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권고 ‘무시’하는 지자체들…올해도 절반 이상은 사교육
사교육 강사 배제, 공교육 ‘전환’…종로구 모범사례 ‘참고해야’

교육부는 2016년부터 “사교육기관 강사 초빙을 지양하고 공교육기관의 교사 또는 대교협 대표강사를 활용하라”는 지침을 내렸지만 무용지물이었다.(사진=한국대학신문DB)
교육부는 2016년부터 “사교육기관 강사 초빙을 지양하고 공교육기관의 교사 또는 대교협 대표강사를 활용하라”는 지침을 내렸지만 무용지물이었다.(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김홍근 기자] 지자체들이 자체 시행하는 대입 설명회에 사교육 유명 강사를 초빙하는 사실상의 ‘사교육 조장’ 행태가 여전히 관행처럼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가 공교육계 강사를 활용하라는 지침을 이미 4년 전에 내렸지만, 한 번 뿌리내린 관행은 변하지 않는 모양새다. 지자체들이 이처럼 교육부의 권고를 무시로 일관하는 가운데 지적을 수용하고 공교육 강사 초빙으로 방향을 선회한 종로구의 ‘모범사례’가 눈길을 끈다. 

■지자체 사교육 조장 논란…교육부 관리‧감독 지적도 = 해마다 수능이 끝난 직후부터 정시모집 사이에는 대입 설명회가 봇물처럼 쏟아진다. 올해도 코로나19 확산세를 고려해 대부분의 설명회가 온라인으로 시행된다는 점만 다를 뿐 각양각색의 설명회가 열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지역내 학생·학부모의 대입을 전격 지원하겠다는 명분으로 해마다 입시설명회를 열어 온 지자체들도 두 팔을 걷어 붙였다. 광역시·도 등의 지자체는 물론 서울 내 자치구들도 온라인 설명회를 예고했다. 

문제는 대입 설명회에 사교육 기관 유명 강사를 초빙하는 관행이 여전하다는 데 있다. 지자체들이 사교육 기관에 대입 설명회를 위임하는 것은 공교육의 권위를 앞장서 무너뜨리는 것이기에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이 문제를 꾸준히 지적해 온 대표적인 교육 관련 시민단체다. 올해 5월에도 사걱세는 다수 대입 설명회가 학원의 홍보무대로 전락했다며, 현 실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지자체가 ‘대입 전문가’로 사교육 강사들을 내세우는 것은 자칫 학부모들에게 사교육 참여를 종용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꼬집었다. 

사걱세가 조사한 ‘2019년 사교육 기관 연사 초빙 지자체 입시설명회’는 62건에 달한다. 전수조사 결과가 아닌 점을 볼 때 실제 사교육 강사 초빙 대입 설명회는 이보다 많았을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이처럼 사교육 강사를 내세우는 설명회가 문제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지만, 올해도 같은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유명 강사 초빙을 대놓고 홍보하기까지 한다. 

국정감사장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바탕으로 교육부가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올해 10월 열린 국감에서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의원은 사교육 강사 초빙 현황에 대해 시민단체에서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와 교육부가 조사한 결과를 비교하면, 교육부가 조사한 수치가 현저히 낮다며 관리·감독 실패라는 점을 지적했다. 

강 의원은 “사교육 강사를 초빙하는 설명회는 사교육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오히려 부각시키고, 공교육에 대한 불신과 불안감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하며 “사교육 강사 초빙 실태를 다시 조사하고, 이에 대한 제재와 공교육 강사 활용도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명무실 교육부 지침?…대교협 대표강사 초빙 종로구 “경쟁력 있어” = 교육부가 손을 놓고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지자체 설명회의 문제점을 인지한 교육부는 2016년 “사교육기관 강사 초빙을 지양하고 공교육기관의 교사 또는 대교협 대표강사를 활용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문제는 교육부 지침이 무용지물이었다는 데 있다. 이후로도 지자체들은 사교육 강사 초빙을 밥먹듯 일삼았다. 올해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입시설명회를 이미 시행하거나 예고한 지자체나 자치구 가운데 상당수가 사교육 기관 강사를 초빙한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가 서울 자치구 대입 설명회 현황을 자체 조사한 결과 12개 구가 설명회를 이미 시행했거나 개최를 예고한 상태다. 그 중 공교육계열 강사를 초빙한 사례는 5곳에 불과했다. 사교육 강사를 초빙한 자치구 수가 절반 이상이었던 것이다. 

지자체들은 공교육 강사 초빙이 어렵다는 점을 들어 사교육 강사 초빙의 당위성을 호소했다. 물론 일부 지자체는 아무런 생각 없이 “‘그냥’ 사교육 연사를 초빙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자치구들의 해명은 곧이곧대로 듣기 어렵다. 공교육 강사를 초빙한 자치구의 대답은 달랐다. 지난해에도 교육부가 공문을 보내 공교육 강사 초빙 방법과 연락처를 공유하는 등 구체적인 안내가 이뤄졌다며, 공교육 강사 초빙이 어렵다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올해 공교육 강사를 초빙한 서울 자치구 가운데 종로구는 특히 ‘모범사례’로 언급할 만하다. 지난해까지는 사교육 강사를 초빙해 설명회를 진행했지만, 지난해 교육부의 공문을 받은 후 생각을 바꿨기 때문이다. 올해 종로구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입상담교사단의 일원인 윤상형 영동고 교사를 초빙해 설명회를 실시한다. 

설명회를 준비한 종로구 교육지원팀 관계자는 “수시와 정시 두 번의 설명회를 공교육 강사를 초빙해 진행하면서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며 “사교육 기관에서 하는 입시설명회도 들어봤지만 공교육 강사의 입시설명회도 충분히 경쟁력 있고 알찬 정보를 많이 제공한다”고 전했다.

지난해까지 사교육 강사를 초빙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지자체들의 상황을 대변하기도 했다. 종로구 관계자는 “대입 상담은 고교에서도 이뤄진다. 공교육이 아닌 사교육의 상담을 받길 원하는 학부모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사교육의 문제는 비용이 비싸다는 점이다. 관공서에서 비용을 들여 사교육 강사를 초빙하길 바라는 학부모들의 생각을 반영하는 지자체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