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언택트’ 시대 사회경제적으로 큰 변화가 예상되는 분야로 헬스케어, 교육, 교통, 물류, 제조, 환경, 문화, 정보보안 등 8개 영역을 선정했다.

분야별로 5년 내 현실화가 가능하면서 기술혁신성과 사회·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25개 유망기술도 골라냈다. 교육 분야에서는 실감형 VR기술, AI 빅데이터 기반 맞춤형학습, 온라인 수업용 대용량 통신기술 3가지가 제시됐다. 이들 기술은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통해 학습자들에게 적용될 수 있어 온라인 수업으로 충족되지 않는 현장교육과 밀착교육의 빈틈을 메꿔줄 수 있는 기술로 판단된다.

온라인 교육이 보편화되면서 바야흐로 블랜디드 러닝(blended learning)의 시대가 활짝 열리게 됐다. 오프라인 일변도 교육의 시대는 가고 온오프라인 겸용의 시대가 온 것이다.

이러한 트렌드 변화는 코로나19 영향도 있지만 개별화, 개인화라는 시대적 특성과도 관련이 있다. 온라인 교육이 개인화 추세와 결합되면서 정형화된 학습 보다는 무형식 학습(informal learning)이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 데이터를 활용한 고도화된 개인 맞춤형 교육이 일상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는 초개인화된 학습환경이 조성돼 교실 밖 수업이 일반화되고, 모듈(module)화된 다양한 콘텐츠가 학습자에게 제공될 것이다. 스스로 학습 의지만 갖고 있으면 학습자는 가장 적합한 교육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AI 기반 학습 분석 도구의 지원을 받아 수행하는 자기주도형 학습을 통해 더 높은 학습 성과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바야흐로 교육에서의 ‘AI 르네상스’가 열린 느낌이다. 지난달 15일 발표된 ‘카카오 코로나백서’에서도 포스트 코로나 주요 변화로 AI 서비스 확산이 꼽혔다. 그 중 교육·육아 분야에서 AI 서비스가 가장 활성화됐다고 한다. 그만큼 AI 교육서비스는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 있다.

일부 유초등 교육에 적용됐던 AI 교육서비스가 이제는 고등교육 분야까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각종 HRD 포럼에서도 AI 기반 교육서비스가 메인 주제로 자리를 차지한다. AI 관련 논의가 빠지면 뭔가 허전할 정도가 됐다.

이미 애리조나주립대(ASU)와 같은 혁신대학들은 학사운영, 수업지도, 학생진로지도와 상담 등 다양한 분야에 AI를 접목해 활용하고 있다. 신입생 대상 전과목 수업을 AI 기반 개별 맞춤형으로 진행해 높은 학습성과를 거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대학들은 AI 기반 교육서비스를 도입하는데 소홀했다. 자금 문제도 있겠지만 인식이 미처 따라가지 못한 데에도 원인이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사정이 달라졌다. 변하지 못하면 낙오하는 현실에서 교육혁신의 유력한 방안으로 AI 기반 교육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점증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대학에서는 내년도 학사운영에 AI 기반 교육서비스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들의 선도적인 노력이 성공적으로 수행되기 바란다. 대학만의 노력으로는 이런 일들이 성과를 내기란 불가능하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정책과 에듀테크 기업들이 교육현장에 깊숙이 다가설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코로나19는 그동안 정책 지원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에듀테크 기업에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는 동안 해외 유수 에듀테크 기업들이 국내 교육시장을 헤집고 다녔다. 하지만 우리는 그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 그 덕에 상종가를 친 것은 줌(zoom)이었다.

최근 정부는 줌 같은 K-비대면 벤처기업을 100개 육성한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연이어 범정부 차원에서 인공지능 인재 양성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발표도 있었다. AI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그에 기반한 교육혁신을 이끌어내겠다는 의지가 읽혀진다.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이왕이면 이번 조치들이 K-edu로의 발전에 기폭제가 됐으면 좋겠다. 한국형 교육 시스템 K-edu가 K-pop, K-movie의 길을 따라 K-culture의 중요 아이템으로 발전될 수 있는 모멘텀이 되기를 기대한다.

우리는 그동안 미래교육, 미래사회에 대한 논의를 간단없이 전개해왔다. 하지만 미래 문제를 논하다 보니 때로는 현실성이 부족했으며, 모호한 경우도 많았다. 변화의 방향 설정이 느렸고 구체적 내용에서도 이견이 많았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조성된 상황은 교육혁신의 방향과 내용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려주고 있다.

교육에 있어서만큼은 미래가 이미 우리 앞에 성큼 다가 온 느낌이다. 윌리엄 깁슨은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다만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이다(The future is already here. It’s just unevenly distributed)”라는 경구로 미래사회가 먼 훗날의 얘기가 아니라 바로 오늘의 얘기임을 깨우쳐 주고 있다. 코로나19로 변화되는 교육현장의 모습이 이 말을 더욱 실감나게 하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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