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명 전출 앞두고 하루 종일 역량 평가

교육과학기술부 A국장은 4일 오전 10시 자신의 PC로 부내 인트라넷에 접속했다. 역량평가 항목을 누르자 직원들 이름이 올라왔다. 김OO을 쳤다. 직무수행능력·업무실적·직무수행태도 세 가지 영역을 6등급으로 평가하는 화면이 떴다. A국장은 김씨의 얼굴이 떠올랐다. 어디에 클릭하느냐에 따라 김씨의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A국장은 이날 하루 종일 이런 식으로 300여 명을 평가했다.

교육과학기술부 공무원 565명은 이날 하루 종일 PC 앞에서 살생부를 작성하는 심정으로 A국장과 같은 고민을 해야 했다. 자신과 같은 부서에 근무했거나 현재 근무 중인 동료 전원의 역량평가를 한 것이다. 전 직원에 대한 역량평가는 올해 처음 도입됐다. 지금까지는 승진자를 선정하기 위한 상·하·동료직원의 다면평가를 한 것이 전부다.

이번 평가 결과는 구조조정 대상자를 결정하는 근거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전 직원이 불안한 하루를 보냈다. 역량평가를 실시한 혁신인사기획관실 관계자는 “다면평가 결과가 구조조정 대상자 선발에 활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직원들의 불안감은 해소되지 않았다. C서기관은 “ 이번 평가가 동료를 찍어 골라내는 것 아니냐”며 당혹스러워했다.

교육부와 과학기술부 일부가 통합된 교육과학기술부는 120명을 다른 곳으로 보내야 한다. 이 가운데는 실국장급 7명, 과장급은 14명이 포함된다. 120명 중 상당수는 새 정부 출범 후 첫 인사에서 보직을 받지 못하고 영어교육강화추진단·교육분권화추진단·대학자율화추진단과 같은 임시기구에 파견될 전망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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