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교육’ 창학이념 바탕 `여성 학군단' 유치
최초 여대 ROTC ‘첫 기수’ 우려 속 절치부심
‘2012년 110개 학군단 중 종합성적 1위’ 증명
`우수학군단' 선정 등 영예 장교 양성 산실 입증
대통령상 박기은 중위 등 221명 임관자 배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여성리더' 양성 앞장

숙명여대가 ROTC 창설 10주년을 맞이했다. 최조 여성 학군단으로 출범한 숙명여대 ROTC는 지난 10년간 수많은 화제를 뿌리며 각종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여성 리더십 전파에 앞장서고 있는 숙명여대는 군대 내 여풍이 부는 계기를 마련하며 타 대학의 여성 학군단 유치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은 2010년 12월 10일 여대 역사상 최초로 열린 학군단 창단식에서 거수경례를 하고 있는 숙명여대 학군단 1기 후보생들(사진=숙명여대 제공)
숙명여대가 ROTC 창설 10주년을 맞이했다. 최조 여성 학군단으로 출범한 숙명여대 ROTC는 지난 10년간 수많은 화제를 뿌리며 각종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여성 리더십 전파에 앞장서고 있는 숙명여대는 군대 내 여풍이 부는 계기를 마련하며 타 대학의 여성 학군단 유치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은 2010년 12월 10일 여대 역사상 최초로 열린 학군단 창단식에서 거수경례를 하고 있는 숙명여대 학군단 1기 후보생들(사진=숙명여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김홍근 기자] 2010년 12월 10일 국내 여대 최초의 학군단이 숙명여자대학교(총장 장윤금)에서 창설됐다. 50년 ROTC 역사에 처음으로 여성 학군단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세월이 흐른 지금, 숙명여대 학군단은 창설 10주년을 맞았다.

숙명여대의 학군단 유치는 오랜 세월 여성 리더십 교육을 강조해 온 노력의 결과다. 학군단 창설 이전부터 학교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 여성장교 배출, 대학생 안보토론대회 수상, 여군장교 동아리 개설 등도 학군단 유치에 힘을 보탰다.

숙명여대의 역사적 뿌리도 한몫했다. 숙명여대의 전신인 명신여학교는 열강들의 침략이 노골적으로 전개된 1906년 대한제국 고종황제의 비인 순헌황귀비가 설립한 교육기관이다. ‘여성교육을 통한 구국’을 창학 이념으로 시작한 숙명여대의 구성원들은 조국수호의 의지를 바탕으로 학군단 유치를 염원했다.

■훈련과 노력으로 일궈낸 값진 성과들…졸업성적 1등으로 대통령상 받기도 = 출발은 창대했지만 과정까지 순탄치는 않았다. 숙명여대 학군단 첫 기수인 51기 후보생 30명은 이듬해 초 참가한 동계 기초 군사훈련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둬 우려 섞인 시선을 받았다. 주변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중압감만큼 어깨도 무거웠다.

2011년 1월 학생중앙군사학교에서 첫 군사훈련을 받고 있는 숙명여대 ROTC 후보생의 모습.
2011년 1월 학생중앙군사학교에서 첫 군사훈련을 받고 있는 숙명여대 ROTC 후보생의 모습.

하지만 숙명여대 후보생들은 훈련을 거듭하면서 점차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절치부심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일례로 후보생들이 첫 번째 하계 훈련에 참가했을 때만 해도 수류탄 과목 성적이 전체 학군단 중 최하위에 머물렀다. 남자 후보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팔 근육이 약한 신체적 차이에서 비롯된 결과였다. 

문제점 진단 후 곧바로 훈련 방법을 바꿨다. 연습용 수류탄보다 무거운 공으로 훈련을 실시했다. 후보생들이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 결과 후배 기수인 52기 후보생들은 수류탄 과목에서 전체 1등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1년 만에 거둔 성과였다.

숙명여대 학군단은 창설 이래 수많은 화제를 뿌리며 각종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2012년에는 전체 110개 학군단 중 종합성적 1위라는 눈부신 성과를 거둬 모두를 놀라게 했다. 노력을 바탕으로 일궈낸 드라마틱한 변화였다.

