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구 부산외대 총장

김홍구 부산외대 총장
김홍구 부산외대 총장

설마 하던 지방대학 붕괴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2021학년도 대학입시 경쟁률이 그 우려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부산지역 대학의 평균 정시경쟁률은 입학정원 확보의 상징적 경쟁률인 3 대 1 미만이었다. 추가모집의 경우 서울 및 수도권 소재 대학들은 50 대 1 에 육박하는 경쟁률을 보인 반면 경쟁률이 미달인 대학들은 대다수 지방 소재 대학이다. 정부나 지자체가 보이는 모습은 한가롭기만 하다. 제대로 된 대안이나 정책을 연구하고 시행하려는 시도는 눈에 띄지 않는다.

부산외대 캠퍼스 이전을 단행했던 2014년 이후 오랜만에 옛 대학 캠퍼스 부지를 방문했다. 아무런 미동도 느껴지지 않는 거리, 굳게 닫힌 상점, 캠퍼스 이전만으로 그곳 주민들이 경험한 빙하기이자 칠흑 같은 암흑이다.

지방대학의 지원율이 하락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학령인구의 감소다.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급속한 출산율 저하는 분명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다. 그런데 서울 및 수도권 대학들의 입시경쟁률은 그래도 유지되고 있으니 학령인구 감소만으로 지방대학의 지원율 하락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이는 오랫동안 지속돼온 서울 및 수도권 중심의 사회경제 구조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전국 학생의 절반 가까이가 서울 및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지방대학의 존폐위기를 단순히 학령인구 문제나 입시경쟁률 문제라는 차원에서 접근하면 우리는 결코 해답을 찾을 수 없다. 해결책으로 다음 세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상생적 의미에서 서울 및 수도권 입학정원을 10% 이상 줄여야 한다. 둘째, 자구 노력의 일환으로 우리는 괜찮을 것이라는 구태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지방대학의 특성화 및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셋째, 사회경제적 지역균형발전 전략과 그 전략의 하위요소로서의 지방대학 육성정책이 함께 가야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서울과 수도권에 대학들이 몰려 있고 그곳으로 입시생들이 몰린다. 2021학년도 정시경쟁률을 보면 지방대학이 2.7 대 1이었는데 비해 서울 5.1 대 1, 수도권 4.8 대 1이었다. 서울 및 수도권으로 가려고 하는 학생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면 우리나라 대학은 조만간 서울과 수도권에만 남게 되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날지 모른다. 서울 및 수도권 대학들은 대승적 차원에서 입학정원을 줄여야 할 것이다.

대학의 과감한 자구노력도 요청된다. 이제 대학은 작지만 내실있는 교육 및 연구 조직으로 바뀌어야 한다. 강좌 수나 학생 수, 교직원 수와 같은 양적 지표는 이제 더 이상 대학 경쟁력의 지표가 될 수 없다. 오히려 강좌 수는 과감하게 축소하고 강좌의 내용은 더 충실화하며 학사 운영은 보다 유연화 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지표들이 3주기 대학 기본역량진단 평가요소로 포함돼 있는 문제점은 즉각 시정돼야 한다. 적정 수준의 인력을 유지하되 특성화된 대학조직으로 과감히 재조직해야 할 것이다.

지방대학에 대한 과감한 교육투자 역시 중요하다. 대학의 학생 1인당 교육비를 보면 지방대 중에서도 비교적 교육 여건이 우수한 거점국립대도 서울 주요대학에 미치지 못한다. 지방 사립대는 아예 비교하기조차 어려운 형편이다. 지방의 경제사회 및 교육여건이 수도권에 비해 열악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라도 지방대의 교육비는 수도권보다 더 높아야 정상이다.

지자체의 정책적 관심도 절실하다. 부산소재 일반대 재학생 수는 18만 명이다. 교직원 수는 8000명을 상회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부산지역 대학은 매년 3만 명 이상의 인재를 지역 사회에 배출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대학은 도서관 등 캠퍼스 시설 개방, 다양한 지역사회 대상 프로그램 운영, 지역사회 활동 참여 등을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에 소재하고 있는 대학에 대한 지자체의 관심과 정책은 여전히 소극적이다.

위에서 제시된 거시적,정책적 대안들은 보기에 따라서는 유례가 없는 것들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출산율 저하나 서울 및 수도권 집중 역시 유례가 없는 일이고, 지방대학이 직면한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유례없는 일을 해야 하는 이유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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