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치용 코넬대 연구원

엄치용 코넬대 연구원
엄치용 코넬대 연구원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 설치법과 출범을 둘러싼 논의가 한창이다. 법안에 찬성하는 이들은 정치 권력의 핵심에 누가 있든 상관없이 10년 단위 긴 안목의 교육정책을 정하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며 심의 의결권을 지닌 법률상의 독립기구 설립을 요구한다.

법안에 반대하는 이들은 급변하는 시대에 오히려 10년이라는 긴 세월이 비효율적 대처일 수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하고 교육정책의 옥상옥 구조로 더욱 이견조율이 힘들지 않겠냐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이들은 심의 의결권이 없는 대통령 자문기구 형태의 국교위 설립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코로나19 범유행을 겪으면서 국민 대다수는 지금이야말로 교육의 참모습과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기라는 점에서 의견을 함께한다. 우리의 현 교육체계는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

먼저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은 주로 초·중·고, 대학교육에 맞춰져 있다. 이 가운데 대학입시는 교육정책의 핵심처럼 도드라진다. 그러나 교육정책은 당연히 영아에서 노인에 이르는 모든 국민이 대상이다. 생애 전주기 교육이 돼야 함에도 우리나라에서는 학교 정규교육과정을 뺀 이외의 교육을 평생교육으로 정의하고 있고 평생교육이 백화점 문화센터와 일부 대학의 평생교육원에서 이뤄지는 교육 형태만 가지고서는 많은 이의 전주기 배움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스웨덴의 경우 고등학생의 25%는 성인이다. 이는 통합교과과정 외에 고등학교에서 제공하는 수많은 직업교육을 통해 성인이 필요로 하는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생애 전주기 교육기회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학교에서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의 문제야말로 학교의 존재를 규정하는 이유다. 그러나 현재의 대학입시 체제가 존재하는 이상 고등학교는 민주시민으로의 자질을 키우고 건전한 정신을 위한 건강한 육체를 만드는 교육과는 거리가 멀다.

E. 라이머가 지적한 바대로 이미 학교는 죽은 것이다. 학교가 올바르게 생각하는 방법과 좋은 질문을 하는 방법을 가르치기보다는 시험점수 올리는 법을 가르치고 있으니 학생이나 학부모나 성적 올려주는 학원을 학교보다 우선시하는 것도 당연하게 보인다. 2025년 전면 시행하는 ‘고교학점제’도 현행 입시제도 아래서는 본래의 좋은 취지를 살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미국 대학은 우리의 대입 수능에 해당하는 SAT 점수를 폐지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대신 고교에서 듣는 대학 예비과목의 점수를 비롯한 고교성적이 더 중요하게 됐다. 이제 현 입시체제와 더불어 신입생모집의 대학 자율권을 논할 때가 됐다.

많은 대학 관계자가 학령인구 감소와 미약한 정부 지원 탓으로 대학의 위기를 말하지만 지금의 대학 위기는 대학이 자초한 면이 없지 않다. 차별화된 교과과정 개발과 교육환경 개선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면 도태되는 것 또한 당연한 결과다.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지역사회, 다른 교육기관 및 기업과의 유기적 관계 유지를 위한 대학의 역할을 고민할 시기다. 평생교육원으로의 전환도 고려해 봄 직하다.

코로나19 범유행은 어디서,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하는 문제를 화두로 던졌다. 교육의 장소가 반드시 물리적 교실일 필요가 없어졌다. 실험해야 하는 수업만을 제외하곤 온라인 화상 수업에 학생들은 점점 익숙해졌다. 그러나 교육은 단순한 지식 전달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사람을 만나 대화하는 일상 자체가 큰 의미의 교육이다. 함께 놀고, 먹고, 지식을 나누고, 문화를 느끼고, 공동의 관심사와 인권을 얘기하고, 철학과 사상이 입술과 입술로 오가는 것이 교육이다. 그래서 학교는 코로나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현재 코넬대 학부생은 일주일에 두 번, 교수, 직원, 대학원생들은 일주일에 한 번 코로나19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는다. 물론 비용은 전액 학교가 부담한다. 학교 전 직원은 일 년 치 연봉 인상액을 반납했다. 학교의 정상화를 위한 모두의 노력으로 코넬대는 현재 온·오프라인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적립금 수 천억 통장의 지퍼를 닫은 채 정부의 손길만을 바라는 한국 대학들이 파렴치해 보인다. 국교위 설치와 관계없이 우리의 교육체제 전반을 손볼 때가 됐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