배를 띄워 와우도에 닻을 내린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1학년때 이성과 함께 배를 타지 않으면 3년간 이성친구를 사귈 수 없다"는 믿기 어려운 전설이 내려올 정도. 학생들의 휴식처이자 명상 장소로 사랑받는 청심대에서 일어나 고개를 들면 학생회관과 제2학생회관 사이에 붉은 색의 작은 돌다리가 눈에 들어온다. ‘홍혜교’. 차 한잔을 뽑아들고 돌다리를 건너 물레방아에서 떨어지는 물길을 좇으면 야생거위와 오리가 유유히 떠 있다. 성·신·의 탑을 지나 일감호를 끼고 돌면 ‘도란이 길’이 나온다. 학교설립자인 상허 유석창 박사의 봉묘로 갈 수 있는 이 일감호 주변 길은 경관이 빼어나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유명하다. 도란이 길에서는 조깅을 하는 지역주민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지역주민들은 집 앞에 자기만의 공원을 둔 셈이다.
호수 주변을 한바퀴 돌아 출발점으로 돌아와 정면을 바라보면 ‘상허기념도서관’이 보인다. 지하 2층 지상 6층 규모로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는 이 도서관은 서울시로부터 건축상을 받은 작품. 도서관 주위에 조성된 세계 언어문자조형물을 감상하다 도서관 뒤편의 숲 길을 거닐다보면 울창한 산림이 반긴다. 봄이면 꽃으로, 여름이면 녹음으로 물드는 이 곳은 산림욕장으로 그만이다. 숲이 뿜어내는 청량한 기운을 한 몸에 받으며 걷다보면 건국대 상징인 ‘황소상’과 정원 ‘모람뜰’이 나온다. 대학 본관 오른편에 자리한 ‘상허박물관’은 단순한 박물관이 아니다. 본래 1907년 안창호 등이 주도한 항일 민족운동 단체인 ‘서북학회’ 회관 건물로 1941년 유석창 박사가 인수, 건국대 전신인 ‘조선정치학관’ 교사로 사용되다 77년에 해체된 이후 85년 현 위치에 복원되었다. 우리 선인들의 자취는 박물관 소장품에서만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산업대학원 앞, 커다란 느티나무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조선시대 고택인 ‘경원당’을 만날 수 있다. 구한말에서 일제 때까지 우리 한옥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는 민속자료로 서울시 민속자료 제9호 지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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