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별 모집 요강 철저한 ‘분석’… 학생부 폐지 수능 100% 반영↑
수능 영역별 반영 비율 확인 필수… 선택과목별 가산점도 체크해야
모집단위·모집군 변화에 ‘주의’… 표준점수·백분위 유·불리 판단
안정·적정·소신 병행 지원 중요… 유리한 성적조합 찾아 지원해야

(사진=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김홍근 기자]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은 대입에서도 유효하다. 수능은 이미 끝났다. 원하는 점수를 얻었다면 좋겠지만, 얻지 못했더라도 이제는 정시모집을 대비해야 하는 시점이다. 실제 수능성적을 기반으로 ‘내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물론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이 과연 어떤 방식으로 선발을 진행하는지도 면밀히 파악해야 하는 때다. 수능이 끝난 시점에서 승패를 가르는 것은 ‘면밀한 대입전략 수립’에 달렸다.

자신이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의 정시모집 요강을 지난해와 비교하며 분석하고, 영역별 반영 비율, 반영 지표 등을 모두 확인하는 것은 상당한 노력을 요한다. 해마다 대입의 ‘변수’는 달라지기 마련이며, 대학마다 다른 모집요강을 분석해 유리한 대학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주요대학을 중심으로 대학들이 2021학년 정시모집에 어떤 변화를 줬는지, 모집단위·모집군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승·무·패 전략을 어떻게 짜는 것이 바람직할지 등부터 하나씩 해결해 나가야 한다.

■ 수능 100% 선발 늘어…가산점 확인도 ‘중요’ = 2021학년 정시모집의 특징 중 하나는 수능 100%로 선발하는 대학이 늘었다는 점이다. 서강대가 2020학년부터 학생부 10% 반영을 폐지하고 수능 성적만으로 합격자를 가리기 시작한 데 이어 2021학년에는 건국대와 동국대가 수능 100% 반영으로 전형방법을 변경했다. 이로써 서울권 주요대학은 한양대와 일부 학과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수능 100% 선발 방식을 적용하게 됐다.

학생부를 일부 반영하더라도 수능의 중요도가 높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학생부를 반영하는 경우에도 수능 반영비율이 80% 이상으로 높게 설정돼 있기 때문이다. 다만 수능 반영비율이 전년 대비 확대된 경우에는 합격선이 높아질 가능성이 내포돼 있다는 것을 수험생들은 기억해야 한다.

대학별 수능 영역별 반영비율은 필히 확인해야 하는 부분이다. 선호도가 비슷한 대학들 중에서 어느 대학을 지원해야 할지 고민이 있는 경우라면, 자신이 잘 본 과목의 반영비율이 높은 대학을 선택하는 것이 효율적인 지원전략 수립 방법이라는 점에서다.

서강대의 경우 2021학년 들어 전 계열의 수학 반영 비율을 46.9%에서 45.2%로 소폭 줄였다. 국어 35.5%, 수학 45.2% ,탐구 19.3%를 반영하며, 영어와 한국사는 등급에 따라 가산점을 준다. 국어·탐구 반영 비율을 높였지만, 여전히 서울권 주요대학 중에서는 수학 반영 비율이 높은 대학에 속한다.

2020학년 국어 반영비율을 확대했던 한국외대는 2021학년 들어 국어의 비중을 30%로 줄였다. 국어·수학 각 30%, 영어·탐구 각 20%로 국어에서 5%를 줄인 반면, 영어에서 5%를 늘렸다. 지난해 국어 확대와는 정반대 기조다.

탐구영역을 중시하는 대학도 있다. 3개 영역을 반영하는 성균관대와 중앙대 자연계열, 4개 영역을 반영하는 한양대의 경우 탐구 영역의 반영 비율이 높은 편이다. 성균관대와 중앙대 자연계열은 탐구영역 반영비율이 35%로 국어보다다 높다. 한양대는 인문계열의 경우 사탐과 국어 비중이 30%로 같지만, 자연계열의 경우 과탐 반영비율이 35%로 20%인 국어보다 크다.

영어는 절대평가 시행 이후 날로 비중이 축소되는 추세다. 건국대·경희대·한양대는 영어 반영 비율이 10% 내지 20%로 결코 크지 않다. 영어 1등급만 합격 가능토록 하는 ‘정시 수능최저’를 뒀던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도 영어 관련 제한을 폐지하며, 이같은 흐름에 동참했다.

