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계간 '철학과 현실' 2007 가을호 출간

철학문화연구소가 계간지 ‘철학과 현실’ 2007년 가을호를 펴냈다. ‘포퓰리즘과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특집으로 다룬 이번 호는 대선 국면을 맞아 포퓰리즘과 민주주의의 상관관계와 정책적·철학적 대안들을 집중 조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특집 I·II의 주제로 선정된 포퓰리즘과 공공철학이 ‘철학과 현실’이란 표제에 걸맞은 정합성을 지녔다는 것. 사회 현실에서 포퓰리즘의 발호를 비판하는 근거는 ‘활사개공(活私開公)’을 골자로 한 공공의 철학 논리에 의해 튼실하게 뒷받침된다.

흔히 오해하듯 공공성이란 사를 억제해 공을 추구하는 ‘멸사봉공(滅私奉公)’ 개념이 아니라 ‘활사개공’, 즉 사적 영역의 확장으로 공적 영역과의 유기적 연계가 가능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를 정확하게 이해하면서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포퓰리즘은 활사개공이 아닌 멸사봉공의 개념과 연결된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다.

성균관대 이한구 교수(철학)는 포퓰리즘의 문제점을 ▲대중을 강조함에도 그 실체가 없다는 점 ▲대의제 민주주의를 경시한다는 점 ▲일체의 탈권위와 반엘리트주의, 감정적 호소에 경도된다는 점 등으로 규정하며 “이번 선거의 진정한 의미는 포퓰리스트를 표로 심판하는 데서 찾아야 하며, 그때 비로소 포퓰리즘을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성균관대 김일영 교수(정치외교학)와 안종범 교수(경제학)는 각각 정치·경제 영역에서의 포퓰리즘을 분석하고, 현 정권의 포퓰리즘 경향을 비판했다.

김 교수는 ‘신자유주의적 포퓰리즘과 진보정치 10년’ 제하의 글에서 “신자유주의적 포퓰리즘이란 이율배반적 개념은 정치·경제 영역을 별개로 봐야 한다”면서 “이른바 ‘진보정권’은 경제위기를 맞아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수용했음에도, 구조조정이 수반하는 대중적 지지의 저하를 ‘국민’·‘참여’ 정부란 정치적 포퓰리즘을 통해 극복해왔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포퓰리즘에 대한 대안으로 정부의 통치능력과 책임성 확보를 제시했다. 그는 “제도화가 따르지 않는 참여는 정치적 퇴행을 가져온다”는 헌팅턴의 말을 인용하며 “통치능력과 책임성에 기반한 참여 증진이 포퓰리즘을 극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 교수는 ‘경제와 복지 포퓰리즘 감별볍’이란 글을 통해 “한국 포퓰리즘은 ‘정치적 경기순환’이란 기형적 경제 현상을 낳았다. 때문에 선거철에는 무분별한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를 시행, 선거 후에는 금리가 올라 경기침체에 빠지는 악순환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서는 안 될 것을 한 사례로 ▲면세점 인상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제도 실시 ▲종합부동산세 도입 ▲상속세 포괄주의 적용 ▲양극화 논쟁 등을, 해야 하는데 안하는 사례로 ▲국민연금 개혁 ▲주식양도차익 과세 ▲수도권 규제 완화 ▲출자총액제한 폐지 등을 포퓰리즘의 전형으로 꼽았다.

안 교수는 이에 대해 “포퓰리즘은 대체로 선입견과 부정확한 정보에서 비롯된다. 전문가의 노력과 함께 언론의 전문성 확보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부정적 국민성인 냄비 근성과 건망증을 치료하고, 조직되기 어려운 다수의 이해 당사자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민중의 지성화, 민중의 우민화’를 주제로 저술한 남경희 이화여대 교수(철학)는 하이예크의 ‘국지적 지식’, 루소의 ‘일반 의지’ 개념을 들어 대중은 개별적으로 불완전하지만, 전체로서는 공동선을 추구한다고 설명한다.

남 교수는 “포퓰리스트는 대중의 피상적 관심사, 단기적 이해관계를 자극해 자유롭고 다양한 의견의 숙고를 막는 존재”라며 “민주정 하에서의 올바른 지도자는 민중의 선도자가 아니라, 대중의 자율적 공론장을 보장하는 ‘절차의 관리자’여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외에도 현 정부의 외교·안보 분야 포퓰리즘을 꼬집은 이춘근 자유기업원 부원장의 글과 김태창 일본 공공철학 행동연구소장, 김봉진 기타큐슈시립대 교수, 정인재 서강대 명예교수들이 상세히 논한 동아시아적 공공철학의 개념과 적용 사례, 생명윤리학의 대가인 피터 싱어 미국 프린스턴대 석좌교수와의 대담 등 다채로운 관점의 글들이 함께 실렸다.

343면/철학문화연구소/가격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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