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송 교육강국실천연합 공동대표·인덕대학 교수

70년대 들어 대학의 대안으로 실용교육을 위한 고등교육기관(Non-University)들이 유럽국가를 중심으로 성장했다.

독일 Fachhochschulen, 영국의 FE, 프랑스의 IUT, 핀란드와 뉴질랜드의 Polytechnic, 호주의 TAFE와 노르웨이 캐나다의 University College 등이 대표적 고등교육기관들이다.

OECD 보고서에 의하면 전 세계적으로 이들 교육기관에 재학하고 있는 학생들은 전체 고등교육기관 재학생 중 3분의 1이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이들 교육기관에서의 학습 희망자는 갈수록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 이유로는 4년제 대학보다 싼 학비·지역적 접근성·취업 중심의 실용교육·산업체와 사회의 연계성 등이 거론된다.

1979년에 시작된 우리나라 전문대학교육은 지금까지 고등교육 졸업자의 43.9%에 해당하는 400만의 산업인력을 양성하며 국가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148개의 전문대학에서 입학정원 23만8069명으로 대학의 74%에 해당하는 규모로 성장했고, 주문식교육 및 특약학과 운영 등을 통해 산학협력교육을 이끌어왔다.

그러나 최근 전문대학들은 심각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근본적 이유로는 절대적인 입학자원 부족이지만, 여기에 4년제 대학의 무분별한 전문대학 학과 모방 개설로 인해 전문대학들이 정체성을 상실하며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4년제 대학 대비 전문대학 학생 1인당 교육비가 44%로 OECD의 평균 65%에도 크게 못 미치고 있는 것은 청년실업 및 사회양극화해소를 위한 교육복지구현에 큰 장애가 되고 있다.

다른 국가의 직업중심 고등교육기관들도 역시 대학과의 충돌 등 우리와 같은 문제를 고민하고 있으며, 그 결과 크게 4가지 모형으로 구분하여 발전해 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첫째로는 대학(University)과의 통합운영이다.

대부분 대학에서 실용교육을 중시하는 현실에서 수업연한에 의한 대학의 구분은 무의미하기에 고등교육기관을 통합해 하나로 하고 개별 대학 내에서 프로그램에 따라 자율적으로 교육연한을 정하는 방식이다.

독일과 우리나라처럼 중등단계에서 직업교육이 활성화된 국가에서 주로 볼 수 있다.

둘째로는 일반대학과의 연계를 필수적으로 하는 경우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학과 일부 커뮤니티 컬리지가 연계해 자동 편입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미국 대부분 커뮤니티 컬리지도 여기에 해당된다.

셋째로는 일반대학과 차별화된 포괄적인 지역센터를 구축하는 일이다.

이 기관들은 대학에서 하지 않는 교육의 틈새시장을 발굴하고, 지역의 평생교육과 기업의 직무연수 등을 맡아함으로써 4년제 대학들과의 경쟁을 피하는 블루오션을 창출하고 있다.

네 번째로는 고등교육이하의 교육단계를 포함하여 운영하는 경우이다.

단기직업과정도 포함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과거 5년제 전문학교 모형과 흡사하다.

영국이나 호주처럼 중등단계에서 직업교육 수준이 낮은 국가에서 이러한 교육이 보편화돼 있다.

이러한 4가지 모형은 국가적으로 특성이 크게 구분되기도 하지만, 한 국가 및 한 고등교육기관 내에서도 다양하게 여러 개가 동시에 선택해 시행하는 경우도 있다.

오늘 우리의 전문대학들이 겪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고 더욱 발전하기 위한 해법은 선진국의 발전모형으로부터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148개 전문대학들은 그 규모가 방대해 한 방향으로만 발전 목표를 설정하고 정책을 추진하는 것에는 많은 무리가 따른다.

따라서 전문대학 교육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각기 가지고 있는 환경과 역량에 맞추어 위의 4개의 발전 모델 중 하나 혹은 복수 이상을 선택해 특성화를 이루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와 같은 전문대학교육의 구분적 특성화는 높은 수준과 다양한 범위의 직업 및 평생교육을 제공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적극적 호응을 받을 것이다.

또한 국제적 수준의 직업교육을 통해 해외 유학생 유치 등 글로벌 인적자원 양성의 중추기관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새 정부에서 전문대학 교육에 큰 관심을 가지고 정책 및 재정적 지원을 아낌없이 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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