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열 고려대 연구기획팀장

유신열 고려대 연구기획팀장
유신열 고려대 연구기획팀장

“대저 성심(成心)을 따라 그것을 스승(師)으로 삼는다면, 그 누군들 스승이 없겠는가? 어찌 반드시 변화를 알아 마음을 스스로 선택하는 사람만이 성심이 있겠는가? 우매한 보통 사람들도 이런 사람과 마찬가지로 성심을 가지고 있다. 만약 마음에 아직 성심이 생기지 않았는데 시비를 따진다면 이는 ‘오늘 월(越)나라에 갔는데 어제 도착했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이것은 없는 것을 있다고 하는 것이다. 만약 없는 것을 있다고 한다면 비록 신묘한 지혜를 발휘했던 우(禹)임금이라도 알 수 없을 것이니, 난들 유독 이를 어찌할 것인가.”

장자(莊子)의 ‘제물론’에 나오는 성심 이야기다. 여기에는 세 유형의 사람이 등장한다. 성심이 생기지 않은 사람, 우매한 보통 사람, 반드시 변화를 알아 마음을 스스로 선택하는 사람이다. 이를 각각 미성(未成), 우성(愚成), 지성(知成)이라고 한다면 조직 구성원 각자의 성심은 이 세 유형 중의 하나로 분류될 수 있다.

개인적 삶에서 각자의 성심은 독립적이고, 그가 어떤 성심을 가지고 있건 타자와 관계하지 않으면 조직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조직은 개인적 삶과는 달리 구성원의 성심이 서로 깊이 연관돼 있고, 세 가지 성심은 업무와 결합해 결과를 만들어 낸다. 조직은 어떻게 성심을 관리해서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을 것인가?

첫 번째는 미성을 가려내는 일이다. A에 대해 알지 못하거나 논의에 참여할 수준이 되지 않는 사람이 A에 참여하게 되면 전혀 논리에 맞지 않는 주장을 하고 명백한 거짓을 사실인 것처럼 말해도 진실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하지만 조직에서 미성 여부를 가늠하기란 굉장히 어렵다. 그 사람의 소속이나 지위, 담당 권한 등이 상대방의 판단을 흐리게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관련 부서에 근무한다는 이유로 회의에 초대돼 전혀 모르는 주제임에도 자리에 앉아 상대방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마치 그 분야의 전문가인 것처럼 충분히 행세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신뢰할 수 없는 정보와 주장이 뒤섞여 그 회의는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성심의 관리 두 번째 단계는 특정한 성심을 절대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우성을 적절하게 관리하는 일이다. 조직에는 각자의 주장이 있고 그 주장은 조직의 상황이나 가치판단에 따라 옳고 그름 또는 최선과 차선으로 나뉘어 활용돼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맹목적인 우성만 있다면 모든 상황이 꼬이고 고집불통의 주장만 남게 된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변화를 알아 마음을 스스로 선택하는 사람’ 즉 지성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조직 전체에서 지성의 비율은 언제나 소수에 속한다. 그리고 다수의 우성과 소수의 지성 논쟁에서는 우성의 주장이 채택될 확률이 훨씬 더 높다. 지성은 우성의 주장까지 품어 받아들이려 하지만 맹목적인 우성은 지성을 이해하지 못할 뿐더러 조직적인 거부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직은 구성원 개인의 성찰에만 기대해서는 안 된다. 지성이 상황을 주도해서 큰 눈사람을 만들 수 있도록 구체적인 관리 방안을 마련해 줘야 한다. 이것이 성심의 관리 세 번째 단계다. 성심은 관계역량이다. 우성이든 지성이든 누구나 자신의 두 손으로는 겨우 작은 한 움큼의 눈 뭉치만을 만들 수 있다. 우성은 여기까지가 전부다. 하지만 지성의 힘은 그 한 움큼의 눈을 굴려서 큰 눈사람을 만들어 낸다. 작은 화두 하나에서 출발해 구성원 각자의 능력을 받아들이고 보태서 큰 성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이처럼 성심의 유형에 따라 결과의 차이는 크게 달라진다. 따라서 성심 역량은 조직의 성과를 축소 또는 확대하는 지수와 같은 역할을 한다. 조직은 이 점을 잘 활용해야 한다. 구성원 각자의 성심을 파악하고 그 성심과 업무를 최적화하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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