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상헌(과학기술부 기술혁신평가국장)

21세기 지식기반시대의 도래와 더불어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은 과학기술 혁신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연구개발 투자에 많은 관심과 자원을 쏟고 있다. 정부의 올해 연구개발 예산은 9조 7천억원으로 전년보다 9.6% 증가하였으며 이는 복지·국방 예산과 더불어 최고의 증가율이다. 또한 최근 4년간 우리나라 논문수 증가율이 세계 2~3위를 차지하는 등 학계의 연구활동도 매우 활발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의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드리워지고 있는데, 연구개발투자의 증가에 따라 연구 실적이 강조되고 연구자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보다 빠르고 손쉽게 앞서나가기 위한 편법인 연구부정행위(위조, 변조, 표절 등)가 최근 우리 사회의 문제가 되고 있다. 2005년 말에 발생한 줄기세포연구 논문조작 사건은 그 대표적인 예다. 사실 과학 선진국인 미국, 유럽도 1980년대부터 대학의 연구중심기관화에 따른 연구자 간 경쟁의 심화, 성과주의의 강조 및 과학의 상업화 경향 등으로 연구부정행위가 증가 추세를 보였다. 이러한 이유로 이제 연구윤리는 더 이상 연구자 개인뿐만 아니라 과학기술계 전체의 발전과 번영에 직결되는 문제로 확대되었고 서구 선진국들은 일찍부터 정부와 연구회 등이 합심하여 연구윤리 확립 노력을 진행해 왔다. 또한 OECD는 최근 과학기술 혁신과 연구개발 투자 확대를 강조하고 있는 한국, 일본, 중국 등 과학 신흥국에서 대형 연구부정행위가 발생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범국가적 차원에서 연구부정행위 방지에 관한 논의를 작년부터 진행 중이다. 참고로 지난 2월 일본 동경에서는 OECD가 주최하는 과학부정행위 방지를 주제로 한 워크숍이 개최되었으며, 이 자리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미국, 독일, 영국, 덴마크,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20여 개 국의 정부, 대학, 연구관리기관의 담당자 100여명이 모여 연구부정행위의 예방 및 검증을 포함한 연구윤리 확립 실천적인 방안에 대해 활발하게 논의했다. 그리고 연구윤리 확립방안으로써 연구윤리 문제에 관한 공개적이고 진솔한 논의 활성화, 연구윤리 교육의 강화(대학원생뿐만 아니라 연구책임자도 포함), 공정성·정직성을 존중하는 문화의 확립, 양적 평가에서 질적 평가로의 전환, 검증시스템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지속적인 점검·보완 등이 제시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월 8일부터 국가연구개발사업에 참여하는 연구기관의 연구윤리 확립 및 공정하고 체계적인 연구진실성 검증에 관한 기준들을 담은「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을 시행하고 있으며, 지침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대통령령인「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에 지침의 법적근거와 주요 내용을 반영했다. 현재 동 지침을 토대로 30개 출연연과 26개 대학이 우선적으로 자체검증시스템을 구축하였으나 우리나라 대학 사회 전반에 자체검증시스템 구축·운영을 확산시키기 위해 권역별 설명회 및 연구윤리 가이드북 개발·보급 등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연구윤리에 대한 인식 확대 및 논의 활성화를 위해 오는 6월 14일 서울 COEX에서 연구윤리 심포지엄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세계 최초로 연구윤리 확립을 위해 체계적인 노력을 진행해 온 미국과 일본 등의 사례를 소개함으로써, 과학 선진국들이 연구윤리를 얼마나 중요시하고 있으며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연구윤리 확립은 학계가 주도적으로 전개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 연구윤리와 관련된 공개적인 논의와 학술활동이 더욱 활발하고 꾸준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부도 많은 관심을 갖고 학회 설립 등을 적극 지원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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