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이병민 교수 "구체적 정책도 빠져 있다" 비판

새 정부의 '영어몰입교육' 정책이 영어를 맹목적으로 숭배하는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병민 서울대 교수(영어교육과)는 27일 오후 교내 사범대 교수회의실에서 열린 '한국의 영어교육, 어디로 가고 있나' 주제 토론회에서 "사회가 지나치게 영어 능력을 중요시한 결과 영어 사교육이 초등학교나 유치원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면서 "새 정부가 영어몰입교육 정책을 강조하면서 영어에 대한 맹목적 숭배 현상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특히 새 정부의 영어 교육 정책이 목표만 있을 뿐 구체적인 정책이 없어 정책의 실효성에도 의문을 나타냈다. 이 교수는 "새 정부의 영어 교육 정책은 오직 영어를 잘해야 한다는 한가지 목표가 있을 뿐 구체적인 교육 정책이 없다"고 주장했다.

수백년 간 영어권 국가 식민지를 경험한 동남아 국가의 역사적 배경에 대한 이해 없이, 이들 국가보다 더 유창한 영어를 하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보는 이도 많다고 전했다.

그는 "외국 사례에 있는 언어 몰입교육은 그 언어를 배워야하는 절실한 필요가 있는 경우에 시행됐다. 우리는 인접국이 영어를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주변에서 영어를 쓰는 사람과 만날 일도 드물다"고 지적하면서 "이 같은 정책이 일제 강점기에서 일본어 몰입교육을 시키려 했던 것과 비교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명환 교수(영문과)는 대학 영어교육이 지나치게 실무 영어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현상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김 교수는 "대학은 영어교육의 목표가 깊이 있는 글을 읽고 이를 정리해 말이나 글로 표현하는 능력을 키우는 학술영어(Academic English)임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학술영어에 충실한 교육과정을 거친 학생들이 나중에 사회에 진추해 실무영어를 배우는 상황에서 충분히 적응할 수 있으므로, 처음부터 실용영어에 맞춰 협소한 교육에 집착하는 것은 '우민화 교육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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