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 영향권 진입 본격화, 수능 지원자 감소… 50만명 밑돌아
경쟁률·합격선 하락 가능성 높지만 수능 강세 N수생 비율 ‘최대치’
높은 수능 결시율… 파급효과 커
전략의 핵심 ‘수시이월’ 인원 주목… ‘요행’ 금물·‘눈치싸움’도 피해야

사진=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김홍근 기자] 정시모집에 있어 ‘지원전략’의 중요성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수능이 끝나자 곳곳에서 대입 설명회가 열리며 ‘정보의 홍수’가 쏟아지고 있는 것도 지원전략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있기에 벌어지는 일이다. 현재 실시 중인 2021학년 대입, 그 중에서도 정시모집은 특히 변수가 많다. 늘어난 정시 규모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수능 지원자 축소, 수능 결시율 상승, 수시이월 인원 확대 전망 등의 변수를 잘 고려해 정시 지원전략을 수립해야 합격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 2021학년 정시, 1000여 명 확대…주요 대학 확대추이 두드러져 = 올해 대입의 가장 큰 화두는 ‘정시모집 규모 확대’다. 2020학년까지 일관되게 이어졌던 수시 확대 대신 2021학년부터는 정시 확대로 대입의 큰 방향이 전환됐다는 점에서다. 정부의 대입 개편안, 대입 공정성 강화방안 등에 따라 대학들은 2022학년 30%, 2023학년 40% 이상으로 정시모집의 중심축인 수능위주전형을 늘려야 하는 상황. 발 빠른 대처에 나선 대학들이 나오면서 정시모집은 2021학년부터 확대 추세로 돌아섰다.

올해 정시모집 인원은 8만73명으로 지난해 7만9090명보다 1000여 명 늘어났다. 이같은 정시 모집인원 확대 현상은 ‘주요대학’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서울권 11개 주요대학은 올해 정시모집에서 1만1171명을 선발한다. 이는 전년 대비 808명이나 많은 수치다. 이화여대는 2020학년 대비 169명 늘어난 1132명을 선발, 주요대학 가운데 가장 정시 확대폭이 크다. 이외에도 연세대가 148명, 고려대가 116명의 정시 확대를 예고했다. 11개 주요대학 가운데 정시 모집인원에 변화를 주지 않은 곳은 성균관대가 유일하다. 이미 한 해 전 정시 모집인원을 418명 늘렸기에 정시규모를 추가 확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권 15개 주요대학으로 범위를 확대해도 정시 확대 현상은 동일하게 관측된다. 15개 대학은 2021학년 정시에서 전년 대비 878명 늘어난 1만5016명을 모집할 예정이다. 정시 모집인원에 변화가 없는 건국대와 성균관대, 14명을 늘린 숙명여대, 각 4명을 늘린 서강대와 홍익대를 제외한 10개 대학은 모두 유의미한 수준의 정시 확대에 나섰다.

정시 모집인원이 늘어난 것은 ‘경쟁률’ 하락과 ‘합격선’ 하락 현상으로 이어지기 쉽다. 수험생 수가 큰 변동이 없는 경우에도 모집인원이 늘어나면, 경쟁률과 합격선은 동반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기 때문이다. 수험생들은 모집인원 확대라는 ‘변수’를 정시모집 지원전략 수립 시 필히 고려해야 한다.

■ 학령인구 감소…합격선 낮아질 가능성 있지만 N수생 주의해야 = 2021학년은 학령인구 감소폭이 상당히 큰 시기다. 올해 수능 지원자는 49만3433명으로 지난해보다 5만명 이상 줄며, 처음 50만명 밑으로 내려갔다. 비율로 보더라도 전년 대비 10%p 가량 줄어든 수치다. 재학생은 지난해 대비 4만7351명이 감소한 34만6673명이 지원했고 졸업생은 9202명 감소한 13만3069명이 지원했다. 정시 모집규모가 확대된 데 더해 이처럼 수험생 수까지 줄어들면, 경쟁률·합격선 하락폭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앞서 실시된 수시모집만 보더라도 경쟁률 하락 현상은 뚜렷하게 나타났다. 수능 지원자가 줄어든 정시모집에서도 경쟁률 하락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자’라 할 수 있는 학령인구는 줄어든 데 반해 모집인원 확대로 ‘문호’는 넓어졌기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경쟁률이 낮아지면서 전년도라면 합격권에 들지 못했을 점수들도 올해는 합격을 노려볼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서울 소재 주요대학의 정시 합격선도 낮아질 전망이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수험생 수 감소와 상위권 대학 정시모집 인원 증가 현상이 맞물리면서 지난해 합격선보다 낮은 성적을 지닌 수험생들의 지원이 가능해졌다. 그에 따라 정시 합격선은 다소 하락할 전망”이라며 “서울·수도권 집중 현상 심화와 경쟁률·합격선 하락에 따른 수험생들의 연쇄 이동이 영향을 끼치므로 적정 지원뿐만 아니라 상향지원·하향지원 대학의 모집인원 변화도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여기에도 또 다시 ‘변수’가 따라 붙는다. 재학생·N수생 모두 동반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N수생 비율은 정작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점을 눈 여겨 봐야 한다. N수생으로 분류되는 졸업생 가운데 수능에 지원한 인원은 13만여 명으로 지난해 대비 9000명 이상 줄었지만, 전체 수능 지원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0%에 육박할 만큼 커졌다. 단순 인원 수가 줄어든 것만 보고, ‘희소식’으로 받아 들여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N수생은 일반적으로 정시모집에서 승부를 보는 경향이 강하기에 수능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수능에 강세를 나타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상위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주요대학 정시모집 등에 N수생이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서울권 주요대학들이 대입에서는 상위권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짙기에 N수생들의 선택에 따라 학령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일부 주요대학의 경쟁률은 오를 가능성이 있다. 경쟁률이 오르는 경우 합격선이 도리어 오를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 ‘결시율’ 높아지면서 수시이월 확인 ‘필수’ = 올해 수험생들이 정시모집을 앞두고 유의해야 할 또 다른 점은 수능 결시율이 높다는 것이다. 올해 수능 결시율은 1교시 기준 13.17%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대비 1.65%p 높은 수치로 ‘역대 최고치’다.

