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 넘어 동남아와 유럽까지 진출 모색

이제 세계가 국내 대학들의 무대가 되고 있다. 대학들이 외국 대학과의 인적 및 학술교류를 넘어 해외 분교 설립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 대학들은 미국, 중국을 넘어 동남아시아와 유럽까지 진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들의 해외 분교 설립과 관련된 정부 지원은 미약한 편이어서 개선도 요구된다. 

대학들, 해외 분교 설립 추진 박차

21세기 최대 황금시장인 중국 진출을 꾀하는 대학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서울대와 고려대 등은 LA 분교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외환위기 이후 한동안 주춤했던 국내 대학들의 LA 분교 설립 움직임이 다시 활발해질 전망이다.

서울대는 지난해 8월 이장무 총장이 국제화 플랜의 일환으로 LA 분교 설립 계획을 공개한 뒤, 현재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고려대는 이번 주 안으로 LA 분교 설립 추진을 위한 TF팀을 구성하고 한 달 여에 걸쳐 1차 연구를 시행할 예정이다. 고려대는 개교기념일인 오는 5월 5일까지 구체적인 방향을 세운다는 방침이다.

대학들의 해외 분교 설립 대상국은 비단 선진국에만 국한되지 않고 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까지 이르고 있다. 이는 지금 개발도상국에 대한 투자가 향후 대학은 물론 국가에도 득이 될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으로 대학들이 민간외교관 역할까지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2006년부터 파키스탄 정부 장학생을 유치해 온 한양대는 파키스탄 현지에 분교를 설립할 계획이다. 파키스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한양대가 파키스탄에 분교를 설립할 가능성은 매우 높은 편이다. 파키스탄 정부는 해외 대학들의 현지 분교 및 연구소 유치를 위해 3조원을 투자하고 있으며 그 첫 번째로 오는 9월 독일 뮌헨대 분교가 문을 열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한양대가 발 빠르게 참여하고 있으며 한양대와 파키스탄 정부는 현재까지 분교 설립에 대한 합의가 대부분 이뤄진 상태다. 

▶한양대는 지난 달 파키스탄 정부와 장학생 파견 교육에 대한 MOU를 체결했다. 한양대는 파키스탄 현지 분교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한양대에 따르면 시설 및 부지 등은 파키스탄 정부에서 제공하며 교원, 교육과정, 실험 및 실습 기자재 등은 한양대 측이 부담한다. 단, 운영비 사용을 놓고서는 양 측이 조율중에 있다. 한양대는 오는 8월까지 운영비 사용 등을 포함한 최종 사항을 마무리 짓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파키스탄 분교의 경우 정보통신공학, 기계공학 등 공대분야로 특성화된다. 

숭실대는 베트남 호치민시에 분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베트남의 한 지인으로부터 5만평 부지 제공에 대한 제안도 받은 상태다. 숭실대는 호치민 분교를 학교 강점인 IT 분야를 살려 특성화시킨다는 구상이며 전체 사업 기간은 4년에서 5년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관련 숭실대는 ‘호치민 해외 분교 ’사업의 교두보로 최근 ‘SKT-SSU IT 교육센터(이하 IT 교육센터)'를 호치민시에 개원했다. IT 교육센터는 베트남 현지 우수 학생들을 대상으로 IT 관련 교육은 물론 영어 및 한국어 교육 등을 실시한다.

한국정보통신대(이하 ICU)는 리투아니아를 선택했다. 리투아니아는 국내업체들에게 신흥시장으로 각광받는 발틱 3개국 가운데 하나다. 현재 리투아니아 측에서 자금 부분이 해결되지 않아 사업이 보류된 상태지만 자금 문제가 해결될 경우 리투아니아 분교 설립 추진은 다시 급물살을 타게 된다.    

해외 분교 설립 지원 필요

숭실대  IT 교육센터(사진) 1기 모집에서 수석으로 입학한 하노이 공대 출신의 릉딘홍군. 릉딘흥군은 “센터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 장차 외국 IT 기업에서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처럼 해외 분교 설립은 외국 우수 인재 양성에 국내 대학들이 기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해외 분교와 연계된 교육프로그램 및 기술 수출 등은 대학들에는 유용한 비즈니스 모델이 된다. 여기서 더욱 중요한 점은 대학들의 이 같은 성과가  국가 이미지 제고에도 기여한다는 것. 따라서 대학들의 해외 분교 설립은 해당 대학 뿐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도 중요한 사업이다.

하지만 현재 대학들의 해외 분교 설립에 대한 정부 지원은 미약한 편이다. 비록 해당 국가에서 시설 및 부지 등을 무상으로 제공받고 실험 및 실습 기자재만 책임진다고 해도 대학들에는 부담이 크다. 실험 및 실습 기자재 1대에 최소 1 억 원 정도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또한 현행 ‘대학 설립 및 운영 규정’에 따르면 해외 분교 설립도 국내 분교 설립 기준을 적용받고 있어 기준이 까다로운 편이다. 따라서 교육 경쟁력은 갖췄지만 소규모 분교를 추진하는 대학들의 경우, 원천적으로 분교 설립이 어려워진다. 실제 명지대는 지난해 뉴욕에 건축대학 분교 설립을 추진했지만 해당 기준에 못 미친다는 이유로 무산된 바 있다. 
 
한양대 최일용 국제협력팀장은 “향후 발전가능성이 충분한 파키스탄에는 독일, 이태리 등 6개국이 들어올 예정인데 우리나라만 빠지면 어떻게 되겠느냐”면서 “파키스탄 인재들이 한양대 분교에서 교육받고 타 국으로 진출하면 한양대 출신이 된다. 이는 한양대 뿐 아니라 국가에도 기여하는 만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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