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아 오산대 디지털콘텐츠디자인과 교수
교회 로고 제작서부터 ‘재능나눔’ 시작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 ‘ICK’ 평생직업교육발전협 ‘COLIVE’ 등 로고 제작
논리적 시각화 디자인 설계 항상 고민
자신 없는 것 지워보니 ‘디자인’의 길로

​정수아 오산대 디지털콘텐츠디자인과 교수.(사진= 이중삼 기자)
​정수아 오산대 디지털콘텐츠디자인과 교수.(사진= 이중삼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중삼 기자] “재능나눔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렸을 때부터 ‘친절하라’ ‘양보하라’ ‘인사하라’라고 배웠다. 교수가 가진 아주 작은 재능들을 하나의 친절로, 인사로 나눈다고 생각하면 좀 더 편한 마음으로 재능나눔에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정수아 오산대 디지털콘텐츠디자인과 교수의 재능나눔은 자신이 다니는 교회의 로고를 제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처음부터 이를 재능나눔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도울 수 있는 일을 하다 보니, 어느새 재능나눔을 하고 있었다고 고백했다.

정 교수는 꾸준히 재능나눔을 실천해온 인물이다. 한국전문대학기획실처장협의회와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발전협의회,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등 여러 단체의 로고를 도맡아 제작했다. 정 교수는 “스스로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고, 위로하게 되는 좋은 일”이라고 했다.

최근 그는 ‘전문대학평생직업교육발전협의회(COLIVE)’가 추진하고 있는 ‘전문가 재능나눔 캠페인’에도 동참했다. 지역 재능나눔 전문가를 발굴하고 이들의 활동을 지원해 지역발전을 유도하는 캠페인에 보탬이 되고자 한 것이다.

이렇듯 재능나눔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정 교수를 9일 오산대에서 만났다. 정 교수가 생각하는 ‘재능나눔’이란 무엇인지, 또한 앞으로 그의계획은 어떻게 그리고 있는지를 들어봤다.

■ 재능나눔의 시작…‘선의’ = 정 교수의 첫 재능나눔은 단순히 ‘선의’에서부터 비롯됐다. 정 교수가 오산대 기획처장으로 있었을 때 전문대학기획실처장협의회 회장이었던 박주희 회장이 협의회 로고를 제작해 줄 사람을 찾았고, 이를 흔쾌히 맡겠다고 한 것이다. 이후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단 단장을 맡게 된 정 교수는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발전협의회 로고 역시 직접 제작하게 됐다.

20주년을 맞이한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가새로운 로고를 필요로 했을 때에도 정 교수는 선의를 계속 이어갔다. 이와 같은 인연으로 정 교수는 최근 전문대학평생직업교육발전협의회 로고까지 제작하게 된 것이다. 그는 “처음엔 재능나눔으로 시작한 일이 아니었다. 할 수 있는 것을 돕다 보니, 결국 재능나눔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대와 관련된 여러 단체의 로고를 제작하면서 정 교수의 명성은 나날이 커졌다. 최근 제작한 ‘K-Club’ 로고도 정 교수의 결과물이다.

K-Club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98개 우수 중소·중견기업(매출 150억원 이상)의 패밀리기업들이 별도 사단법인을 구성해 운영하는 단체다. 정 교수는 “전문대, 우수 중소·중견기업들의 상생을 위해 K-Club 로고를 제작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전문대 교수로서 나부터 잘해야 전문대와 K-Club의 협력이 더 잘 될 것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 시각디자인은 ‘논리’다 = 정 교수는 ‘시각디자인’을 ‘논리’라고 정의했다. 그는 “시각디자인은 예술적인 감각보다 논리에 가깝다. 대상을논리적으로 시각·언어화하는 과정이 시각디자인이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디자인을 어떻게 하면 논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를 항상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전문대학평생직업교육발전협의회 ‘COLIVE’ 로고 디자인에 대해 설명했다. ‘CO’의 모양은 ‘함께’라는 뜻을 가질 수 있도록, 손을 잡아 서로의 관계가 지속되기를 원하는 의미와 무한대의 표현을 함께 담았다. COLIVE의 형태는 사람들이 손을 잡고 춤을 추는 모습의 칸딘스키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다. 보라색에서 핑크색, 주황색에 이르기까지 색깔은 그라데이션을 이용해 표현했다. 이들이 함께할 때 서로 다른 색이 아름다운 하나의 시너지가 연결돼 ‘나눌 수 있고’ ‘사회에 공헌’하도록 하는 협의회의 이념을 담아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 “못하는 것 지워나가다 보니 ‘시각디자인’ 길걷게 돼” = 정 교수가 처음부터 ‘시각디자인’에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중학교 때 막연하게 ‘미술을 공부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서울예술고등학교를 진학했다. 1학년 때 동양화·서양화·조각·디자인 등 4가지를 배운 뒤 2학년이 되면 하나를 전공으로 선택하게 된다. 정 교수는 “디자인이 좋아서 선택한 것이 아니라, 자신 없는 것을 하나씩 지워나가다가 보니, 남는 게 디자인이었다”고 말했다.

대학도 마찬가지였다. 서울대에 입학한 정 교수는 시각디자인·제품디자인·도자기공예·금속공예 등 4가지를 1학년 때 배웠다. 2학년이 되면서 하나씩 지워나가다 보니, 시각디자인이 남아 선택하게 됐다. 자신이 원하는 전공을 택한 것은 아니었지만, 일단 발을 들이게 된 분야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열심히 배워 실력을 쌓았다.

그는 “학생들에게 꼭 말해주는 것이 있다. 진로에 대해 부담감을 갖지 말라는 것”이라며 “길을 가다보면, 하고 싶은 것이 생긴다. 나 역시 처음부터 꿈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어쩌다 보니,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게 됐다. 지워가다 보면, 진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자신의 고정관념을 깨버린 제자에 대해 말을 이었다. 정 교수는 그 제자를 ‘진정한노력파’라고 표현했다.

“사실 ‘디자인’은 재능이 있어야 가능한 분야라고 생각했습니다. 노력만으로는 할 수 없는 분야라고 봤죠. 하지만 한 학생을 만나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그는 정말 실력이 형편 없었던 학생이었어요. 과제를 내줄 때는 보통 2~3개의 과제를 던져주는데, 그 학생이 제출한 과제를 하나하나 지적해주는 것도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1년 만에 그 학생은 다른 사람이 돼 있었습니다. 지적을 받을 때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 결과였지요. 이 때 편견을 버리게 됐습니다. 재능이 없어도, 노력만으로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젠 학생들의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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