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내실화' 내부 개혁 먼저

2008 대학사회에 부는 변화의 바람은 미풍일까, 태풍일까. 이명박 정부는 ‘자율과 경쟁’을 강조하고 있으며, 대학사회에서는 교수사회의 철밥통을 깨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본지는 올해 창간 20주년을 맞아 특집기획 ‘대학도 달라져야 한다’를 연재한다. 대학 경쟁력의 날개를 달기 위해 필요한 혁신은 무엇인지, 우리 대학 개혁의 해법을 찾아본다. <편집자>



대학의 연구와 교육을 배가시키기 위해 우수 인력을 확보하고, 투명한 행정 공개와 시스템 정비, 빈약한 재원 확충을 위한 사업 다각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 우수 교수·학생 모시기

류성호 포스텍 생명공학연구센터장(생명과학과 교수)은 교수 유치를 위해 지난달 미국 보스턴으로 날아갔다. 포스텍이 MIT·하버드대 등의 교수·연구원, 유학생 등을 대상으로 마련한 학교 설명회에 참석한 것이다. 

오는 2011년까지 교수 70여명을 충원키로 한 포스텍은 백석기 총장과 주요 학과 교수 6명으로 스카우트 단을 꾸려, 교수급 학자 130여 명을 대상으로 대학 알리기에 나섰다.
박사후 연구과정(포스닥)을 밟고 있는 15명의 생명공학 연구자들과 대면한 류 교수는 포스텍의 대학원생 수준과 연구인프라, 신임 교원의 자격 요건 등 연구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줬다.

류 교수는 “지원자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우수 인재를 수소문해 현지에서 채용하는 스카우트 전략을 구사한 것”이라며 “당장 대학에 오더라도 손색이 없는 분들이 많이 참석해 포항과 서울에서 생각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포스텍은 미국 서부지역에서도 유치 설명회를 열 계획으로, 교수 충원과 세계적 석학 영입을 위해 분야별로 주요 후보군을 추출해 주임교수 등이 찾아다니며 설득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교수 모시기만이 아니다. 서울지역 6개 대학은 지난달 28일부터 4월 3일까지 워싱턴과 LA, 뉴욕에서 첫 미주지역 입학설명회를 열었다. 고려대·서강대·한양대·성균관대·이화여대·중앙대 등이 참여한 이번 설명회에서는 재외 교포와 학부모들에게 재외국민과 글로벌 전형 등을 집중 소개했다. 참석 인원은 워싱턴이 150명, LA가 260명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 송인식 입학팀장은 “당장 열매가 맺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해외 입시홍보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던 대학들이 공동 설명회를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투명 행정 시스템 구축하기

건국대는 최근 컨설팅 업체에 의뢰해 3개월에 걸쳐 행정시스템 진단을 받았다. 효율적인 행정시스템 구축 없이는 대학 발전을 가속화하기 어렵다는 판단아래, 재정비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이번 모니터링에서는 △조직재설계 △직무분석, 정원 산정과 중장기 인력운영 방안 △평가보상 시스템 구축 △인력자원개발 체계 수립 등을 점검했다.

건국대는 컨설팅 결과를 검토해 올해 조직재설계 방안과 평가체계 개선, 팀제 운영 개선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조직의 경우 전략기획 기능 강화와 구매·입찰 관리, 수익사업 활성화, 대외 부총장 기능 확대, 산학협력단 업무조정 등을 추진과제로 삼았다. 평가체계는 개인 평가만 하던 것을 팀 평가와 개인평가를 연계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모든 작업은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점진적으로 추진한다는 게 학교측의 입장으로, 학내 공감대 형성을 위해 지난달 25일에는 컨설팅 결과 보고회를 갖기도 했다.

경희대는 총장·부총장·처장 등이 참석하는 학내 주요 회의 내용을 대학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지난 2월 15일 ‘커뮤니케이션 21’ 코너를 오픈, 50여일째 행정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것. 일반에 공개되는 주요 회의는 데학 공식심의 기구인 교무위원회를 비롯해 학처장·실무처장 회의, 60주년위원회, 기획위원회, 국제교류위원회, 대학문화기획위원회, 전체 구성원 대표회의 등이 포함돼 있다.

첫 시도다보니, 아직은 간략한 내용만 오르고 있지만, 회의 과정에서 나온 발언과 논의 사항 등 현장의 목소리를 보강하고, 동영상도 올릴 계획이다.
회의 내용 공개로 인해 부서별 담당자는 회의록 정리에 바쁘지만, 학내 구성원들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총장 주도로 열린 행정을 추진하다보니 변화 속도가 빠르다는 게 중론이다. 
 


■ 수익 창출 나서기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재원 확충이 필수요건. 대학이 보유한 기술을 사업화해 수익창출에 나서는 기술지주회사 설립이 잇따르고 있다서강대가 지난달 첫 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한데 이어 한양대는 오는 6월 기술지주회사 창립을 앞두고 2개 사업 아이템을 낙점, 이미 사업화 준비를 마쳤다. 지난달 31일 기술지주회사의 예비 최고경영자(CEO)를 임명하고, 1차로 ‘과학교육 콘텐츠’와 ‘잡음 제거 기술’을 사업화하는 자회사(연구소 기업)를 세우기로 했다. 

양적인 확대보다는 질적인 내실에 초점을 맞춰 성공 가능 아이템을 선정했는데, 잡음 제거 기술의 경우 현재 휴대전화 업체에서 상용화를 위한 최종 단계를 밟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 기업설명회(IR)도 열 계획이다. 한양대는 가치평가와 정부 인가 등의 절차가 끝나면 6월 중 1차로 이들 자회사를 설립할 방침이다. 

서울대가 지난 1일 기술지주회사 설립추진단을 발족한 데 이어 고려대도 이번 주 기술지주회사 설립추진단을 띄우고 본격적인 채비에 나선다. 고려대는 나노기술·바이오·통신 등 기술 분야와 서비스·콘텐츠 분야에서 5~6개 아이템을 선별해 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사업 아이템에 대한 기술평가와 이사회 인선 작업 등을 거쳐 오는 9월경 기술지주회사를 출범시킨다는 계획.  

KAIST는 내달 ‘KAIST홀딩스’ 설립을 추진키로 했다. KAIST홀딩스는 대학내 창업보육건물 2개동 및 부지 약 200억원과 산학협력단이 보유한 특허기술 가치 800억원 등 1000억원을 설립 자본으로 출범한다. KAIST는 올해 10~20개의 자회사를 설립하는 것을 시작으로, 매년 20개씩 향후 5년간 100개의 자회사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선원 KAIST 산학협력단장은 “KAIST가 보유한 특허 기술을 사업화해 그 수익을 대학에 투자할 수 있는 물꼬를 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대학 재정 확충과 연구성과의 실용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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