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죽음의 트라이앵글' 옥죄..변별력 없는 내신ㆍ수능에 혼란 극심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입시 정보전에서 무더기 동점자를 불러올 수능 등급제, 내신 등급간 격차 축소, 논술의 변별력 문제 등으로 인한 '죽음의 트라이앵글' 속에서 큰 혼란을 겪고 있다.

물론 올해 첫 수능 등급제가 실시되기 때문에 이로 인한 혼란은 이미 어느정도 예상됐던 것이라고 볼수 있다.

그러나 대학들이 상위등급의 등급간 격차를 대폭 축소하는 바람에 내신의 반영 정도가 미미해지면서 논술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커졌고 그 와중에 수험생들은 더 큰 혼동에 빠져 있다.

수험생들 입장에서는 입시 준비 내내 수능과 내신, 논술 등 3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죽음의 트라이앵글'로 인해 느껴왔던 무거운 부담을 수능 후 정보전에서도 덜어낼수 없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아들이 내신 2등급이라는 학부모 김모(50)씨는 20일 "교육부와 대학이 지난 3년 내내 서로 다른 소리만 하더니 결국 끝까지 학생들만 혼란을 겪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학교 수업에 충실하면 대학에 갈 수 있다던 교육부와 수능만 잘해도 합격할 수 있다는 대학이 서로 티격태격하더니 이제는 논술이 중요하다는 언론보도가 나온다. 어떤 게 정답인지 몰라 정말 답답하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학교 선생님들은 '정보가 부족하니 학원에 가서 알아봐라'고 조언을 하더라"며 "대형 입시학원에 가서 알아봤더니 수능과 내신 성적을 제출해 지원가능한 대학을 알아보는 서비스가 40만원이나 했다. 성실하게 공부한 아들이 그동안 노력의 결실을 거두지 못하게 될까봐 조마조마하다"라고 하소연했다.

명덕여고 3학년 장모양 역시 "수능 성적도 등급으로 표시된다고 하고 내신은 별로 소용없다고 한다. 어떤 대학을 지원해야 할지 막막하다"라고 답답해했다.

장양은 "당장 할 수 있는 게 논술 준비 밖에 없으니 수능이 끝난 뒤부터는 논술 학원에 다니고 있다"며 "논술 유형이 대학마다 다른데 이렇게 대학을 정해놓지 않고 막무가내로 논술 준비를 해도 괜찮을지 걱정이 된다"고 했다.

일선 고교의 교사들은 수능, 내신, 논술 등 3가지 요소 모두에서 진학지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 강남 K고등학교의 진학담당 교사는 "수능과 내신은 상위층 학생들에 대한 변별력이 없다 보니 어떤 대학이 각 학생들에게 맞을지 고민이 많이 된다"며 "대학마다 논술 유형마저 다르니 논술 지도에도 애를 먹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교육부와 대학이 서로 싸우는 사이에 논술의 중요성만 높아져 오히려 학원가의 논술 시장만 키워놓은 결과가 발생한 것 같다"며 "올해 입시는 예측이 불가능해 어느 때보다도 더 진학지도가 힘이 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강북 S고의 진학실장은 "아직 등급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진학지도를 할 수 없는 상태다. 여기에 내신의 중요도가 갑자기 확 떨어지니 학부모들의 항의도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라며 "뒤늦게 학원에 다니며 논술에 매달리고 있는 학생들을 보니 너무 안쓰럽다. 올해 수험생들이 최악의 고통을 받는 학생들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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