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원 숭실대 기획평가팀장

오세원 숭실대 기획평가팀장 
오세원 숭실대 기획평가팀장 

‘학생 성공(student success)’ ‘학생 중심(student centered)’이라는 두 단어가 요즘처럼 가슴 깊이 와 닿은 때는 없었다.

2021학년도 개강을 앞둔 대학가 초미의 관심사는 ‘등록률’이다. 일부 수도권 대학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학들은 예외 없이 신입생 등록률을 채우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학 등록률에 화들짝’ ‘위기가 현실로, 대학 등록률 비상’ ‘대학 신입생 정원 미달 현실화 우려’ 등 선정적인 제목의 기사들이 불안감을 대변해주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교육부 집계에 따르면 입학 가능 학생이 2020년 47만9000여 명에서 2021년 42만1000여 명으로 전년 대비 5만8000여 명 감소했다. 각 대학 신입생 모집 정원의 합을 49만여 명이라고 본다면, 입학정원 2000명인 대학 34개교 가량이 단 한 명의 학생도 모집하는 못하는 극단적인 상황이다. 현실적이지는 않은 얘기지만, 대학의 입장에서 학생 한 명 한 명이 더 소중해지는 이유다.

더욱더 우려스러운 것은 교육부 집계 자료를 보면 향후 4년 뒤인 2024년에는 입학 가능 학생이 올해보다 무려 4만8000여 명 추가 감소한다. 입학정원과의 차이는 무려 11만7000여 명에 달한다. 단기간에 발생하는 24% 감소를 어떻게 대응해 극복할지 걱정부터 앞선다.

재학생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2020학번은 유례없는 코로나19라는 외부변수로 대학입학과 동시에 비대면 학습에 직면했다. 신입생 OT, 학과 MT, 동아리 활동, 미팅, 캠퍼스의 낭만, 교수·선배와의 토론은 ‘응답하라 1988’과 같이 드라마에 나오는 먼 나라 속 얘기가 돼 버렸다. 학습 외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교과 학습에서도 전공 교육과정 이수를 어떻게 해야 할지, 교양과목 이수는 어떻게 해야 할지, 진로 설계는 어떻게 해야 할지 등 어느 하나 쉽게 도움 받을 곳이 없다. 시대 상황을 반영한 모 대학의 학습지원 콜센터 운영이나 AI 선배(이수 과목 설계) 등 새로운 형태의 지원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졸업을 앞둔 재학생의 고민은 깊기만 하다. 고용시장이 얼어붙어 있을 뿐만 아니라 채용구조도 공채보다는 수시채용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준비가 다소 부족한 고학년 학생들은 고육지책으로 ‘휴학’을 선택하기도 한다. 이마저도 아르바이트 부족, 해외연수 기회 획득의 어려움으로 인해 선뜻 선택하기 쉽지 않다.

대학은 신입생, 재학생, 휴학생 등 모든 학생의 어려움을 보살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어려움을 타개하려는 방편으로 ‘학생 중심’ ‘학생 성공’이라는 단어들이 최근 들어 크게 주목받고 있다. 대학들은 취업만이 아닌 자기성장, 취업, 진로, 성취 등을 포괄하는 ‘성공’이란 개념 아래 ‘학생 성공’을 위한 맞춤형 ‘학생 중심’ 체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매년 말로만 해 왔던 ‘학생 중심’이란 단어가 선언적 의미가 아닌 실질적 동행의 의미로 와 닿고 있다. 간절함마저 느껴진다. 대학평의원회, 총장 선거 등 대학의 중요한 결정에 학생을 포함시키기도 하며, 교과과정위원회에 학생을 포함하는 등 교과·비교과 전반에 걸쳐 학생과 동행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도입하기에 이르고 있다.

이제 며칠 뒤면 2021학년도가 시작된다.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캠퍼스에서 신입생들의 모습을 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경험하고 훈련돼 있어 혼란이 덜 하겠지만, 그래도 우려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대학들은 대학 생활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학생이 절반(折半)에 이르는 또 다른 초유의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 절반의 학생들을 위해 더 면밀하게 ‘학생 중심’ 체계를 구축하고, 구성원 모두가 ‘학생 성공’을 위해 매진할 때다. 절반의 반올림은 곧 전체이기 때문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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