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과 ‘대상’ 혼재되면서 대학 관련 업무 흩어져

정부가 지난 3일 과·팀 단위의 업무 분장을 담은 시행규칙을 확정·공포하면서 교육과학기술부 직제 개편이 마무리됐다.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가 통합되면서 대학정책과 연구지원 기능을 융합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하지만 대학 관련 업무가 여기저기 흩어지다 보니 “교육부 직원도 헷갈릴 판”이라는 비판이 벌써부터 제기된다.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대학 관계자 등 교육행정 수요자들의 혼란도 예상된다.

◆‘교육’ 빼려다 대학 업무만 뒤죽박죽= 이번 조직개편을 보면서 지난 2004년 3월 교육부 직제개편을 떠올리는 교육부 직원이 많다. 교육부는 당시 ‘기능’ 중심으로 직제를 개편하면서 대학지원국, 평생직업교육국 등을 인적자원관리국, 인적자원개발국 등으로 이름을 바꿨다.

하지만 2005년 9월 다시 ‘대상’ 중심으로 직제를 개편했다. 국 이름만 봐서는 쉽게 업무와 성격을 가늠할 수 없는데다 기능별로 업무가 흩어져 있어 대학 관계자들이 여러 부서를 찾아 헤매야 했기 때문이다. 부서 간 장벽도 문제였다.

그때의 실패를 되풀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 제1차관 담당 업무에서 핵심이랄 수 있는 곳은 인재정책실이다. 진로취업지원과란 이름만으로 대학 특성화 정책 수립, 누리사업, 수도권특성화사업, 우수인력양성대학지원사업을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 지식서비스인력과에서 대학원 정책 수립, MBA, 로스쿨, 의·치의학전문대학원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는 사실을 짐작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름만 보면 평가기획과에서 대학 평가·인증을 담당할 것 같지만 사실은 대학정보분석과 업무이다. 대학정보분석과는 대학정보공시제도 함께 맡는다. 고등교육 국제화 업무는 인재정책총괄과에서, 고등교육 재정 총괄·조정 업무는 재정총괄팀에서 담당한다.

일부 재정지원사업은 2차관 산하 학술연구정책실 몫이다. 세계수준의 선도대학 육성사업, 지방연구중심대학육성사업 등은 학술연구진흥과에서 담당한다. 지방대학특화사업, 두뇌한국(BK)21사업은 대학연구지원과 몫이다. 대학 연구비 중앙관리와 간접경비 기준 설정은 교육부에선 학술진흥과에서 맡았지만 교육과학부에서는 대학연구지원과 업무이다.

같은 정책 수립을 두고서도 대학은 2차관 산하 대학제도과에서 맡지만 대학원과 대학 특성화 정책은 각각 1차관 산하 지식서비스인력과, 진로취업지원과로 분산됐다. 이 두 과는 같은 인재정책실 담당이라도 소속 국이 다르다. 2차관 업무 중에서도 대학 통·폐합은 대학제도과에서, 사립대 통·폐합은 대학경영지원과에서 맡아 한다.

이러한 직제 개편에 대해 교육부의 한 국장급 직원은 “나도 헷갈려 직제를 들여다 볼 정도인데 이대로 시행하면 대학 등 수요자들 사이에서 엄청난 불만과 비판이 쏟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대학 정책과 재정지원을 떨어뜨려 놓으면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는데, ‘기능’과 ‘대상’이 혼재되면서 관련 업무가 여기저기 분산돼 있다”며 “부처 통합이 우선이라 그런 측면도 있는데 정착이 되면 다시 정리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교육철학의 측면에서 문제점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김삼호 연구원은 “청와대나 한나라당에서 교육부를 ‘관치’로 생각하다 보니 기존에 중요하게 취급했던 대학업무가 모두 2차관 산하 대학연구기관지원정책관으로 밀려났다”며 “교육부의 중심 역할은 인재양성을 통한 취업 강화와 취업률에 따른 인센티브 제공, 경제적 약자를 돕기 위한 지원 등으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교육부 중심역할이 ‘교육’에서 ‘인재’ 중심으로 바뀌면서 대학의 취업기관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대학 입시와 정원 정책은 물론 대학 설립·폐지 등 사립대 규제가 거의 해제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사립대 퇴출과 국립대 법인화 등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본다”고 우려했다.

◆교육현안에 밀려 과학기술 분야 소홀 우려= 과학기술 업무를 관장하는 제2차관이 대학정책과 지원 업무를 맡으면서 교육현안에 밀려 과학기술 분야가 소홀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대학 업무는 기존 교육부 핵심 업무 가운데 하나였다. 대학 입시나 ‘3불 정책’을 둘러싼 논란, 사학분쟁, 표절 등과 같은 고등교육 관련 쟁점들은 사회적 파장과 논란이 격렬하다.

대학 입시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대학에 넘긴다고는 하지만 앞으로 상당기간 정부가 완전히 손을 떼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학술·기초연구지원 정책을 관장하는 학술연구정책실장과 제2차관이 민감한 교육 현안들을 제대로 조율해낼지 벌써부터 의구심이 제기된다.

제2차관이 사회적 관심이 큰 교육 현안들에 매몰되면 과학기술 정책 분야가 소홀해질 수도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의 경우 교육개혁에 사회적인 관심이 쏠리자 과학기술 지원업무가 축소되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했다. 서울지역 한 사립대 공대 학장은 “교육현안에 매몰되다 보면 과학기술 분야 예산이 축소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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