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성균 한양기술지주회사 대표

한양대 산학협력관 5층은 한창 공사 중이다. 자재가 여기저기 쌓여 있고, 인부들은 벽 곳곳에 페인트를 칠하고 있다. 곧 입주할 ‘한양기술지주회사(HYU테크노홀딩스, 가칭)’를 맞기 위해서다.

이곳에 들어올 이성균 한양기술지주회사 대표는 공사현장을 둘러보더니 “저번보다 많이 진행됐네!”라며 웃었다.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임명된 후 다음 날부터 바로 업무를 시작했다. 사무실이 아직 마련되지 않아 지하에 임시로 거처를 마련하고, 10여일 남짓 산업은행 기술평가 준비로 바쁘게 지냈다.

이번 주 중 사업계획서를 올리면 5월 중순경 평가결과가 나온다. 그러면 바로 인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인가에 대한 승인에 걸리는 시간은 1~4주 정도다. 이르면 5월 말, 늦어도 6월 중순부터 한양대기술지주회사는 회사로서 구성을 갖추고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다.

“한양대는 다른 대학과 전략 자체가 달라요. 다른 대학은 수백 개 기술로 시작하지만 우린 두 가지 기술로 출발합니다.”

대학은 ‘기술의 창고’라고 불린다. 대학마다 수백에서 수천여개의 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양대 역시 500여개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대표는 그 중에서 ‘과학교육 콘텐츠’와 ‘잡음 제거 기술’ 두 개를 선택, 자회사를 만들어 시작하기로 했다. 500여개 기술을 모두 평가받으려면 시간도 걸리고, 기술 평가에 드는 돈이 기술 하나 당 3000만원 정도인 것을 감안할 때,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현재 평가 예상액은 두 기술 합해 85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15억원을 더 출자, 자본금 100억원에서 출발한다. 서울대·서강대 등 기술지주회사를 준비 중인 대학들이 수백개의 기술을 평가받고 막대한 자본금으로 시작하는 것에 비하면 초라해 보이는 금액이다.

성공할 수 있을까. 이 대표는 “자신 있다”고 말했다.

“회사 규모가 얼마인지, 자회사 개수가 몇 개인지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저는 우선 이 두 회사를 빠른 시간에 성공 모델로 만들 겁니다. 자회사 숫자를 늘리거나 회사 규모를 늘리는 것은 다음 일입니다.”

사실 기술지주회사의 상대는 다른 대학이 아니라 일반 기업이다. 대학끼리의 경쟁이 아니라 기업끼리의 경쟁이다. 대학은 조직구성, 마케팅, 홍보에서 일반 기업에 비해 여러모로 부족하다. 일반기업과 붙어도 이길 자신이 있는지 묻자 “지주회사는 왜 만듭니까?”라는 반문이 돌아온다.

“돈 벌려고 만드는 것 아닙니까. 대학은 좋은 기술은 많지만 경영 노하우가 없어요. 기업과 경쟁하려면 비즈니스 마인드를 갖춘 전문 CEO를 영입해야 합니다. CEO는 우선 사업을 성공시켜야 하고요. 성공하면 다른 연구실도 자극을 받고 뛰어들게 될 겁니다. 제가 할 일은 이런 ‘선순환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렇게 만들 자신이 있습니다.”

이 대표는 현재 한양대 겸임교수다. 하지만 바탕은 ‘기업인’이다. 10년 동안 삼성 SDS에서 근무하다 1998년 (주)유인커뮤니케이션을 세우고, 국내최초로 인스턴트 메신저 서비스를 개발해 유명세를 떨치기도 했다. 유인커뮤니케이션은 2001년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에 300억원에 성공적으로 인수·합병됐다. 현재는 영어 콘텐츠 회사인 (주)유인에듀닉스 대표이사로 활동 중이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철저한 비즈니스 마인드로 한양대기술지주회사를 끌어갈 예정이다.

그동안 회사 운영 경험도 경험이지만, 한양대가 보유한 기술에 자신감이 대단하다. 한양대에서 예상하는 매출액은 3년 이후 연간 800억원 정도다. 하지만 이 대표는 내년부터 과학교육 콘텐츠에서 500억원, 잡음 제거 기술에서 1000억원, 도합 연간 1500억원의 매출을 바라보고 있다.

“과학교육 콘텐츠는 과학키트부터 도안, 매뉴얼 등 초등학생 위주 150개 모델을 완성했어요. 앞으로 800개로 늘릴 예정입니다. 현재 강남구청 등에서 매주 2번 과학카페를 열고 있는데, 연간 100회가 넘습니다. 30여명의 인원이 쉬지 않고 일합니다. 연간 예산만 20억원이 넘습니다. 이걸 비즈니스 모델에 접목하면 프렌차이즈로 확장, 연간 500억원까지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잡음 제거 기술도 미국 기업들에 비해 기술력이 이미 앞서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펜텍에서 마지막 실험까지 마쳤고,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기존 제품이 하드웨어로 기술을 구현했다면, 우리 것은 소프트웨어적으로 구현하기 때문에 원가도 절감할 수 있습니다.”

이 대표는 현재 한양기술지주회사를 함께 이끌 직원들을 면접하고 있다. 기획·금융 전문가를 뽑아 3~4명으로 팀을 구성해 출발할 예정이다.

그동안 지켜온 기업 경영 철학이 있다면 ‘사람만은 확실하게 뽑자’는 것이다. 다른 일은 남에게 맡겨도 이 일은 누구에게도 맡기지 않는다.

“몇 달 보고 말거나, 몇 년 보고 말 사람들이 아니잖아요. 전 직원을 뽑을 때 ‘적어도 10년을 함께할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10년이면 연봉이 10억원 정도라고 봅니다. 10억원짜리 물건을 고른다고 생각해 보세요. 당연히 신중해야죠.”

그는 올바른 CEO란 무엇이냐는 물음에 “회사 시스템을 정비하고, 조직화하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도록 네트워크를 엮어주는 사람”이자 “회사의 브랜드를 대표하는 사람”이라고도 답했다.

하지만 그가 생각하는 CEO의 가장 큰 역할은 “직원들에게 큰 그림을 보여주는 사람”이다. 한창 공사 중인 사무실을 둘러보며, 그는 머릿속에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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