결시율이 높다는 것은 수능에 실제 응시한 수험생 수가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능은 상위 4%에 1등급, 1등급 이외 상위 누적 11%까지 2등급을 부여하는 ‘상대평가’ 체제이기에 실제 응시생 수가 적어졌다는 것은 그만큼 상위 등급을 받기가 어려워졌음을 나타낸다. 전체 수험생이 줄면 상위 4%, 누적 11% 등 해당 등급에 위치하는 수험생 수도 그만큼 적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시율이 가져오는 ‘파급 효과’는 만만치 않다. 당장 수시모집에서 널리 활용되는 ‘수능최저학력기준’ 충족부터 쉽지 않게 만든다. 수시에서 수능최저에 발목을 잡혀 불합격하는 사례들은 정시모집에 뛰어드는 수험생이 늘어난다는 것을 뜻한다. 아울러 수능최저 미충족 인원이 늘어난 탓에 계획한 인원을 대학들이 뽑지 못하면 ‘수시이월’이 늘면서 정시 모집인원은 예상보다 더 많이 늘어나게 된다. 일부 입시기관은 이같은 연쇄 반응을 이유로 수능 결시율을 올해 대입의 ‘최대 변수’로 제시한다.

특히 수능 결시율은 재학생인 고3과 연관이 깊다. N수생은 정시모집을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기에 수능에 결시하는 경우가 적다. 대다수 수능 결시자들은 재학생 그룹에서 나왔다고 봐야 한다. 실제 응시자가 아닌 수능 원서접수를 한 지원자 기준 수치에서도 N수생 비율이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상황이다. 수능 결시인원 상당수가 재학생이라는 것은 실제 정시모집에서 N수생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높아질 것임을 예상케 한다. 고3 입장에서는 ‘설상가상’이란 표현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문제는 걱정만 하고 있기에는 시간이 없다는 점이다. 정시모집은 이미 코앞까지 다가왔다. 23일 발표되는 수능 성적표 확인을 시작으로 정시모집이 본격 시작된다. 가채점 성적과 실제 성적 간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닌지를 먼저 확인하고, 실제 수능성적을 바탕으로 지원전략을 가다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다.

또한 원서접수 이틀 전인 내년 1월 5일과 6일 집중적으로 발표될 수시이월 인원을 반드시 파악해야 한다. 모집인원 변화에 따라 합격선과 경쟁률은 요동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수시에서 충족하지 못한 선발 인원을 정시로 이동해 모집하는 ‘수시이월’은 주로 중복합격, 수능최저 미달 등으로 인해 발생한다. 수시에 이미 합격해 정시에 지원할 수 없지만, ‘빠른 N수’를 노리고 등록을 포기하는 수시이월도 간혹 있다.

지난해 서울권 15개 주요대학의 수시이월 인원은 1400여 명이었다. 현재 15개 대학의 정시 모집인원은 1만5016명. 수시이월이 지난해 수준만큼만 나오더라도 이들 대학의 정시 모집인원은 1만6000명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5년간 이들 대학에서는 2016학년 1450명, 2017학년 1679명, 2018학년 1854명, 2019학년 1508명, 2020학년 1423명의 수시이월이 나왔다.

특히 올해는 수시이월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해다. 높은 결시율로 인한 큰 폭의 수능 응시자 감소, 수능최저 미충족 가능성 상승 등이 이미 관측된다는 점에서다. 학과별 최종 정시 모집인원을 반드시 확인함으로써 자신이 지원하려는 모집단위에서 수시이월이 얼마나 발생했는지를 지원전략 수립 시 참고해야 한다.

■ ‘예측’보단 ‘전략’으로 정시 임해야 = 정시도 수시와 마찬가지로 여러 변수를 고려한 후 자신만의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이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의 모집요강을 꼼꼼히 살피고, 가채점 점수와 지난해 입시결과 등을 바탕으로 합격 가능성을 예측해 봐야 한다.

정시 지원 시 가장 피해야 할 것은 ‘요행’을 바라는 것이다. 수치로 드러난 결과를 자신의 입맛에 맞게 해석한다거나 경쟁률 추이를 섣불리 예측해 지원하는 것은 금물이다. 상향지원은 ‘패’, 하향지원은 ‘승’, 적정지원은 ‘무’로 각각 설정해 이를 조합하는 것에서부터 지원전략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다.

‘눈치싸움’은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 마감 직전 공개되는 경쟁률을 기반으로 과감히 지원하는 눈치싸움은 어디까지나 ‘안정권 대학’이 있다는 가정 하에서나 쓸 수 있는 전략이다. 여타 2개 모집군을 통해 확실히 합격할 수 있는 전략을 세운 경우가 아니라면 눈치싸움은 결국 ‘도박’과 같은 요행에 지나지 않는다. 마감 직전 경쟁률이 낮은 학과에 지원자가 대폭 몰려 정작 최종 경쟁률은 높게 형성되는 경우도 빈번하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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