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직 인하대 건축학부 교수

가짜박사와 엉터리박사가 대학에서 판을 치고 있다. 이들은 이미 결코 교단에 설수 없는 도덕적 심판을 받았지만 법률적 심판논리를 들어 강단을 떠나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한 지방대학에서는 가짜박사 행세를 하고 있는 동료교수를 대학당국과 검찰에 고발까지 했지만 처벌 가능한 명백한 범죄사실을 밝혀내고도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이해할 수 없는 조치만 취했다고 한다.

가짜박사는 거짓을 참인 것처럼 꾸민 허위학력자로 못된 꾀로 남을 속인 범죄자들이다. 외국에 존재하지도 않는 가공의 대학에서 학위를 취득했다고 하는가하면 외국의 학부과정을 졸업하고도 소도 웃을 법한 코미디 같은 이유를 들어 박사라고 주장하는 사기한들이다. 요즘 같은 정보 민주화 시대에도 가짜박사들은 각종 엉터리 서류 등을 공유하면서 지금도 박사라고 주장하고 있으니 참으로 놀랍고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러나 거짓말은 여러 사람을 일시에 속일 수도 있고 또 한사람을 오랫동안 속일 수는 있어도 결코 영원히 속일 수는 없는 일이다. 참으로 부끄럽고 한심한 것은 이들 중 상당수가 현직 대학교수라는 사실이다. 이런 허위사실도 놀랍지만 가짜박사 교수들의 그동안의 행태는 교육자의 탈을 쓴 ‘후안무치’가 아닐 수 없다.

엉터리박사는 허울만 있고 내용이 빈약하여 신뢰할 수 없는 박사로 가짜와는 그래도 다른 학력범죄로 볼 수 있다. 외국의 비인가 대학에서 학위를 취득한 경우와 학사운영이 부실한 대학에서 편법으로 학위과정을 밟은 경우 등이다. 최근 밝혀진 엉터리 박사들은 자신의 학위논문 영문제목 조차도 쓰지 못함은 물론 초등학교 수준의 기초영어 질문에도 답을 못했다고 한다. 비록 이들이 학위과정은 밟았다 할지라도 정도가 아닌 편법으로 학위를 취득한 것은 분명한 학문적 권위와 명예를 통째로 편취한 행위다. 

이토록 가짜와 엉터리가 판치는 실상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대학당국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오히려 일부 대학에서는 관대함마저 보이고 있다니 참으로 통탄할 일이며 마치 대학이 사명마저도 포기한 듯하다. 오늘날 대학은 국가경쟁력을 키우는 강력한 도구가 되고 있는 현실에서 교수는 대학의 경쟁력을 키우는 핵심이다. 따라서 교수의 학력관련 범죄는 대학 경쟁력의 심각한 저해요인이다. 대학이 거짓의 문화를 척결해야함은 결코 승리를 얻기 위함이 아니라 대학을 대학답게 하기 위함이다. 오늘날 한국경제가 양적으로는 세계 10위권으로 발전했다지만 아직도 질적으로는 OECD 국가 중 최 하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것도 가짜와 엉터리가 판치는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크게 염려되는 것은 가짜와 엉터리박사가 과연 대학교수의 기본 책무인 교육, 연구, 봉사의 사명과 이상적인 민주사회를 창출하고 시범을 보이는 지적행동의 사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거짓말쟁이라는 낙인이 줄 멸시는 물론 공소시효가 없는 무서운 도덕적 양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어떻게 견디고 강단을 지킬지 심히 걱정된다. 도덕적 양심은 성공한 사람이나 역설적인 지도자의 계명 속에서 항상 함께하는 불변의 키워드로 지도자 정신의 뿌리이자 지식사회의 부패를 막을 소금이기도하다.
아무리 현행법상 가짜와 엉터리박사를 조치할 수 없다하더라도 거짓말쟁이를 결코 강단에 서게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요즘같이 도덕의 가치가 땅에 떨어진 시대에 사기한에게 공적인 사회악을 뿌리칠 수 있는 건전한 인재의 양성을 책임지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학도 진정으로 대학의 생명인 ‘진리 탐구와 자유’가 살아 숨 쉬게 하기 위해서는 거짓된 문화를 반듯이 바로 잡아야 한다. 이것은 대학의 경쟁력을 키우는 일이며 실추된 대학의 명예와 권위도 회복하는 일이다. 그리고 교수를 올바른 스승으로 바로 서게 하는 사명적행동이기도 하다. 지금이라도 그동안 학력범죄로 상아탑을 더럽혀온 거짓말쟁이들은 한때 허황된 과욕이 저지른 죄를 깊이 반성하고 스스로 대학을 떠나는 일말의 교육자로서의 양심적 행동을 보여주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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