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초‧충등교육 ‘권한 이양’에 교육부 의지 불명확
교육부, ‘권한 일괄 이양’ 주장한 교육청 제안 거절
‘고등‧평생‧직업교육 중심 교육부 개편’ 방안도 축소 해석…인원 보강으로 마무리 되나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교육부의 ‘고등ㆍ평생교육 중심 기능 개편’은 사실상 백지화된 것으로 보인다. 초ㆍ중등 교육에 대한 권한을 교육청에 모두 이양하라는 시도교육감협의회의 제안도 거부한 상태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018년 10월 취임사를 통해 “중앙정부가 가진 초중등교육 권한은 체계적으로 계획을 수립해 교육청과 학교로 이양하고 교육부는 고등-평생-직업교육 영역을 중심으로 기능을 개편해 발전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현 정부의 국정과제다. 교육청과 교육부라는 두 기관의 관할을 받는 초‧중등 교육의 지역 자치성을 확립하고 동시에 교육부의 기능을 효율적으로 개편하겠다는 의도였다.

이는 대학가의 바람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고등교육에 교육부의 정책 능력이 강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가에서는 현재 교육부의 고등교육 정책 기능이 ‘부재’ 상태라며 낙제점을 주고 있다. 전국대학노동조합이 조합원 850명을 상대로 올 1월 실시한 ‘대학위기 상황에서의 2021년 이후의 고등교육정책 방향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현 정부 출범 이후 3년 반 동안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 시행 이후 대학의 현실 변화와 관련한 질문에 ‘개선됐다’는 응답은 7.7%에 불과했다. 49.2%는 ‘이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고 인식했다. ‘악화됐다’는 응답 비율도 38.7%에 이르렀다.

대학 총장들도 비슷한 의견을 보이고 있다. 장제국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 회장은 “(교육부의 정책 능력이) 초‧중등 교육에 집중된 것 같은 느낌이 많이 든다”며 “사립이 고등교육의 80% 이상을 책임지고 있고 대학이 학령인구 감소로 위기를 겪는 이 때 고등교육 정책에 (정부가) 많은 관심을 표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교육부의 기능 개편에는 교육부의 의지가 없고 이 계획을 실현하기 위한 입법 과제들은 여전히 미해결 상태다.

교육부는 유‧초‧중등교육에 대한 권한을 단계적으로 지방 교육청에 이양하기 위해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와도 협의 기구인 ‘교육자치정책협의회’를 만들고 논의를 지속해오고 있다. 권한 이양에 필요한 법령을 정비하기 위해 교육자치정책협의회 산하에 ‘법령정비전문위원회’도 두고 있다. 교육자치정책협의회의 설명에 의하면 제‧개정이 필요한 교육부와 교육청의 시행령과 시행 규칙 등은 정비가 상당 부분 진행된 것으로 확인된다.

문제는 교육부의 의지다. 권한 이양 작업을 위해선 법령 개정이 필수인 만큼 ‘개정이 어렵다’는 이유를 든 것은 교육부의 의지가 없음을 드러낸 것이다. 교육부 기능 개편 문제도 마찬가지다. 교육부 내에서는 ‘기능 개편’보다는 고등교육 정책 부서와 인력의 확대 정도로 축소 해석하는 분위기다.

교육부 기획조정실 관계자는 “교육부의 전체 업무가 그 기조(권한 이양과 개편을 밝힌 유 부총리 취임사)대로 이뤄져 왔다”면서도 “권한 이양은 시도교육청과 별도 조직을 만들어서 부내 업무(교육부 개편)는 혁신행정담당관실에서 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입법이 늦어지고 있는 ‘국가교육위원회법’도 걸림돌이다. 권한 이양에 있어 국가교육위원회법이 통과되는 것이 필수 요소는 아니지만 관계자들은 국가교육위원회법의 통과 여부가 권한 이양의 속도를 좌우한다고 보고 있다. 관련법들을 정비하기 위한 작업의 첫 단추가 국가교육위원회법이기 때문이다.

하봉운 교육자치정책협의회 산하 법령정비전문위원회 위원장은 “국가교육위원회법이 교육 지방분권에 관한 법안들의 총론적인 법이다. 윗 단위의 큰 물줄기를 터줘야 아랫단위의 일이 가능한 것”이라며 “권한 이양을 위해 필요한 법률 정비에 대해서도 준비된 것이 있었으나 그 내용들이 국가교육위원회법과 상보적인 부분이 있어 (다른 법안 개정) 추진이 탄력을 받지 못했던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국정과제가 난항을 겪고 무산의 조짐마저 엿보이는 현 상황의 원인을 정부의 당초 공약의 현실성 결여에서 찾는 지적이 뒤따른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전 한국교육행정학회 회장)는 “이 국정과제는 처음부터 현실성이 결여된 것이었다. 애초에 유‧초‧중등 교육 권한을 지방에 이양하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이의를 제기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검증이 안 된 정책을 만들고 그것이 국정과제가 되는 일이 고쳐지지 않으면 계속 문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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