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전문대학인상, 선주동 서울대공원 사육사(대경대 졸)

올해의 전문대학인상 졸업생 부문에 선정된 선주동씨의 모습.(사진=선주동씨 제공)
올해의 전문대학인상 졸업생 부문에 선정된 선주동씨의 모습.(사진=선주동씨 제공)

[한국대학신문 이중삼 기자] “일반대에 입학해 2년간 공부해 온 지식을 과감히 포기하고 전문대로 전향해 사육사라는 꿈을 향해 매진한 것이 전문대학인상 수상으로 보답 받은 듯하다. 전문대학인상을 받으니 진정한 전문가가 된 것만 같다. 포기하지 않고, 의지를 가진다면 누구라도 저처럼 수상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의 전문대학인상 졸업생 부문에 당당히 선정된 선주동씨의 이력은 특별하다. 일반대에 입학해 2년간 공부해 온 지식을 과감히 포기하고 꿈을 찾아 전문대인 대경대로 발길을 돌려 사육사라는 꿈을 이뤘기 때문이다. 현재 선씨는 서울대공원 소속 사육사로 일하고 있다.

선씨는 2012년 아시아 최초로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를 제주 앞바다에 방류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했다. 선씨는 제돌이 방류를 위해 3개월간 제주도에 살면서 방류훈련을 진행했다. 결국 제돌이는 무사히 야생으로 돌아가는 데 성공했다. 선씨는 “제돌이를 야생으로 돌려보낼 때 바다에서 행복해 하는 모습을 봤다.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라고 말했다. 선씨는 제돌이 방류 공로를 인정받아 서울시로부터 표창장을 받았다. 

선씨는 어린 시절부터 줄곧 동물과 관련된 직업을 갖는 것이 꿈이었다. 선씨의 부모는 동물을 좋아하는 선씨에게 생물학 박사나 수의사가 되길 권했다. 일반대 생물학과에 입학했지만 정작 대학을 다니면서 선씨는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동물과 관련된 생태적인 연구 활동을 기대하며 일반대에 진학했다. 하지만 앉아서 공부만 해야 하고, 외우기만 하는 데 지쳐 회의감이 들었다”며 “1학년을 마치고 군대에 다녀온 후 다시 잘 해보려 했지만 상황은 똑같았다”고 선씨는 말했다.

2학년 여름방학기간 동안 선씨는 앞으로의 진로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TV 프로그램에서 돌고래 사육사 영상을 보고 ‘확신’을 느꼈다. 선씨는 “사육사라는 직업은 평생해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선씨는 2년간 다니던 대학을 자퇴하고, 돌고래 사육사가 되겠다고 부모에게 선언했다. 굳은 결심을 들은 부모는 선씨의 꿈을 응원했다. 방학기간 동안 선씨는 동물 관련 학과를 인터넷에서 찾기 시작했다. 여러 대학이 나왔지만, 선씨의 선택은 대경대 동물조련이벤트과였다. 선씨는 “다른 대학에 있는 학과 대부분은 애견이나 미용 관련 학과들이었다. 대경대 동물조련이벤트과는 학과 명칭부터 ‘조련’이 포함돼 있었다. 학과 소개란에 해양생물도 언급돼 있어 돌고래 사육사라는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대경대에 입학한 선씨의 선택은 옳았다. 선씨는 대경대 동물조련이벤트과에서 사육사가 되기 위한 지식과 경험을 동시에 배울 수 있었다. 선씨는 “대경대에는 ‘코업(CO-OP)교육’이 있다. 현장에 필요한 실습을 학교에서 미리 체험할 수 있게 해 현장에 투입됐을 때 즉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시스템”이라고 비결을 설명했다.

물론 과정이 쉽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선씨가 돌고래 사육사가 되기까지는 피눈물 나는 노력이 있었다. 선씨는 “돌고래와 친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학기 중에 스킨스쿠버 자격증을 따고 몸 관리를 위해 운동도 많이 했다”며 “정식 직원이 되기 전 기간제로 일한 적이 있다. 선배들에게 수영을 가르쳐달라고 조르기도 하며 매일 퇴근 후 1시간씩 수영연습을 했다. 돌고래와 더 친해지려고 매일 3시간을 함께했다. 밥도 못 먹고, 지문도 다 없어졌었다. 이런 노력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씨는 일반대를 계속 다녔다면 후회했을 거라고 말한다. 선씨는 “군대를 다녀오면 새로운 세상이 열릴 줄 알았다. 생물학 박사가 되고자 열심히 공부했지만 1학년 때와 차이는 없었다”라며 “일반대에 계속 다녔다면 원하는 꿈을 찾지 못한 채 후회하면서 전혀 다른 업무를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선씨가 다녔던 일반대를 졸업한 선배들은 대부분 사료·제약 회사에 취직했다.

선씨는 2016년 후배들을 위해 100만원의 장학금을 기부했다. 후배양성을 해야 한다는 강한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선씨는 “후배 양성이 중요하다고 본다. 사회에서 만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선배로서 이끌어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선씨는 전문대에 다니는 모든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인터뷰를 끝마쳤다. 선씨는 “일반대보다 더 빨리 꿈에 도달할 수 있는 길이 전문대에 충분히 있다”며 “최선을 다하면 일반대를 졸업한 사람들보다 더 빨리 사회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조언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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