하지만, 영어는 의외로 정시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반영비율이 높다거나 등급 간 점수격차가 큰 경우 영어가 ‘복병’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등급 간 점수 차이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지만, 본인의 영어 등급이 좋지 못한 경우 생각보다 큰 불리함을 떠안는 경우가 있으므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선택과목에 따른 가산점도 필히 체크해야 하는 부분이다. 수능 응시영역을 별도 지정하지 않더라도 특정 영역에 대한 ‘가산점’이 있어 실제로는 수능 응시영역이 정해져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대학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서강대는 계열이나 수능 응시영역에 상관없이 지원할 수 있도록 한 대학이지만, 수학 가형에 표준점수 10% 규모 가산점을 부여한다. 때문에 나형 응시자가 서강대 자연계에 지원해 합격하기란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가형 응시자 대비 110%의 성적을 거둬야 동등한 위치에 선다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수능에서 만족할 만한 성적을 받지 못했다면, 일부 영역만 반영하는 대학을 찾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일부 대학은 학과별 특성에 따라 2개 영역 이하를 반영하기도 하며, 국어·수학·영어 가운데 가장 성적이 좋은 영역 1개를 반영하고 추가로 탐구를 반영하는 등의 방법을 쓰기도 한다. 특정 영역의 성적이 우수하다거나 영역별 성적 차이가 큰 수험생에게는 합격 가능성을 대폭 높일 수 있는 기회다.

■ 모집단위·모집군 변화 연쇄 영향…경쟁 대학도 확인해야 = 수험생들은 모집단위나 모집군의 변화도 민감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특히 올해는 자세히 들여다 보면 ‘신설학과’가 꽤 많다. 올해 4월 교육부에서 발표한 ‘미래 첨단 분야 인재양성 학과 개편’에 따라 ‘첨단학과’를 만든 대학이 많기 때문이다. 올해 신설된 첨단학과들 중에는 인공지능(AI)·반도체·빅데이터 등 첨단학문 기반 융합형 학과들이 많다. 첨단학과가 아니더라도 4차 산업혁명 등 변화하는 시대상에 발맞추고자 자발적인 학제 개편을 통해 학과를 신설한 대학들도 존재한다.

문제는 ‘정보’가 없다는 점이다. 올해 처음으로 신입생을 모집하기에 예년의 ‘입시결과’가 존재하지 않는다. 경쟁률은 어떻게 형성될지, 합격선은 어느 정도일지 등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수시모집에서 선발이 진행된 경우라면 해당 대학 내에서 첨단학과 등이 차지하는 위치를 통해 정시모집에서의 합격선을 미뤄 짐작해볼 수 있겠지만, 이 역시 정확한 예측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취업이 보장되거나 전도유망한 학과의 경우 상대적으로 합격선이 높게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지원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학과는 예년과 동일하지만, 모집군이 달라지는 경우도 정시에서는 큰 ‘변수’다. 모집군이 달라지는 경우 입시결과가 예년과 사뭇 다르게 나오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점에서다.

올해 서울권 주요대학 중에서는 중앙대가 사회과학대학의 모집군을 나군에서 가군으로 이동시켰으며, 한국외대도 경영학부 모집군을 나군에서 다군으로 옮겼다. 성균관대는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반도체시스템공학과·소프트웨어학과·건설환경공학부를 가군에서 나군으로 변경하고, 글로벌리더학과와 자연과학계열은 나군에서 가군으로 모집군을 이동하는 등 모집군 변화의 폭이 상당하다. 자연과학계열이 가군으로 이동하면서 공학계열과 자연과학계열의 모집군이 겹치게 된 것이 변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주요대학은 아니지만, 한국교원대가 모집군을 나군에서 가군으로 전부 옮긴 것도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특히 초등학교 교사가 되기 위해 ‘교대 지원’을 염두에 두는 수험생이라면 한국교원대의 모집군 변경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간 초등교육과는 이화여대 외에는 전부 나군 모집이었다. 2021학년 한국교원대가 모집군을 변경하면서 원서접수 시 남학생도 가·나군을 모두 초등교육과로 채울 수 있게 되는 등 선택지가 다소 늘어나게 됐다.

이같은 모집군의 변화는 경쟁 대학에 연쇄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자신이 진학을 희망하는 대학·학과는 모집군이 그대로더라도 ‘경쟁 대학’의 모집군이 달라지는 경우 합격선·경쟁률 등이 예년과는 다른 경향을 띨 수 있다.

