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울대 김영정 입학관리본부장

“잠재능력을 보는 것도 내신이나 수능만큼 중요합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면접 등을 통해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면 드러나죠. 이런 의미에서 입학사정관제도는 상당히 고무적인 제도에요”

서울대 입학업무를 총괄하는 김영정(54·철학전공) 입학관리본부장은 대학이 우수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서는 수학능력시험과 학생부 성적 등이 아닌 제 2의 지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기존 지표에 드러나지 않는 학생의 잠재능력을 판단해야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김 본부장이 말하는 제 2의 지표는 학생의 성장 환경과 평소에 드러내는 창의적인 면모다. 서울대가 입학 전형 방식을 도리스 데이비스 미국 코넬대 입학처장에게 컨설팅 의뢰하기로 한 이유도 이 같은 학생 선발 기준을 새로 만들자는 취지다.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지표가 내신과 수능, 그리고 대학별고사라고 할 수 있는 논술과 구술면접이잖아요. 이상적인 지표는 이것 외에 예컨대 추천서가 있어요. 궁극적으로 그 학생과 사적 관계에 있는 사람의 것이면 더 좋겠죠. 그러나 이게 가능하려면 추천서를 믿을 수 있어야합니다. 이게 입학사정관제의 맹점이죠”

김 본부장은 입학사정관제가 이상적인 학생 선발제도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제도가 학생 선발의 주요 지표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우선 제도적으로 신뢰받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대학 또는 대학의 협의체 차원에서 입학사정관제도 시행에 따라 제기될 수 있는 법률적인 문제를 대비하는 변호사를 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미국에서도 사정관제 도입전에 로이어를 고용했어요. 소송에 휘말릴꺼라고 예상했기 때문이죠. 눈에 보이지 않는 학생의 잠재력을 평가해서 뽑았는데, 그게 아니라고 항의하면 어떻게 답을 해야 하죠. 미리 준비를 해야합니다”

김 본부장에 따르면 최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차원에서 입학사정관제 시행에 따른 법률적인 케이스 스터디가 있었다. 원론적인 수준이었지만, 대학들은 입학사정관제를 궁극적인 대학의 학생 선발제도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법률적인 문제에 앞서 우리 사회가 이 제도를 받아들일 수 있는 여건도 해결과제라고 했다. “사정관제는 굉장히 좋은 제도지만 너무 이상적이라는게 흠이죠. 한국 사회가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과 갭이 너무 커요. 문화적 벽이 있습니다”

김 본부장은 예로 든 추천서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겨울 ‘고교-대학 연계 협의체’를 만들어 선생님들께 추천서 대학이 학생 선발 지표로 활용할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달라고 했어요. 선생님들이 학생들과 더 밀착해 더 꼼꼼하게 파악해 작성한 추천서가 좋은 예입니다.”

서울대는 추천서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교사들의 추천서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고 있다. 추천서를 쓴 교사의 다른 추천서를 보면 추천서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데이터베이스를 다른 대학들과 공유하면 신뢰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대는 입학사정관제의 확대 시행을 위해 26일 도리스 데이비스 코넬대 입학처장과 ‘학생 선발 조직과 프로그램에 대한 진단 및 아이비리그의 노하우 전수’에 관한 컨설팅 계약을 맺었다. 데이비스 처장은 오는 7월 말까지 서울대 입학전형 전반에 대해 검토해 보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서울대는 이를 바탕으로 학생 선발 기준을 재정비해 입시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학생의 성장 환경과 성취도 측정 방법과 출신 고교를 어떻게 분류하는지 등을 검토할 것으로 보여 적지 않은 논란도 예상된다.

◆김영정 입학관리본부장 =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1978년)한 뒤 미국 브라운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1985년)했다. 한국외국어대 철학과 교수(1985~1988년)를 거쳐 같은 해 부터 서울대 철학과 교수로 부임한 뒤 2006년부터 입학관리본부장을 맡고 있다. 임기는 오는 7월 말까지다. 교외에서는 한국철학회 총무이사(1995년), 한국논리학회장(1999~2001년), 한국인지과학회장(2002년) 등을 지냈으며 저서로는 ‘언어-논리-존재’, ‘과학과 가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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