2013년에는 박기은 중위가 ROTC 전체 졸업생 4385명 중 졸업성적 1등이라는 타이틀을 차지하며 육해공군 장교 합동임관식에서 최우수졸업생에게 수여하는 대통령상을 받는 일이 이어졌다. ROTC가 여성에게 문을 개방한 지 불과 2년만의 일이었다. 최초의 여성 ROTC를 배출한 숙명여대에서 쟁쟁한 남성 후보생들을 모조리 제치고 수석을 차지한 후보생이 나온 것은 대한민국 창군 이래 손꼽히는 사건이다.

그해 임관식은 숙명여대 후보생들의 소식으로 가득 찼다. 51기 서은영 소위가 졸업성적 전체 7위를 차지하며, 박 중위와 더불어 상위 10위 내 2명이 이름을 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민지현 소위는 ROTC 24기인 아버지와 함께 최초의 부녀 ROTC로 기록되며 화제를 낳았다.

이러한 성과의 배경에는 묵묵히 뒤에서 후보생을 지원한 학군단장과 교관 등 지원인력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 ‘명장 밑에 약졸 없다’는 말처럼 숙명여대 학군단장과 훈육관은 적절한 방식을 활용, 후보생들에게 강한 동기를 부여하고 리더십을 키우는 데에도 도움을 줬다.

장윤금 총장은 “숙명의 창학이념을 이어받아 국가와 민족에 헌신하는 장교를 양성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이끌어갈 강인한 여성리더를 배출하겠다”고 밝혔다.

숙명여대 ROTC 후보생들이 절도있는 동작으로 예도를 올리고 있다.
숙명여대 ROTC 후보생들이 절도있는 동작으로 예도를 올리고 있다.

■“최초이자 최고”…여대 학군단 확산에 기여 = 숙명여대 학군단은 현재 인원 수 60명 이하인 중령급 학군단이다. 정보‧작전, 교육, 인사, 군수 등 모든 분야에서 고루 우수한 성적을 거둬 2013년, 2015~2016년, 2018년에 우수학군단으로 선정된 바 있다.

숙명여대 학군단은 ‘최초’와 ‘최고’를 모두 지향한다. △아덴만의 영웅인 석해균 선장 △한미 수교 이후 최초의 여성대사인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 △주한미군 역사상 첫 여성사령관인 리사 프란케티 주한 미 해군사령관 등이 숙명여대를 방문해 리더십과 비전을 공유했다. 

사회공헌 활동에도 열심이다. 여고생 대상 주니어 ROTC 캠프를 개최해 안보의식을 고취하고 리더십 역량을 개발했으며, 소아암 환자들을 돕기 위한 마라톤 대회에도 참가했다. 매년 현충일에는 숙명여대 인근 효창공원 내 위치한 의열사를 방문해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 등 순국선열의 넋을 기리는 참배를 이어오고 있다. 

학군단에 주어지는 혜택은 풍성하다. 후보생 전원에게 △학군단 장학금 지급 △전용 기숙사 △멘토링 프로그램 제공 △국내외 군사문화 탐방 실시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숙명여대 학군단의 경쟁률이 다른 대학보다 치열하기로 유명한 이유다.

숙명여대 청파무제 태권무.
숙명여대 청파무제 태권무.

숙명여대가 걸어온 행보는 군대 내에서 거센 여풍이 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후 다른 여대도 학군단을 유치할 수 있는 동력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2011년 3.9%에 머물던 여군 비율은 2020년 7.4%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국방부가 매년 실시하는 학군단 평가에서 숙명여대를 비롯한 여대 학군단들은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숙명여대 학군단은 현재까지 10년간 총 8개 기수 221명의 임관자를 배출했다. 최초 임관이자 졸업성적 1위로 대통령상을 받은 박기은 중위부터 육군 최초의 여군 해안경계부대 중대장을 맡은 정희경 대위, 육군 첫 여군 MC(모터사이클) 헌병이 된 김유경 중위 등이 숙명여대 학군단 출신이다. 출중한 외국어 능력을 바탕으로 육군이 시행하는 해외 위탁교육에서도 두드러진 참여율을 기록했다. 

박세희 학군단장은 “미국 고등군사반(OAC) 같은 외국 위탁교육은 그동안 육군사관학교 출신들의 전유물과 같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숙명여대 출신 장교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며 “입학성적이나 훈련태도 등에서 전국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숙명여대 후보생들은 준비된 예비 장교로서 여군의 인식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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