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3주기 대학혁신지원사업 평가의 해다. 대학혁신지원사업은 정부재정지원 사업 중 가장 규모가 큰 사업이다. 재정난에 허덕이는 대학 입장에서 정부 재정지원은 가뭄 끝에 단비와 같다. 특수목적 사업이 아니기에 대학이 자율적으로 사업계획을 수립, 추진할 수 있게 했다. 대학 스스로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교육과 연구, 산학협력 등 전 분야에 걸쳐 혁신과제를 추진하게 한다. 이에 대한 성과 관리도 철저하다. 대학별로 자체성과와 중장기적 성과지표를 설정해 학생 창의역량과 교수의 교육, 연구역량을 제고하는 데에도 힘쓴다.

본래 대학혁신지원사업 창의인재를 양성하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사업목적에도 “국가 혁신 성장의 토대가 되는 미래형 창의인재 양성체제 구축을 지원”하는 데 있다고 명시돼 있다. 창의인재 양성체제 구축에 방점이 찍힌 것이다. 창의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정책 당국의 의지가 읽혀지는 대목이다. 2주기 사업을 진행하면서 3주기를 대비하는 대학은 ‘창의인재 양성 체제 구축’에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는지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한편에서는 ‘창의인재 양성이 과연 사업을 통해 가능할까’라는 본원적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창의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체제 구축에 들어가는 재정적 요소를 감안할 때 정부의 재정지원사업은 매우 중요한 지지대가 됨을 부인할 수 없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상은 ‘창의융합형 인재’다. 문제는 이런 인재를 찐빵 찍어내듯이 양산할 수 없다는 데에 있다. 무언가 획기적인 변화가 요구된다. 혹자는 이를 ‘창조적 파괴’ ‘파괴적 혁신’이라 부르기도 한다. ‘혁신’은 ‘패더라임 전환’과 상통한다. 코로나19 확산이 초래한 교육 패러다임 전환은 확연하다. 혁신의 기회다.

다만 현행처럼 정해진 지표와 성과 평가 틀내에서 과연 창의인재 양성을 위한 획기적인 대학 체제 혁신안이 나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창의성은 다양성, 자유분방, 기존의 틀 깨기와 같은 비정형적인 영역에서 소중하게 그 꽃을 피우기 때문이다.

창의인재의 핵심요소는 ‘창의성’이다. 인간의 창조성이란 극소수의 천재들에게만 주어진 선천적 재능일까, 아니면 후천적인 교육과 환경에 의해 길러진 능력일까. 답은 크게 ‘개인특질론’과 ‘사회문화체제론’으로 대별된다. 개인특질론은 창의성을 개인이 선천적으로 타고난 자질로 본다. 이에 반해 사회문화체제론은 사회문화적 요소로부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본다.

다중지능이론의 창시자 하워드 가드너(H. Gardner)는 《창조성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서 ‘창조적 능력’을 선천적인 아이큐(IQ)나 예술 재능으로 한정해 이야기해 왔던 것을 지적했다. 그는 창의성은 아이큐와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다. 아이큐와 이큐(EQ)는 개인의 지적·정서적 능력을 표시하는 것일 뿐 창의성과는 특별히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창조적 인물은 선천적 특성만의 산물이라기보다 그에 상응하는 ‘교육경험’과 ‘사회적 조건’이 구비될 때 나타날 수 있다.

창조성을 이야기할 때 자주 거론되는 것이 우리나라 사람과 유태인의 아이큐 비교다. 유태인은 우리나라 사람보다 아이큐가 낮은데 어떻게 다수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가. 이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유태인 특유의 학습방법인 하부르타 교육방식을 꼽는다. ‘인간관계’보다 ‘과제중심’으로 보는 그들의 문제접근 방식에서 찾고 있다.

인간의 창의성은 특정 사회문화적 토양에서 끊임없는 배움과 학습의 과정을 통해 획득되고 확장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사회문화적인 체제가 중요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가드너가 주장했듯이 창조적 인물은 선천적 특성만의 산물이라기보다 그에 상응하는 교육경험과 사회적 조건이 구비될 때 나타날 수 있다. 창의인재 양성을 위해 대학혁신을 꿈꾸는 대학당국이 경청할 대목이다.

창의력을 가진 인재는 10만 시간의 법칙에 따라 상당 기간의 몰입과 절정, 그리고 학습을 필요로 한다. 자신의 강점이 무엇인지를 알게 하고, 자신이 배우는 학습의 내용이 실생활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적 가치가 있음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 대학교육은 이렇듯 변화해야 하는 것이다.

훔볼트가 말한 ‘학습은 연구를 매개로 이뤄져야 한다’는 대학의 이념은 아직 유효하다. 대학이 창의융합형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는 기존 관념과 방법에 창조적 파괴라는 메스를 가해야 한다.

창의인재 양성에 필요한 대학 내 구조와 시설뿐 아니라 교수들이 가르치는 내용, 방법의 변화에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대학 사회의 재구조화, 혁신에 대학혁신지원사업이 촉매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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