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경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고등직업교육연구소 연구위원(대구보건대 교수)

이희경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고등직업교육연구소 연구위원(대구보건대 교수)
이희경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고등직업교육연구소 연구위원(대구보건대 교수)

전문대·고등직업교육의 시작은 광복 이후 이승만 정부 시절 2년제 초급대학이었다. 박정희 정부는 전문학교 등을 전문대학으로 단일화했다. 전두환 정부는 전문대 학생 수를 7만5205명에서 24만2114명으로 3.2배나 증가시켰다. 노태우 정부는 전문학사학위 수여 제도를 실시했고, 김영삼 정부는 전문대 명칭 사용을 자율화했다. 김대중 정부는 전문대 재정 지원을 1700억원, 노무현 정부는 2120억원으로 증액했다. 이명박 정부는 ‘대학(college)’ 대신 ‘대학교(university)’ 명칭을 사용하도록 했다. 박근혜 정부는 NCS 기반 교육과정 개발과 운영, 대학 정원 6만여 명 감축 등을 시행했다. 문재인 정부는 대학 정원감축을 자율제로 실시하고 있다.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시절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 최저 0.92명 출산으로 학령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해 대학정원보다 입학자원이 부족하다. 내년에는 대학 입학정원보다 5만여 명, 2024년에는 12만4000여 명의 입학생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미 전문대는 지난해 입시 결과 133개교 중 77개교(57.8%)가 정원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대의 신입생 모집을 어렵게 만드는 또 다른 이유는 수도권 집중 현상이다. 지난해 12월 기점으로 우리나라는 전체 인구의 50%가 수도권에 집중한 국가가 됐다. 2017년 기준 GRDP(지역 내 총생산)의 51%, 사업체 수의 47%, 취업자 수의 50%, 연구개발투자비의 69%가 수도권에 몰려있다. 인구가 수도권에 집중되는 데 더해 학령인구도 수도권을 선호한다. 국립대·수도권·일반대를 학생·학부모가 선호하면서 사립·지방 전문대는 학령인구 감소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전문대 입학생 감소는 학교 재정의 주 수입원인 학생 등록금 감소를 가져온다. 재정부족으로 인한 교육투자 감소, 교육여건 악화, 유휴 시설·공간 증대, 폐교 등으로 이어진다. 전문대의 등록금 의존율은 2014년~2018년 기준 평균 65%로 높다. 우리나라 대학등록금은 국제적으로 높은 수준이지만, 정부 부담 고등교육비는 OECD 평균에 한참 못 미치는 상황이다.

고등교육비에 대한 ‘정부 대 민간’ 비율은 우리나라의 경우 37.6대 62.4다. OECD 평균은 66.1 대 32.8로 정반대다. 정부가 고등교육에 지출을 늘리지 않는 주요 원인은 사립대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전문대는 134개 대학 중 94%가 사립대다. OECD 평균 대비 우리나라 전문대의 학생 1인당 공교육비 비율은 46.6%로 매우 열악하다. 초등학교 128%, 중학교 119%, 고등학교 132%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전문대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은 경상비 지원이 아닌 장학금이나 사업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전문대의 교육비 환원율 평균 수치는 회계연도 기준 2017년 177.9%에서 2018년 180.4%로 높아졌다. 교육비 환원율이 높아지는 이유는 정부의 사업비 중심 지원인 대학기본역량진단이나 전문대학 기관평가인증, 특성화전문대학육성사업 등 각종 평가에서 정량지표로 다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대는 교육비 환원율 외에도 대학기본역량진단사업, 특성화전문대학육성사업 등 재정지원을 받기 위해 지난 11년간 등록금을 동결해왔다. 반값 등록금 정책과 입학금 축소·폐지로 전문대 재정은 악화일로다.

전문대에 지원하는 국가장학금 비율 기준도 대학들의 재정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 제3조(등록금의 면제·감액)에 의하면 “학교는 해당 학년도에 전체 학생이 납부해야 할 등록금 총액의 10퍼센트 이상에 해당하는 등록금을 학생에게 면제하거나 감액하여야 한다”고 정해져 있다. 하지만 재정지원사업에서의 평가기준은 15%로 제시되고 있으며, 매년 기준이 상승하고 있다. 

교육부는 전문대의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재원확보를 위해 소비자물가지수를 반영한 실질등록금 수준 등으로 등록금의 합리적 인상이 가능하도록 허용해야 한다. 초·중등 분야의 OECD 평균 학생 1인당 공교육비를 기준삼아 초과예산을 고등직업교육 분야 예산에 지원할 수 있도록 ‘고등직업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가 공약한 고등교육·평생교육·직업교육 중심의 육성이 가능하도록 전문대 평생직업교육 참여자의 내일배움카드와 평생교육바우처 활용에 전문대 프로그램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범부처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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