■ 수도권 주요대학 다수 ‘표준지표’ 활용…유리한 지표 확인 지원 = 마지막으로 수험생들이 주의를 기울여야 할 부분은 ‘대학별 반영지표’다. 일반적으로 대학들은 3가지 경우의 수를 활용한다. △백분위만 활용하는 경우 △표준점수만 활용하는 경우 △백분위와 표준점수를 함께 활용하는 경우다. 다만 이 중 표준점수만 활용하는 경우는 상당히 드문 편이다. 대부분의 대학은 표준점수와 백분위를 섞어 활용하며, 이 경우 국어·수학 등은 표준점수, 탐구는 백분위 기반 변환표준점수를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

이같은 대학별 반영지표 차이는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어떤 지표를 활용하는 대학을 선택하는지가 당락을 결정하는 갈림길이 될 수 있다. 23일 발표되는 실제 성적을 분석해 자신의 성적이 어느 것을 반영할 때 보다 유리한지를 파악해 둬야 한다.

둘 다 상대평가 체제에서 나오는 점수지만, 이처럼 유불리 문제가 생기는 것은 표준점수와 백분위가 일대일로 대응하지 않는다는 데서 출발한다. 하나의 백분위에 여러 표준점수가 모여 있는 경우 백분위만 적용했을 때는 동등한 점수로 여겨지지만, 표준점수 활용 시에는 등수가 명확하게 나뉜다.

수도권 주요대학의 활용지표를 살펴보면 백분위만 활용하는 대학은 경기대·국민대·단국대·서울여대·성신여대·숙명여대·인천대·한국산업기술대·한성대 등이다. 변환표준점수를 활용해 두 지표를 모두 반영하는 대학은 가톨릭대·건국대·경희대·고려대·광운대·동국대·서강대·서울대·서울시립대·성균관대·세종대·숭실대·아주대·연세대·이화여대·인하대·중앙대·한국외대·한양대 등이다. 표준점수 지표만 사용하는 대학으로는 상명대와 서울과학기술대 등이 있다.

■ ‘상향’ ‘적정’ ‘안정’ 조합 중요…N수 늘어날 가능성도 = 정시모집에서 수험생은 일반적으로 가군·나군·다군에서 1회씩 총 3회의 기회를 보유한다. 다만 서울권 주요대학들의 모집단위는 주로 가군과 나군에 몰려 있다. 다군에서 선발을 진행하는 주요대학은 건국대·중앙대·한국외대 등으로 그 수가 많지 않다. 다군은 이처럼 주요대학들이 많이 포진해 있지 않다 보니 합격선이 높게 형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전문가들은 세 번의 기회뿐인 정시모집에서는 가·나·다군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고 입을 모은다. 합격 가능성이 낮음을 뜻하는 ‘상향지원’, 합격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음을 뜻하는 ‘적정지원’, 합격가능성이 높음을 뜻하는 ‘안정지원’을 어떻게 조합할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재수험’에 뛰어들 것인지 여부도 생각해 볼 문제다. ‘N수’를 감안하더라도 자신이 희망하는 대학에 무조건 진학해야겠다는 생각이 크다면, 상향지원에 보다 무게를 둔 지원전략을 쓰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일 것이다. 다만 이런 경우에도 상향지원 3개로만 모든 원서를 꾸리는 ‘3패’ 전략은 사실상 기회를 완전히 버리는 것이기에 피하는 것이 좋다. 적정지원 1개에 상향지원 2개를 더하는 ‘1무 2패’ 전략이 보다 바람직하다.

반면 올해 무조건 ‘승부’를 보겠다는 생각이 더 크다면, 상향지원보다는 안정지원에 보다 무게를 두고 지원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승무패’에 대한 판단이 정확하다는 가정 하에 ‘1승 1무 1패’ 전략을 쓰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2승 1무’나 ‘2승 1패’도 고려해봐야 할 전략으로 보인다. 단 모든 원서를 안정지원으로만 채우는 ‘3승’ 전략은 기회를 ‘낭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에 추천하기 어려운 방법이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정시 지원 시에는 수험생들의 지원패턴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슷한 성적대 학생들이 가·나·다군에서 어떤 대학과 학과에 지원하는지 면밀히 살펴보고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며 “나와 다른 학생들의 지원 패턴을 이해해야 합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을 남겼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